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함으로 일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사회적경제조직, 업드림 코리아의 이지웅 대표와 직원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기동력으로 여러 문제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벤처 캐피탈과 스타트업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내는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The 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 GSER)> 2020년판에 따르면 서울은 100개국 270개의 도시 중 20위에 랭크되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갈길이 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말해주고 있다.
스타트업 중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큰 뜻을 품은 사회적기업 역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길은 고단하기만 하다. 창업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금’.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의 기업가정신실태 조사에 따르면, 창업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 자금 및 기업 성장 자금 지원(36.8%)’으로 꼽혔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솔루션이라고 해도 자금 지원 없이는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전은 2018년부터 민간공익재단인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20개의 우수한 사회적경제조직을 선발해 자금을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을 추진 중이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을 조합한 합성어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전 사회적경제조직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은 선정 기업의 펀딩 수행에 따른 비용 부담을 낮추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수행을 위한 교육과 스토리페이지 및 영상 제작비용은 물론 기업별 펀딩 달성 규모에 따른 추가 지원금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펀딩 된 금액은 선정 기업의 사업 운영비와 리워드 제작비 등으로 사용되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가치 선순환 구조 구축에도 사용된다. 한전의 크라우드펀딩은 사회적경제조직이 가진 선량한 아이디어가 세상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한 줄기 든든한 빛이 되어주는 셈이다.
생리대 가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아이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개발한 제품, 산들산들.
2013년 창립한 ‘업드림 코리아’는 ‘한전 사회적경제조직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에 2018년에 이어 2019년에 대상을, 2020년에는 최우수상을 수상한 회사다. 한전 크라우드펀딩 수상은 펀딩 달성 목표를 넘어, 높은 펀딩 금액을 기록한 회사에 주어지는데, 업드림 코리아는 7,0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지원받아 약 5억 원이 넘는 펀딩을 달성해냈다. 매해 높은 펀딩 금액을 기록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업드림 코리아의 이지웅 대표는 한전에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들은 펀딩을 자생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요. 크라우드펀딩에서 1,000만 원이 넘는 펀딩은 전체에서 1%도 안 되고요. 그런 면에서 한전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년째 목표 금액 이상의 펀딩 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던 점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고요.”
매번 억대 펀딩을 만들어내는 업드림 코리아의 주요 상품은 생리대와 시니어용 위생용품, 여권과 여행용 가방 등이다. 그중 생리대 상품은 2016년 깔창 생리대 이슈와 맞물리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돕는 일에 큰 관심을 가졌던 그가 어느 여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경제적으로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생리대가 너무 비싸요.”라는 대답을 들은 것이다. 여성의 월경 주기조차 잘 몰랐던 이지웅 대표는 그때부터 생리대에 관심을 두고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한국의 생리대가 유난히 비싸다는 점을 발견했고,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자금난이 회사를 괴롭혔다. 그래도 뜻을 굽힐 수 없었기에,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 반응은 뜨거웠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약 1억 3,600만 원이 모였다. 이렇게 모인 자본으로 ‘산들산들’이라는 질 좋은 생리대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품력을 바탕으로 사회공헌에 나섰다. 바로 ‘산들산들’ 하나를 사면 국내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생리대가 하나씩 기부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의 기부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질 좋은 제품에 합리적인 가격, 거기에 더해 어려운 이를 돕는 일이라면 많은 이가 참여할 것이라는 그의 확신은 현실로 이뤄졌다.
“올해 12월로 ‘산들산들’ 출시 1년이 되었어요. 현재까지 190만 장 판매되었습니다. 대기업 판매량을 넘어서는 수치죠. 2021년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미국 고객들에게도 ‘산들산들’은 좋은 이미지를 전하고 있다. ‘산들산들’은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우수한 제품은 결국 국경을 넘어서도 그 진정성을 드러내며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
한 아이와의 대화에서 시작된 ‘산들산들’ 프로젝트는 업드림 코리아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보여준다. 군 제대 후 방문한 캄보디아. 그곳에서 만난 헐벗은 아이들을 위해 ‘딜럽’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집을 지어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일, 요양병원에서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기저귀 가격을 듣고 그 비싼 가격에 놀라 시니어 기저귀 제품 개발에 착수한 일, 생리대를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분해 생리대 개발에 들어간 일 등 업드림 코리아는 지나온 길마다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사정을 눈여겨보고, 환경을 생각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제가 보기에는 한국 소비자들도 선행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어요. 생리대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는 어려운 아이들에게 기부된다는 점에 많은 분이 동참해주신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앞으로 기업들과의 협업도 기대합니다.”
‘낮은 자세로 아이들의 꿈을 키워 주자’라는 의미로 지었다는 사명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위로와 희망, 응원의 빛을 전하고 있는 업드림 코리아. 언젠가 더는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이 모두 사라져, 회사를 운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밝아지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는 이지웅 대표의 꿈이 현실이 될 때까지, 한전도 마주 잡은 두 손처럼 사회적경제조직을 향한 따스한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는 일에 소명을 갖고 회사 운영에 임하는 업드림 코리아의 이지웅 대표.
소비자가 생리대 하나를 구입하면 또 다른 하나는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