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변화를 저는 10년 전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경험했습니다. 우선, 기술의 발달로 일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상당히 사라질 것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전에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포함한 사무실 밖에서의 업무를 넓은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출퇴근과 일을 동일시하는 것은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의 잔재라고 보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의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 네덜란드였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방문했을 당시 이 회사에는 출퇴근의 개념이 없었고, 팀장들도 팀원들이 어디에서 일하는지 체크하지 않았습니다.
인디펜던트 워커의 출현 역시 10년 전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직원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줄고 있었습니다. 고급 인재일수록 한 조직에만 소속되어 일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회사 입장에서도 인재 유치와 유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당시 네덜란드에는 한 회사에서 비슷한 일만 하는 것보다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것이 조직과 개인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HR 담당자들이 있었고, 실제로 2~3개 회사에서 동시에 일하고 있는 인재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워크의 정의는 ‘일하는 환경과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조직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것’인데요. 스마트오피스, 리모트워크, 애자일 조직 등 스마트워크 방법론들은 모두 일하는 방식에 있어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존중합니다. 스마트워크 자체가 지시와 관리보다는 자율과 지원을 통해 구성원의 변화를 도모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스마트워크를 통해 일하는 시간, 일하는 공간, 일하는 방식의 자율성을 연습하게 되면 삶은 좀 더 주체적으로 될 것이며, 이는 개개인의 업무 만족도와 행복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2010년 스마트워크가 한국에 처음 도입되던 시절에는 스마트워크를 기술의 문제로 바라보았습니다. 2010년도 중반부터는 업무공간이 주류로 등장했고, 2019년까지는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의 변화가 강조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로 국내 기업들이 급하게 리모트워크를 도입하면서 비대면 업무의 성공을 결정하는 ‘신뢰’와 ‘자율’의 가치에 무게중심이 실렸습니다. 신뢰와 자율이 익숙해지면 그다음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 다양성과 포용성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17년을 전후로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액션플랜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고다양성책임자(CDO, Chief Diversity Officer)라는 직책도 생겼습니다. 앞으로 약 3년 정도 후에는 국내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글로벌 금융기관 ABN AMRO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조직장에게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구성원들 개개인이 성과를 만드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답을 하더군요. 리더의 성공 방식을 가르쳐 주거나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타고난 성과 창출 방식을 찾아주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할이라는 답변이 신선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리모트워크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에게는 리모트워크 업무 환경이 성과를 내기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워크가 조직에 뿌리를 내리려면 이런 업무방식의 차이를 우선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는 취향이나 태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스마트워크를 꿈꾸는 기업을 위한 최두옥 대표의 저서 <스마트워크 바이블>
시대의 변화를 바람에 비유한다면, 조직은 바람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파도와 같습니다. 바람의 방향은 언제나 변해왔고, 그 방향을 거슬러 파도가 움직인 적은 없습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런 변화야말로 발전과 진화의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스마트워크를 시도했지만 실패하는 조직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내부에 스마트워크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바람의 방향을 옳고 그름의 관점으로 보면 답이 없습니다. 변화는 대응과 적응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워크는 기술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의해 필연적으로 등장한 업무방식의 변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 자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보다는 그 변화가 우리 조직에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그 변화에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걸릴지를 판단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에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