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

양육할 때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을 잘 보내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이별의 순간이 각종 불법행위로 얼룩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사람보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의학의 발전과 사료 및 간식 · 영양제의 발달, 거기에 보호자의 정성까지 합쳐져 반려동물의 수명도 많이 늘어났다. 15살 넘은 개, 고양이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20살이 넘은 반려견과 반려묘도 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하므로 보호자의 마음은 무너진다. 글. 이학범(글쓰는 수의사, 데일리벳 대표)

반려동물과의
이별

반려동물 사망 시 유의할 점
매장은 불법, 합법적 동물장례 업체 이용하기

반려동물이 죽으면 흔히 집 앞마당이나 뒷동산에 묻어주는 경우가 많지만, 반려동물 사체를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므로,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만 한다. 가족처럼 키운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처리해야 한다니,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에는 동물장묘업으로 등록된 동물장례업체에서 사체를 화장하는 것이 합법적이면서도 가장 인도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의 합법적인 동물장례업체는 ‘e동물장례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2020년 10월 기준 전국에 총 48개의 업체가 있다.
몇 년 전 반려동물 합동장례 논란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한 동물장묘 업체에서 반려견 6마리의 사체를 한꺼번에 소각한 후 그 유골분을 6분의 1씩 각 보호자에게 나눠준 것이다. 업체를 믿고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맡긴 보호자들은 가슴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 업체나 이용하지 말고, 꼭 합법적으로 등록된 동물장례 업체를 이용하길 바란다. 참고로,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업체도 불법이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동물등록이 된 반려견이 죽으면, 동물등록 말소 신고를 해야 한다. 사람의 사망신고와 마찬가지다. 죽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데, 구청이나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을 이용할 수 있다.

동의받지 못한 슬픔, 펫로스증후군
감정을 인정하기, 함께 슬픔 나누기

지난 2012년 부산에서 4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이 있다. 원인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후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먼저 떠나보내고 겪는 우울증을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한다.
펫로스 증후군을 흔히 ‘동의받지 못한 슬픔’이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에 공감해주기보다 “개가 죽었다고 그렇게 울어?”, “별것도 아닌 일로 슬퍼하고 그래?”, “난 또 부모님이 돌 아가신 줄 알았네”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슬픔에 공감해 줄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아예 자신이 펫로스 증후군인 것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을 잃은 뒤의 슬픔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다. 이런 슬픔은 피할 이유가 없고, 자연스럽게 애도하면서 감정을 시간에 따라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고, 이런 슬픔을 겪으면서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거나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사진, 그림, 영상 등으로 반려동물과의 추억 돌아보기, 펫로스 증후군 경험자끼리 모여 슬픔 나누기, 전문가의 도움 받기 등을 추천한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보호자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당부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아픔으로 슬퍼하는 사람을 보고 “개 죽었다고 저러는 거야?”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해와 공감이 어렵다면 차라리 아무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나의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
❶ 주변 사람과 슬픔 나누기
❷ 편지 써보기
❸ 사진첩 만들기
❹ 기념품 간직하기
❺ 내 반려동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식사하기
❻ 반려동물을 이름을 붙인 나무, 꽃 심기
❼ 펫로스 증후군 모임 참석하기
❽ 펫로스 증후군 관련 서적 읽기
❾ 전문가 도움받기
❿ 다른 반려동물 양육하기

* 내용 일부는 <반려동물을 생각한다>에서 발췌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을 생각한다>, 이학범, 크레파스, 2019년 8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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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