지금 대한민국은 배달 음식 광풍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포장 · 배달 음식에 사용되는 일회용품이 86억 개에 이른다고 한다. 또 동기간 대비 9% 이상 일회용 쓰레기가 늘었다는 발표가 함께 나왔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동네 분리배출 장소에 가본 사람이라면 쓰레기양이 많이 늘었다는 것은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말이다.
플라스틱과 비닐은 코끼리 상아와 종이봉투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용성이 워낙 크고 저렴한 가격은 150여 년 만에 삶의 곳곳에 플라스틱과 비닐이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사랑을 받았던 플라스틱은 2018년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중단 조치, 플라스틱으로 발생한 수십만 해양 생물의 죽음, 태평양 플라스틱 섬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그 심각성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후 매장 내 비닐 사용 금지, 일회용 컵 매장 내 사용 금지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운동으로 확산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플라스틱과 비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회용 포장재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말았다.
정부는 30%에 못 미치는 분리배출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거기다 이들 용기는 오염도가 큰 것이 많아 재활용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일회용 쓰레기가 최대한 적게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고 차선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분리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의 현재 수준은 어떤 상태일까? 나의 ‘배달 · 포장 이용지수’를 지금 점검해보자.
○비닐은 플라스틱과 같다? 비닐은 플라스틱과 기본적으로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PP, PE, PET 등 플라스틱과 같은 종류의 소재 표기가 이루어진다.
△일회용 용기의 플라스틱은 모두 환경호르몬을 뿜어낸다?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 가소제, 비스페놀 A, 포름알데히드 등이 포함된 플라스틱이라면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식품 용기에 주로 사용하는 PE, PP는 이런 성분이 포함되지 않아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식품 포장은 재활용된다? 포장재의 대부분은 비닐, 플라스틱, 종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기술적 문제보다는 처리하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활용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코팅된 종이 용기는 재활용할 수 없다? 코팅된 종이는 플라스틱 성분인 PE가 코팅 처리되어 있기에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것 때문에 종이 재활용 가능 비율이 60% 미만으로 떨어진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비닐 코팅을 벗겨 배출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코팅 종이로 된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재생 플라스틱은 식품 용기로 쓸 수 있다? 재생 플라스틱은 재활용으로 배출된 플라스틱을 원료로 뽑아낸 플라스틱 수지를 사용해 만든 플라스틱을 말한다. 재생 플라스틱 사용은 플라스틱 총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경에 도움이 된다. 단, 재생 가능성은 한 번뿐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된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최근 영국 폴리머스대 해양학자인 내퍼 박사는 생분해 비닐봉지 분해 실험 결과, 일반적인 환경 하에서 3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많이 쓰이는 재질은 PET, PP, PS이다. 이 중 압도적으로 PET 재질이 많은데, 소재를 일일이 분리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해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진다고 한다. 때문에 아직은 커피 매장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이용할 경우, 개인 텀블러 사용이 최선이다.
×플라스틱 자체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표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미국 매사추세츠 해양생물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햇빛에 노출되어 삭으면서 이산화탄소보다 26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내는 메탄을 뿜어낸다고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후 위기 대응에 이바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➊ 거부하기
음식 주문과 함께 제공되는 것들에는 내게 필요치 않은 품목들이 있다. 예를 들면 케첩, 간장, 쌈장 등의 소스류는 이미 집에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저나 포크 등의 일회용 식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게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꼭 필요한 것만 요구하도록 하자. 제공되는 소스류와 식기류들은 비닐로 포장되어 있으며, 이것을 이용한다는 것은 이미 불필요한 비닐과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셈이다. 플라스틱 소비 자체를 줄여나가야 한다. 간혹 제공품을 거부하더라도 포함된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배달 도착 시 바로 돌려주거나 깨끗이 보관하였다가 다음 배달에 돌려주도록 하자.
➋ 선별하기
다회용 식기를 사용하는 업체를 이용하도록 하자. 착한 소비자 운동의 하나이기도 한데, 일회용 포장재 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착한 가게를 이용하면 우리가 모두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는 셈이다. 더불어 그렇지 않은 업체라면 다회용 식기에 배달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아예 포장 용기를 들고 직접 가서 포장해 오는 것도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배달이나 홍보 시 받은 전단 여백이나 뒷면에 다회용 식기 사용 여부와 베스트 메뉴 등의 기타 사항들을 메모해 둔다면 다음 주문에 도움이 된다.
➌ 계획하기
배달 · 포장 음식을 계획적으로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일정 단위의 식단표를 구성해두면 배달 음식이나 포장 음식을 이용할 횟수가 나온다. 계획표에 따라 포장 음식을 이용할 때는 다회용 식기를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냉장고 속 여분의 식자재와 남은 음식 파악에도 도움이 되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도 한몫을 한다.
➍ 올바르게 분리 배출하기
오염된 포장재는 재활용품의 생산성과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활용 시 제외된다. ‘열심히’ 한 분리 배출보다는 ‘올바른’ 분리 배출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오염이 되기 전 다회용 식기로 옮겨 담는다. 오염이 된 일회용 용기는 깨끗이 세척하여 물기를 제거하고 해당 품목으로 배출하는 것을 기본 사항으로 한다. 고춧가루 등의 이염은 깨끗이 세척 후 햇볕에 말리면 사라진다. 코팅 종이 포장재의 경우는 손으로 잘 찢긴다면 재활용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재활용이 어렵다.
➎ 조절과 요리
푸짐한 음식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식문화의 특성상 배달 포장 시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쪽으로 주문하게 된다.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은 적정한 양의 음식을 사도록 하자.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했다면 볶음밥, 비빔밥, 국물 요리 등으로 리뉴얼하는 것도 새로운 소비를 줄임으로써 일회용 포장재의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오랜 기간 보관해야 한다면 냉동실을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