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이젠 완연한 겨울의 끝자락. 봄을 준비하는듯 비가 오락가락 하는 흐린 날, 한전 인천본부 전력사업처 에너지효율부를 찾았다. 한전 인천본부는 국내 최초로 ‘선박육상전력공급(AMP)’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확보, 공익기금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인천본부 전력사업처 에너지효율부 박경춘 과장, 석연실 대리와 함께 현장으로 향하였다. 글. 황지영 / 사진. 이원재(Bomb스튜디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이고
이웃 사랑은 늘리고
한전 인천본부
선박육상전력공급 사업 현장을 가다
에코누리호에 올라선 박경춘 과장과 석연실 대리. 앞으로 더 많은 선박들이 선박육상전원장치로 전기를 공급받게 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에코누리호는 경유 대신 선박육상전원장치로 전기를 공급받아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기여하고 있다.
하늘도 바다도 회색빛인 인천 3항의 부둣가. 무채색 세상에 하얗게 빛을 받고 있는 선박 한 척이 산뜻한 느낌이다. 인천항만공사 홍보선인 에코누리호. 조용히 출항을 앞두고 봄비를 맞고 있는 선박은 다음의 운항을 준비하려는 듯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정박한 에코누리호 앞쪽에는 사각형의 전력설비 박스가 있고, 그 곳에서 나온 굵은 전력선이 에코누리호와 연결되어 있다.
에코누리호 앞에 있는 네모난 박스가 선박육상전원장치이다. 이곳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 설비가 선박육상전원장치(AMP:Alternative Maritime Power)입니다. 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에 육상의 전력을 공급하는 기기입니다. 선박은 정박 중에도 내부의 필수 전기설비 사용을 위해 배들이 사용하는 연료인 경유나 벙커유로 발전기를 가동합니다. 이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되는데 연료 기름 대신 전력으로 배의 발전기를 돌리면 선박의 오염물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에코누리호는 지난 2013년부터 선박육상전원설비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 선박입니다.”
전국의 모든 배가 정박할 때 선박육상전원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는 약 39%를 줄일 수 있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의 대기 오염 물질은 약 97%를 감축할 수 있다. 벙커유를 사용하는 컨테이너선 1척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경유를 사용하는 트럭 약 50만 대가 배출하는 오염물질보다 많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선박육상전원설비 공급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인천본부는 2016년부터 전국 항만을 대상으로 선박육상전력공급 설명회를 하면서 전력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저압, 즉 낮은 전압을 사용하는 예인선과 급수선에는 육상전력공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18년에는 인천시와 남동발전, 인천항만공사와 함께 벙커유를 사용하는 영흥화력의 유연탄 국제운반선에 고압 육상전력 공급을 국내 최초로 시작하였으며, 선박육상전력 공급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공용 선박은 2008년 이후 대부분 선박육상전원장치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들 저압 선박은 전기가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에 비해 경제성이 좋기 때문에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만 고압을 사용하는 큰 규모의 선박은 사용 연료 벙커유 가격이 전기요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영흥화력 유연탄 국제운반선에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대형선박도 선박육상전원장치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관련 기관들과 계속 협의하며 보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인천본부는 선박육상전원 사용으로 얻어진 이산화탄소 감축분을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본부와 인천항만공사, 기후변화연구원 등 관련 기관과 협약(MOU)을 체결하고 인천항만공사의 홍보선인 ‘에코누리호’와 ㈜H해운의 ‘하모니플라워호’를 대상으로 하여 국내 최초로 선박육상전원 탄소배출권 사업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육상전원장치로 연간 이산화탄소를 10톤 감축하는 선박은 매년 소나무 약 4천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고객은 유류비가 줄어들고, 전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는 환경오염물질 배출도 줄이는 꼭 필요한 사업이죠. 또 이를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으로 발생한 수익은 공익기금으로 조성해 사회공헌 활동으로 인근 지역에 환원할 계획입니다.”
최근 계절을 가리지 않는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로 대기환경 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항만은 선박의 온실가스,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대기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인천본부의 선박육상전원장치 공급 사업은 전력판매뿐만 아니라 항만 지역의 대기환경 개선과 국가적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일석삼조의 사업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광역시 일대와 자가발전도서 10개를 포함한 28개 도서지역과 부천, 김포, 시흥 등 경기 일부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관할면적은 1,455㎢로 전국 대비 1.45%를 차지하고 있으며, 관할인구는 약 470만 명에 이른다. 약 1,100여 명의 직원이 인천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인천본부는 간접 고용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송전철탑 작업자용 에어백 안전조끼를 개발하였고, 전주를 활용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진행 등 사회적 가치 구현에도 힘쓰고 있다.
선박육상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에코누리호 내부의 전력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박경춘 과장은 선박육상전력공급 업무를 초창기부터 맡아 진행하고 있다.
선박육상전이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널리 홍보하는 일에 힘쓰는 석연실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