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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텅 비어버린 도시의 모습은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주목받던 공유경제는 어느덧 소유경제로 바뀌었고, 공공장소에서의 소통은 온라인에 집중되었다. 뉴노멀은 도시의 새로운 변신이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도시에서
희망찾기

도시 진화의 가장 큰 화두는 감염병

도시계획은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원리로서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인 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에서 모두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한 도시계획은 지역, 환경, 문화, 전통 등 다양한 차이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발전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도시에서 안전과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도시계획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역할도 하지만, 그보다는 발생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처방의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무엇이 인류를 끊임없이 위협했을까? 역사를 살펴보면 ‘감염병’이 가장 위협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했던 도시국가인 아테네가 장티푸스로 무너졌고, 14세기 유럽에 확산한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30%에 이르는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18세기까지 2억 명 이상이 사망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의학과 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19세기 이후 여러 차례 유행한 콜레라로 수백만 명이 사망했고, 20세기 초반에 발병한 스페인 독감으로 5,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급기야 2019년 겨울에 발병한 코로나19는 현재까지 1억 명이 넘는 확진자와 2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2020년 2월 20일 기준)
원인은 분명하다. 도시는 과밀하고, 환경과 위생에 여전히 취약하다. 설상가상으로 대도시에는 집단이용시설이 밀집하고, 협소한 실내와 대규모 지하공간에서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구조적으로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 과학과 의학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발전했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정보통신기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앞에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은 도시가 마주한 운명이자 풀어야 할 난제다.
역설적이지만 감염병이 몰고 온 대재앙은 그때마다 도시의 본질을 점검하고, 도시계획의 방향을 수정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자연파괴를 억제하고, 불량주택을 개량하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공중위생을 보완하고, 상하수도 체계를 정비하고, 그린벨트를 구축하는 등의 대응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감염병으로 인해 드러난 도시 문제를 치유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아직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19 이후의 도시, 보다 정확히는 재도약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한창 진행 중이다. 유사한 형식의 감염병이 언제든지 다시 유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도시구조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재택근무, 비대면 소통, 온라인 중심의 소비와 물류유통, 집단이용시설의 위축, 교통수단 이용의 변화, 공유서비스의 재편, 배달서비스업의 성장, 근거리 소비 등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삶의 방식이 종식 후에도 일정 정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도시의 새로운 과제는 회복력과 포용력

그렇다면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무엇보다 ‘도시의 회복력’과 ‘사회적 포용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의 회복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한 마디로 도시의 회복력은 도시가 재해, 위험, 사고 등에 처한 후에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도시의 회복력이 부각된 이유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렵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계획이 모든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평소에 도시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자연 환기가 불가능한 최첨단 고층 건물, 최소 규모의 업무와 주거공간, 외부와 단절된 대규모 지하공간, 녹지가 부족한 고밀 도시, 자동차로 가득 찬 도시는 스마트시티에 기반한 첨단장치로 작동될지라도 근본적인 회복력은 낮다. 이는 곧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도시를 재조직해야 한다.
한편, 코로나19가 창궐한 후 몇 달이 지나서 발표된 확진자와 사망자의 통계는 많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회적 소외 및 빈곤계층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좁고 비위생적인 집에서 사는 사람들, 휴식이나 산책할 외부공간이 없는 사람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사람들,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는 기저질환자들이 코로나19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는 도시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빈곤에 처한 사람들을 적절히 포용하지 못했고, 급기야 감염병으로 인한 죽음을 막지 못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생기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최소한의 제도와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도시에서 사회적, 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 이것이 바로 사회적 포용력이다.
전화위복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동안에 우리가 치른 혹독한 희생이 미래를 위한 교훈이 될 수 있다면 그래도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도시의 회복력과 사회적 포용력을 강화하여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글. 김정후(런던씨티대학 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 인하대 초빙교수, <런던에서 만난 도시의 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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