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민간 중심의 1MW 이하의 소규모 사업 중심이며, 1MW 이하 사업이 전체 사업의 98%(2019년 말 누적)를 차지한다. 이같은 소규모 사업으로는 사실상 2034년까지 신재생 발전설비 78.1GW(발전설비 비중 4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면적이 좁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한다면 해상풍력사업은 난개발과 환경 훼손 문제를 야기시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사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투자비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사업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민간사업자들만으로 사업과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선진국도 기본적인 사업역량을 갖춘 국영기업 등이 해상풍력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대표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이 해상풍력사업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전이 국내에서는 발전사업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구조적 상황 때문이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동일인에게는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한전이 판매와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없게 해 놓았다.
이와 관련, 국회는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을 할 경우에 한해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담긴 내용인데, 이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전이 현재 SPC(특수목적법인) 형태로만 추진 가능하던 신재생 발전사업을 직접 추진할 수 있게 된다.
한전은 민간사업자만으로는 추진이 어려운 해상풍력사업 등 대규모 사업과 한전이 자체 보유한 기술의 활용이 반드시 필요한 신재생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술혁신과 신재생 발전 원가절감으로 전기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관련 생태계 조성을 통해 사업 참여자들의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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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한전의 기술력과 자금조달, 사업역량 등을 활용한 발전원가 절감으로 전기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한전은 해상풍력 건설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석션 버킷, 터빈 일괄 설치 기술 등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대규모 R&D 투자를 통해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을 선도할 수 있는 조직 ·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전이 사업을 직접 추진하면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SPC 대비 낮은 금리의 자금조달로 금융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현행처럼 SPC로 사업을 추진하면 우수인력 확보, 신속한 의사결정, 각종 민원해결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동력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전이 나서면 각종 대규모 전력 설비 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인허가, 민원해결 등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한전 보유 기술 활용과 금융비용 절감, 효율적 사업추진 등으로 신재생 발전원가를 낮추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여 전기소비자의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안해상풍력(1.5GW) 사업을 한전이 직접 추진하게 될 경우 SPC 추진 시 대비 최대 1조 8,000억 원의 사업운영비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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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으로 민간사업자의 사업성이 개선된다.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은 난개발 방지 및 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접속설비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민간사업자들의 경우 수천억 원의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사업 참여자 간 이해관계 조율 등을 책임질 주도 사업자가 없기에 원활한 사업의 추진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한전의 직접 참여가 이뤄지면 공동접속설비 투자비용을 민간사업자와 분담하고 계통 엔지니어링 전문역량을 활용하여 비용 절감을 하면, 민간사업자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출 경우 개별 접속 방식의 사업에 비해 접속비용만 약 7,000억 원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한전과 같은 신뢰도 높은 공공기관 참여가 이뤄지면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다. 사업 신뢰도 향상은 연관 기업들의 기자재 개발 유도와 항만배후단지 활성화도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민간사업자들의 사업 참여 생태계 조성도 촉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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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기업의 일감 창출 및 해외시장 동반 진출이 활성화된다. 대규모 해상풍력은 터빈, 블레이드, 기초 구조물 등 수많은 부품 · 설비가 투입되어야 한다. 또 표준화된 기자재 규격이 없는 특수 해저케이블, 해상 변압기 등의 신규개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분야의 연관 기업들의 일거리가 늘어나게 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게 된다.
에너지 전환 선도국가인 독일의 해상풍력 사례를 보면 1MW당 21명의 일자리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1.5GW 규모의 신안해상풍력사업에서는 약 3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한전의 브랜드 및 사업실적을 바탕으로 사업자들은 글로벌 신재생 시장 동반 진출도 가능해진다. 현재 글로벌 신재생 신장은 2040년까지 11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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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및 기업 미래가치 향상으로 주주의 이익도 높아진다. 전력 원가의 대부분이 전력구입 비용이고, 이 중 신재생 발전 관련 비용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하여 더욱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전력구입 비용의 절감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신재생 사업 경험과 기술 축적을 통해 핵심 성장 동력을 갖춤으로써 회사의 미래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주주 편익도 높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은 민간 신재생발전사업자 등이 우려하는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격 하락, 망 중립성 등에 대해서는 사업 추진을 위한 입법과정에서 문제를 해소하여 나갈 방침이다.
이제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핵심기술, 사업역량 및 자금력을 보유한 한전이 직접 참여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는 전기소비자, 민간사업자, 연관 기업 및 주주 모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