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화석에너지의 고갈과 환경 오염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건축에서 찾는 사람이 있다.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0으로 만들고, 건물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건물 스스로가 만들어 내도록 만드는 것이다. 명지대 건축학과 이명주 교수는 태양광 전지판이라는 디자인 어휘와 에너지 절약이라는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에너지 제로 건축을 매일 새롭게 계획하고 있다. 글. 김선녀 / 사진. 이원재(Bomb스튜디오)
스스로 절약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착한 건축
명지대 건축학과 이명주 교수
경기도 화성에 있는 환기시스템 전문 기업 힘펠 제3공장. 이 공장에는 태양광 패널이 독특한 무늬를 이루며 건물의 외관을 감싸고 있다. 국내 최초 제로 에너지 공장으로 제로 에너지 건축물인증 5등급을 취득한 힘펠공장은 제로 에너지 건축 전문가 이명주 교수가 설계를 맡았다.
에너지 절약 기술을 접목한 제로 에너지 건축물은 어떤 건물일까? 말 그대로 건물에서 사용되는 화석에너지를 제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물이다. 특히 냉난방, 온수를 만드는 급탕, 조명, 환기장치 등 5대 에너지를 통해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고 부족한 에너지는 건물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제로 에너지 건물은 구조체가 열에 노출되지 않도록 막는 단열, 틈새바람을 차단하는 기밀, 자연환기와 자연채광 등의 에너지 절약기술과 고효율 설비 적용 기술, 그리고 태양광 전지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활용 그리고 5대 에너지 분리 계측 시스템이 합쳐져 완공된다. 건축물의 용도와 환경 등에 따라 절약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두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적용한다.
“제로 에너지라고 한다면 실제로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0이 돼야 하겠지만, 국내의 건축물 에너지 성능 수준은 그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초기 단계라 더 많은 절약과 재생에너지 활용이 효율적으로 가능한 건물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현재 국내의 경우 연간 단위 면적당 1차 에너지 소요량(kWh/㎡yr)이 주거용 건축물은 60~90, 주거용 이외의 건축물은 80~140, 에너지자립률은 20~40% 미만이면 제로 에너지 건축물로 인정해준다. 현재 힘펠 공장은 완공 후 기존 설계 대비 53%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현재 명지대 건축학부에 재직 중인 이명주 교수는 (주)제드건축사사무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독일 유학 시절 보건의료시설 건축물을 공부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 에너지와 건물을 융합시키는 분야에 관한 관심이 턱없이 적은 걸 알고, 제로 에너지 건축물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교수 6년 차가 되던 해 노트북과 핸드폰만 가지고 시작한 창업이 올해로 10년을 채웠다.
“교수로서는 설계나 현장 작업 등 제약이 되는 것이 많아 직접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명지대학교 내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 연구교수님들과 그곳에서 배출된 박사들과 함께 팀을 이뤄 다양한 연구와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함께 이뤄낸 작품은 세간에 선보일 때마다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초 단지 규모의 에너지자립 주택 노원 이지하우스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1년을 모니터링 한 결과, 세대 당 평균 5대에너지 이외에도 가전제품, 취사, 공용전기와 세금까지 포함하여 하루에 1달러 정도의 에너지비용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청 별관의 리모델링 작업 후 그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바꾼 강동구청 본관 입면 디자인은 2018년 서울시 디자인 태양광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최초의 제로 에너지 공장 힘펠3공장
그녀가 만든 건축물이 매번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를 묻자 이명주 교수는 ‘태양광 전지판’이라고 말한다.
“태양광 전지판은 저에게 가장 중요한 디자인적 어휘이자 DNA입니다. 많은 사람이 태양광 전지판이 혐오스럽고, 못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로 에너지 건축 설계를 할 때마다 반드시 태양광 전지판을 넣어요.”
강동구청의 별관 리모델링 아이디어로 그녀는 정면에서 보이지 않지만, 측면에 태양광 전지판을 붙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본관의 경우 정면에서 태양광 전지판이 보이도록 과감한 디자인을 감행했다. 태양광 전지판이 단순한 에너지 생성원 이상으로 각 건축물의 상징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최근 하천변 캠핑장 인근 태양광 설치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기존 규제를 풀어보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작업이 합법화된다면 언젠간 하천변 제로 에너지 캠핑장은 물론 방문객들에게 재난을 대비한 스마트한 그늘막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명륜동 아이들 극장 앞에 있는 오래된 가압기 시설물 위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공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도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된다.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우리가 사용하는 시설에서 직접 만드는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생각이다.
“건축가로서 미래세대를 생각하면서 오늘의 건축과 도시 환경을 디자인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국내 최초 제로 에너지 체육관, 전시장 등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용도의 제로 에너지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의 에너지 성능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제로 에너지 도시를 실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