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마을 진해 여좌동의 경로당에 작은 정원이 생겼다. 마스크와 비대면 생활로 답답한 일상에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는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진해지사 원예 동아리 ‘인생 이모작’ 회원들을 만나 꽃이 전하는 달콤한 위로에 대해 들어보았다. 글. 김선녀 / 사진. 김민정(MSG스튜디오)
꽃이 전하는
향긋한 위로
소형 정원 조성을 통한 활기 충전 프로젝트
한전 진해지사 원예 동호회
‘인생 이모작’
한전 진해지사 원예 동호회 회원들.
왼쪽부터 조상우 팀장, 박미향 과장, 김성문 인턴, 배서은 대리, 안종선 과장, 강경애 과장
세계에서 벚나무가 가장 많다고 해서 ‘벚꽃 1번지’로 꼽히는 작은 바다 도시 진해. 소박한 동네길을 따라 걷는 진해 여좌천로의 벚나무에 이제 꽃은 흩날리지 않지만, 여전히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10월의 기분 좋은 가을날, 정겨운 집들이 나란히 서 있는 여좌동의 경로당 앞에 예쁜 꽃들을 심는 사람들로 조용한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여좌동 부녀경로당 현관에 작은 정원을 조성해드리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줄면서 고립감이 심해지는 요즘, 꽃을 통해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어서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한전 진해지사 조상우 팀장을 비롯한 5명의 일일 농부들이 경로당 테라스와 현관에서 정원 작업에 한창이다. 이들은 진해지사의 원예 동호회 ‘인생 이모작’ 회원들이다. 지사 바로 앞이 대한민국 최고의 명소로 꼽히는 벚꽃 산책길인 덕분에 매일 점심마다 산책과 야외 활동을 즐기던 회원들은 어느 날부터인가 산책길 끝에 작은 꽃집에서 꽃을 하나둘 사기 시작했다.
“점심식사 후 하던 산책을 좋아했는데,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을 자주 못 하게 되면서 꽃집에서 꽃을 사서 로비나 휴게실에 두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꽃나무에 관한 관심이 생기고, 몇몇이 모여 원예 동호회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총 10명으로 구성된 인생 이모작 회원들은 꽃집이나 공구로 구매한 꽃나무를 지점 곳곳에 두고 잘 키우는가 하면, 구매한 꽃나무를 나눠 번식시키기도 하고, 식물 관리에 관한 책을 로비에 비치해 두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원래도 지점에서 꽃나무를 두고, 관리하고 있긴 했는데 동호회를 하면서 더 자주 돌아보고, 새로운 꽃으로 교체하는 노력이 잦아졌어요. 일하는 사우들뿐 아니라 지점에 찾아오는 민원인들도 관리가 잘 된 것 같다며, 꽃이 예쁘다고 할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작지만 즐거운 에너지를 전하는 부녀경로당 앞의 소형 정원
원예 동호회 회원인 배서은 대리는 이번 소형 정원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신청했다. 원예활동을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농업기술센터와 지난 9월 묘목 및 기술 제공 MOU를 체결해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지역 사회에서 총 네 곳을 선정해 정원을 조성해드리고, 관리 방법 등을 전수해드리고자 했어요.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오늘 이곳 여좌동 부녀경로당입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국화류 등을 지원해주었고, 저희가 부족한 나무류와 흙 등을 구입해 직접 화단을 꾸며드리고 있어요.”
지역 사회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우울함이나 무력감을 느끼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노년층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이들은 경로당을 선택했다. 회원들은 일주일 전부터 함께 모여 꽃나무를 고르고, 배치를 구상하며 봉사 준비를 해왔다. 노란 국화와 알록달록한 메리골드, 그리고 달콤한 향이 나는 금목수까지 각자의 자리를 찾아 심어지는 예쁜 꽃들을 보며 경로당의 어르신들이 나와 연신 “예쁘다” “향이 정말 좋다”며 감사함을 표현하셨다.
2시간여의 작업을 마치고 나니 경로당 앞 테라스에 작지만, 기분 좋은 정원이 생겼다. 지나가던 동네 주민분들도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미소를 보낸다. 마무리 청소까지 일사불란하게 끝낸 인생 이모작 회원들은 “앞으로 출근길에 물도 주고, 자주 들러 관리하겠다”며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점 내 화분에만 꽃을 심다가 화단을 꾸미는 일을 처음 해보니 새롭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꽃나무는 한 번 노력해서 심으면 여러 개로 번식할 수 있는 나눔의 의미가 참 매력인 것 같아요. 모두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도 있고요. 앞으로도 남은 세 곳의 경로당에 행복한 정원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조금은 불편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꽃나무로 위로를 받고, 또 도움을 전하고 싶다는 원예 동호회 회원들. 이들이 만든 행복한 정원으로 어르신들의 일상이 좀 더 향기로워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