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내일

경복궁 건청궁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깃불이 켜지던 그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전은 줄곧 우리나라 전기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사이 조직체계 정비 · 본사 이전 등 많은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쌓은 122년의 경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백 년’을 맞이하는 한전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 강진우(자유기고가) / 일러스트. 레모

122년 역사를 딛고
새로운 백 년으로 나아가다

*한성전기 사옥
1898년 1월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전기회사인 한성전기회사 사옥

*한전 나주 사옥
2011년 7월 공사를 시작해
2014년 12월 문을 연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나주에
위치한 현재의 한전 사옥

전력사업 안정화를 위한 변화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7년 5개월 만인 1887년 3월, 경복궁 건청궁의 밤이 환해졌다.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전등이 켜진 것이다. 당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거처였던 이곳에 설치된 발전 설비는 16촉광 전등 750개를 켤 수 있는 규모로, 일본과 중국의 궁정보다 2년 앞서 설치된 것이었으며 당시 동양에서 가장 훌륭한 모델이었다.
이를 계기로 전기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고종황제는 1898년 1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회사인 한성전기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미국인들이 도급을 받아 서울의 전차 · 전등 · 전화사업을 관리했고, 한성전기회사와 미국인들의 합작회사인 한미전기회사로 명맥이 이어졌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에게 이권이 넘어갔다.
광복 · 한국전쟁 등 지난한 근대사를 거치는 동안 조선전업 · 경성전기 · 남선전기 등 3개 회사로 나뉘어 진행되던 전기사업은 1961년 7월 1일부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이어져 오던 전력난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해 전기 3사를 하나로 통합한 한국전력주식회사를 창립한 것이다. 한국전력주식회사는 설립 직후부터 전력난 타개에 몰두했고, 1964년 1월 해방 후 처음으로 제한송전을 전면 해제하며 ‘무제한 송전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두 차례 일어난 석유파동으로 인해 한전의 경영 여건은 크게 악화됐고, 한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76년 7월 장기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개선책 논의에 들어갔으며, 전력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대국민 전력 공급 안정화를 위해 1982년, 주식회사였던 한국전력을 공사로 전환했다. 1월 1일자로 공사로서의 업무를 시작한 한전은 1월 4일 당시 청담동 본사 강당에서 창립기념식을 가졌다. 이후 경영합리화와 책임경영제를 목표로, 공사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한편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을지로 사옥
한국전력주식회사 당시 사옥으로
옛 경성전기 사옥이다.

전력산업 발전을 향한 여정

1961년 3사 통합 이후 전기 발전에서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전력사업을 통합 운영해 온 한전은 1990년대 들어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정보화 등의 기술 혁신으로 전력사업의 경쟁여건이 만들어지자, 40년 만에 전력산업 전반의 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1994년부터 2년 동안 실시한 경영진단에서 단계적 민영화와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뒤, 정부와 한전은 전력산업 독점체제의 틀을 변화시키기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먼저 발전사업 분할을 통한 경쟁체제 구축으로 경영효율을 높이고, 나아가 발전사들을 민영화함으로써 요금 경쟁을 통한 소비자 이익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01년 4월 2일, 한국남동발전 · 한국중부발전 · 한국서부발전 · 한국남부발전 · 한국동서발전 · 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사가 탄생했다.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 기능을 담당하게 될 전력거래소도 설립됐다.
발전사업 분할 및 민영화와 함께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 부문도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정부와 한전은, 전력사업 민영화 이후 전기요금 폭등 · 전력 제한공급 등 엄청난 부작용을 낳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력 비상사태 상황을 지켜본 뒤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통해 민영화를 향한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더불어 2003년 10월 ‘합리적인 전력망 산업 개혁 방안 공동연구단’을 출범해 2004년 5월까지 9개국 32개 기관을 현지 조사했으며, 국내외 전문가 토론, 당사자 토론 등을 더해 관련 내용을 연구했다. 그 결과 배전분할 정책은 전기요금 상승 · 전력공급 불안 등의 위험 요소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이후 정부가 배전분할 중단과 독립사업부제 도입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2004년 6월에 마무리됐다.

*한전 삼성동 사옥
1986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한전의 본사였던 삼성동 사옥 전경

‘빛가람 시대’의 혁신을 만들어 가다

한전의 본사 사옥도 설립 후 여러 차례 모습을 바꿨다. 1961년 창립 당시에는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옛 경성전기 본사 건물을 사용했다. 1979년 8월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지상 9층 건물로 이전했지만, 장소가 협소하여 서울 곳곳에 본사의 자원과 인력이 흩어져 있어야 했다.
공사 전환 후 본사 신축 부지를 물색하던 한전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79,339㎡의 부지를 확보하고 신축에 돌입해 1986년 11월 17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의 막을 올렸다. 이후 2005년, 삼성동 본사 이전 30년 만에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최종 발표됐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전력산업 분야의 기관들이 이전하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새로운 본사 사옥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007년 12월 이전 인원 · 신사옥 건설계획 등이 담긴 지방이전계획이 정부의 승인을 받았고, 2009년 12월 광주도시공사로부터 신사옥 부지를 사들인 뒤 2011년 7월 본사 공사의 첫 발을 내딛었다.
2014년 12월 1일, 한전은 마침내 신사옥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한전을 중심으로 전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에너지 신산업을 창조하는 ‘에너지 밸리(Energy Vally)’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본격화됐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이름은 ‘빛가람’이다. ‘빛이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로, 전기로 세상의 빛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한전과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를 증명하듯, 한전은 지역사회와 동반성장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빛가람 시대’를 맞이한 한전은 지금껏 그래왔듯 에너지 혁신의 중추적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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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