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폐열(廢熱)을 모아 건물 난방에 활용하거나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마찰전기를 모아 전력으로 재사용할 때, 이를 리사이클 에너지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리사이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 활용 방법이 등장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리사이클 에너지처럼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려지는 폐기물에서 새롭게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바로 ‘새활용’ 에너지라고 부르는 ‘업사이클(upcycle)’ 에너지다. 글. 김준래(사이언스타임즈 기자)
‘리사이클’ 에너지에서
‘업사이클’ 에너지로
Recycling -> Upcycling
업사이클 에너지의 대표적 사례는 버려지는 플라스틱과 종이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미국의 에너지 전문업체인 SGH2글로벌社가 개발한 이 기술은 폐플라스틱과 폐종이를 가열하여 얻은 바이오매스(biomass)에서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수소는 알려져 있다시피 자원 고갈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무한한 에너지원이자 청정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수소가 원자 형태로 결합된 물질에서 인위적으로 분해하여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재 산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 수소와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수소 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를 일명 ‘그레이(grey) 수소’라 부른다.
수소는 인위적으로 분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발생시키느냐에 따라 색깔로 등급을 나눈다. 가장 많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브라운(brown) 수소’와 ‘그레이 수소’는 각각 화석연료인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만드는 수소다. 그리고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하이브리드형 수소는 ‘블루(blue) 수소’라고 부르며, 오로지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여 만드는 수소를 ‘그린(green) 수소’라고 칭한다. 블루 수소는 분해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브라운 수소나 그레이 수소보다 발생량이 현저히 낮고, 그린 수소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제로(0)다.
색깔로 수소의 등급을 구분할 때 SGH2글로벌社의 수소는 그린 수소로 분류한다.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여 정제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린 수소로 분류하는 이유는 생산 과정에서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같은 독성물질, 그리고 온실가스 등이 전혀 배출되지 않으면서도 순도 99.999%의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도 높은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까닭은 모기업인 솔레나(Solena)社가 보유하고 있는 SPEG(Solena Plasma Enhanced Gasification)라는 기술 덕분이다. SPEG 기술은 플라즈마(plasma)를 이용하여 소각로나 가스화 공정보다도 높은 온도로 폐기물을 바로 가스화할 수 있어서 고품질의 수소를 정제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미 캘리포니아주에 건설 중인 SGH2글로벌社의 수소 생산시설은 오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플라스틱과 폐종이들을 약 4000℃의 고온에서 가열한 뒤 얻은 바이오매스에서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예상 생산량은 연간 380톤으로서, 하루 약 2만여 대의 수소차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적고, 생산 비용도 기존의 물 분해 방식이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정제하는 방식보다 5~7배가량 저렴해서 가격 경쟁력까지 높다.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확보하는 기술은 SGH2글로벌社가 연구하고 있는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영국 체스터대(Chester University) 연구진이 개발 중인 이 기술은 플라스틱의 종류가 다르거나 세척 상태가 좋지 않아도 에너지원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폐플라스틱들을 5cm 길이로 잘게 자른 뒤 1000℃ 정도의 온도에서 녹이면 가스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가스를 정제해서 일정한 과정을 거치면 순도 높은 수소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체스터대의 기술은 특히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을 이끄는 ‘조 하우(Joe Howe)’ 교수는 “바다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통해 확보한 수소로 전기를 만들 수 있으므로 친환경 에너지 확보는 물론 바다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일거양득의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폐플라스틱으로 로켓 연료의 하나인 등유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영국 에딘버러에 본사를 둔 발사체 전문기업인 스카이로라(skyrora)社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연료는 로켓 발사체에 들어가는 등유와 비슷하다. ‘에코신(Ecosene)’이라는 이름의 이 대체 연료는 폐플라스틱 1000㎏에서 약 600㎏ 정도를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카이로라社의 발표에 따르면 에코신을 사용하여 로켓 엔진을 작동시킬 경우, 기존 로켓 연료인 등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5%나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에코신은 기존 로켓 연료처럼 극저온 냉동이 필요하지 않고, 장시간 동안 탱크에 보관할 수 있어서 작업이 훨씬 간편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스카이로라社의 관계자는 “테스트를 한 로켓 엔진은 3D프린터로 제작했는데, 폐플라스틱에서 뽑은 연료인 에코신과의 시너지 효과를 중점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라고 전하며 “향후 소형 위성 발사에 사용하는 로켓에 해당 3D 프린팅 엔진과 대체 연료인 에코신을 적용하여 최적의 조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