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밖의 전차궤도와 전주.
전차 사업이 안정되자 한성전기회사는 지금까지 낮 동안만 운행하던 전차를 밤 10시까지로 연장 운행키로 하였다. 1900년 4월 9일부터 야간 전차는 먼저 청량리~서대문간 노선과 청량리~남대문 노선부터 운행을 시작하였다.
전차 운행시간이 밤 10시로 연장되자 한성전기회사는 승객 이용이 많은 정거장과 매표소 주변을 밝히기 위해 4월 10일부터 종로에 세 개의 가로등을 점등하였다. 이 전등이 바로 우리나라 민간사회에 최초로 켜진 가로등이다. 우리나라는 1966년 이후 민간 가로등이 첫 불을 밝힌 이 날을 ‘전기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이어 한성전기회사는 4월 9일 이후 남대문까지만 야간 운행하던 전차를 같은 해 5월 25일부터 용산까지 연장함으로써 전 노선 야간운행을 하였다.
또한 발전소의 확장과 함께 배전시설공사도 동시에 추진되었다. 전등 보급의 첫 대상은 궁궐을 비롯한 외국공관이 모여 있는 정동과 일본인 상가인 진고개, 그리고 남대문과 서대문 지역이었다. 배전선은 먼저 전차용 배전주를 따라 가설하고 그 뒤부터의 연장선은 단독 배전주를 세웠다. 시설공사가 완성됨에 따라서 1901년 6월 17일 그 첫 번째로 경운궁에 전등 6개를 점등하였다.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영업용 전등이다.
경운궁의 전기 공급을 계기로 그 인근에 자리 잡은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의 외국공관에도 전등이 보급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언제부터 전기가 공급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한성전기회사는 경운궁의 전기 공급에 이어 진고개(현 충무로) 일본인 상가에도 적극 권유, 6월 말에 약 600개의 전등을 보급하였다. 이곳에서 제일 먼저 점등한 곳은 일본인 구보전도기점(久保田陶器店)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성전기회사는 전등 사업의 개시를 기념하고 또 이를 시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하여 1901년 8월 17일 저녁 동대문발전소에서 ‘전등개설 의식’을 가졌다.
당시의 국내 신문 황성신문은 이 순간을 “발전소 주변에 설치된 20개의 아크등과 주요 간선도로에 세워진 가로등이 일제히 점화되어 휘황한 불빛이 장안을 밝혔다. 시내는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떴고, 발전소와 그 주변에는 1만여 군중이 모여들어 경탄의 눈으로 지켜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