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과 철탑이 손을 잡듯 끝없는 선로로 이어진다. 국토의 혈맥처럼 이어진 이 선로는 우리 경제의 미래와 희망의 상징이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힘차게 달려오는 길, 송전선로. 선로에 이상이 없어야 전기가 안전하게 흐르고 손실도 없다. 이렇게 손실 없는 전기는 품질을 높이고 전력공급의 완벽함으로 이어진다. 안전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청주에 소재한 충북본부 전력관리처가 오늘도 송전선로 현장점검에 나섰다. 글. 황지영 / 사진. 김민정(MSG스튜디오)
‘완벽함’은 더하고
‘손실률’은 줄여라
송전선로 점검 현장
청주 오창 산업단지 내 송전철탑
전기는 발전소에서부터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로 오기까지 몇 단계의 송 · 배전선로를 통과하며 긴 거리를 달려온다. 전기가 손실과 고장 없이 우리 곁에 오도록 살피기 위해 충북본부 전력관리처 이문희 차장과 조상운 과장이 오늘 찾은 곳은 석곡동 크레인 차고지다.
크레인이 빼곡히 차 있는 넓은 공터 안쪽에 자리 잡은 송전철탑. 철탑 앞쪽으로 컨테이너 박스와 건물들이 다소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철탑이 들어선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이문희 차장이 말을 잇는다.
“원래 이곳은 건물도 사람들의 왕래도 거의 없는 벌판이었습니다. 철탑이 훨씬 먼저 세워졌고, 이후에 개발되면서 건물들이 들어섰습니다. 현재 이곳은 중장비 차고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얘기를 나누며 돌아보는 현장에는 수십 층까지 뻗어오를 수 있는 크레인이 송전선로 바로 아래 정차해 있다. 크레인을 조금만 세우면 선로에 닿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 그래서 이곳은 위험관리현장 A등급으로 지정되었다. 선로 자체의 점검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이곳과 같이 외부로부터의 접촉 고장이 더 신경이 쓰인단다.
이렇게 위험한 장소가 충북본부 관내에만 166개가 있다. A등급으로 분류된 곳은 현장 점검과 더불어 모니터 화면으로 실시간 감시, 점검이 이뤄진다. 건설 현장 또는 중장비로 인한 사고는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 조상운 과장은 오늘도 인근 사업장과 시민들에게 간곡히 ‘안전, 안전’을 호소하고 있다.
“송전선로 고장은 높이 올라간 중장비가 선로를 건드리는 것 같은 고객 실수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력설비 근처에서 건물을 짓거나 땅을 팔 때는 반드시 미리 한전에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연락을 받으면 저희가 현장을 직접 찾아 전력설비에 닿지 않는 안전한 거리를 안내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립니다.”
다시 청주 오창 산업단지 내의 연결선로 점검을 위해 이동한다. 오늘의 작업은 송전선로를 따라가면서 전기의 흐름에 따라 주변보다 높은 열이 발생되는 곳은 없는지, 그리고 선로 자재들의 절연상태가 좋은지를 집중 점검하는 일이다. 송전 손실률을 줄이기 위한 핵심 활동인 셈이다. 현장에 도착하자 청주전력지사에서 온 정용석 씨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점검을 준비 중이다. 먼저 시작한 작업은 열화상 진단점검. 송전선로는 중간 중간 선로를 이어 연결하게 된다. 이렇게 이은 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하거나 볼트 부분이 헐거워져 열이 발생할 수 있다. 열화상 진단으로 온도를 측정하며 이런 부분을 찾아낸다. 지대가 너무 높거나 진단이 어려운 곳은 헬기를 이용한 항공점검으로 진단을 하기도 한다.
위험관리현장 A등급으로 지정된 석곡동 크레인 차고지를 돌아보는 이문희 차장(왼쪽)과 조상운 과장
송전선로에 이상은 없는지 점검하는 청주전력지사 정용석 씨(오른쪽)와 협력업체 직원 김지호 씨
이번엔 애자절연 성능진단. 송전선로의 전선은 철탑으로 지지하는데 전선을 철탑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절연체(부도체)인 현수애자를 철탑에 걸고 여기에 전선을 연결하는 방식을 쓴다. 이곳에 들어가는 절연체 애자는 시간이 갈수록 오염이나 분진으로 인해 절연기능이 떨어질 수 있어 필요한 경우 교체를 해야 한다.
“이 진단은 직접 철탑에 올라 측정기를 가지고 애자의 절연성능을 측정해야 합니다. 점검을 통해 이상을 발견하였을 때는 설비를 해체 점검하거나 교체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문희 차장이 예리한 시선으로 점검을 하면서 설명을 이어간다.
송전선로 순시 점검도 일상 점검의 하나다. 충북본부에서만 30여 명의 요원들이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총 2,259km에 이르는 길이의 송전선로를 점검하고 있다.
“정전 없는 완벽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설비점검에는 휴일이 없습니다. 남들 다 쉬는 설이나 추석 연휴, 휴일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현장을 지켜야 합니다. 또 직접 철탑에 올라 점검하다 보면 추락의 위험도 무릅써야 하고, 전력공급 중인 활선선로에 가까이 가서 점검해야 하는 경우는 감전의 위험도 감수해야 합니다. 물론 안전 조치를 완벽하게 취하고 작업하지만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으면 어려운 일들입니다.”
충북본부 전력관리처의 근무인력은 7개 부서 284명. 전력수요 예측, 전력설비 건설 계획과 기존의 송변전 설비를 유지 보수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장의 인력들이다. 365일 24시간 전력망 운용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설비고장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공급계통을 그때그때 즉시 변경해 정전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충북본부 전력관리처. 전국 해안가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전력계통이 대부분 충북을 거쳐 가게 된다. 그만큼 전기가 많이 다니는 중요한 길인만큼 이들의 꼼꼼한 전력설비 관리와 점검, 유지보수는 오늘도 소리 없이 빛을 발휘하고 있다.
충북본부 전력관리처 송전운영부 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