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 TREND
도시는 역동하는 유기체다. 단순히 지역사회를 표시하는 단위를 넘어서 수많은 구성원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도시는 지금 이 시각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거대한 흐름을 지켜보는 일은 곧 공동체의 지향점을 살펴보는 것과도 같다. 전 세계 도시를 변화시킨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도시의 미래를 상상해 보자.
녹색 호흡이
살아 있는

일상친화형
도시로의 진화
건축물 사진

어느 날 숲이 도시로 들어왔다

밀라노의 ‘수직 숲 프로젝트’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두 채의 고층건물이 울창한 나무로 뒤덮여 장관을 연출한다. ‘수직의 숲’이라는 이름처럼 푸르른 이 건물은 패션 산업과 관광업의 발달로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던 밀라노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나 녹지사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보스코 베르티칼레처럼 독특한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 상태에서 드넓게 펼쳐진 숲을 수직으로 높게 세운다는 개념부터 주거공간에 직접 녹지를 끌어들였다는 점까지 모든 것이 새롭다.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각 세대에는 개인적인 정원이 존재하며 멀리서 보았을 때 하나의 숲을 이룬다. 치밀한 설계에 따라 군락을 이룬 다양한 식물이 공기 정화는 물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거나 소음을 차단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여기에 곤충과 조류 등도 서식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이뤄가고 있다. 도심 속의 인간을 숲의 일부분으로 살아가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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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도시를 사랑받는 도시로

말뫼의 ‘Bo01 프로젝트’
덴마크의 셸란섬과 스웨덴의 스코네반도 사이를 가로지르는 외레순 해협. 외레순 해협에 인접한 말뫼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조선업 도시였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걸친 경기침체로 인해 말뫼의 랜드 마크였던 코쿰스 조선소를 비롯해 수많은 조선소가 문을 닫았고, 코쿰스 크레인은 해체되어 현대중공업에 헐값에 팔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죽음의 도시’로 전락했던 말뫼는 ‘Bo01 프로젝트’로 새롭게 거듭났다. 이를 상징하는 것은 말뫼 중심에 위치한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로 과거 랜드 마크였던 코쿰스 조선소와 대비되는 친환경 건물이다. 터닝 토르소는 탄소배출량은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설계에 북유럽 최고의 높이와 독특한 디자인이 더해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밖에도 덴마크 코펜하겐과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다리와 터널,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도시의 기온을 조절해주는 소운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주거시설 등 말뫼를 둘러싼 변화는 지구의 많은 이웃들에게 터닝 토르소만큼이나 기발한 ‘터닝 포인트’를 수없이 제시한다.

거리를 좁혀 마음을 잇다

파리의 ‘15분 도시 프로젝트’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안 이달고(Anne Hidalgo)는 선거당시 특별한 공약을 내세웠다. 바로 ‘15분 도시(La ville du quart d’heure) 프로젝트’로 누구나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15분 이내에 학교, 직장, 병원, 공원, 문화시설 등으로 이동할 수 있는 파리를 만들겠다는 것. 이 프로젝트는 편의성을 넘어 여러 가지 대안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도시의 주요 시설 간 이동 거리를 좁힘으로써 자동차 이용 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세상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한다. ‘15분 도시’에는 모든 사람의 평등한 이동권이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생활 반경이 15분 이내로 좁혀지다 보면 지역 상권이나 로컬 문화가 발달하기 마련이고 비슷한 생활권을 공유하는 시민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15분 도시’의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정을 나누고 살던 과거로 돌아가는 개념에 가깝다. 파리뿐 아니라 환경 및 사회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전 세계의 여러 도시가 이 개념을 도입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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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연(자유기고가) / 참고 자료. <에코시티 해외사례집>(이상문 외 7인 지음, 환경부 펴냄) / <자기조직화하는 스마트시티 4.0> (이인화, 윤예지 지음. KCERN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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