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전기 사용량을 측정하는 데 그쳤던 전력량계(이하 계량기)가 똑똑해지고 있다.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은 물론, 고객의 시간대별 전기사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전기절약과 수요반응을 이끌어낸다. 또한 각 세대 계량기에 모인 전력 사용 데이터는 빅데이터가 되어 공공재로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요컨대 계량기가 계량기에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 전력 서비스’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 강진우(자유기고가) / 자료제공. 한전 스마트미터링처 / 일러스트. 하고고
전기계량기
‘스마트 전력 서비스’의
일등공신으로 거듭나다
*기계식 계량기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널리 쓰인 계량기로 가전제품 보급이 많아지면서 기계식 계량기도 계속 발전했다.
아시다시피 계량기 본연의 목적은 고객이 사용하는 전기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다. 전기가 막 보급되던 초창기에는 각 사용자의 전력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에, 계량기 없이 정해진 촉수의 등을 쓰면서 매달 일정액을 냈다. 그러다가 1906년부터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종량등 제도가 도입되면서 계량기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자식 계량기
1998년 처음 개발되었으며, 원격검침은 물론 기계식보다 상세한 전력 사용 정보를 제공한다.
이때부터 90년대까지는 기계식 계량기가 주종을 이루었다. 전기를 쓰면 쓸수록 내장된 수평 원판이 점점 빠르게 돌아가는 계량기,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계식 계량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960년대 이전까지 해외에서 수입하여 사용되다가 한 전자 회사가 1964년 일본 제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 국산화가 이뤄졌고, 불과 3년 뒤인 1967년 완전 국산화를 달성하였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에 종량제가 급속도로 보급됐고, 1972년 모든 고객이 쓴 만큼 요금을 내는 시대가 열렸다.
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따라 각 가정마다 가전제품이 구석구석 보급되면서 기존 계량기로는 이를 측정하기에는 성능이 많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1968년 Ⅱ형 계량기가 보급됐으며, 70년대 초부터는 Ⅲ형 계량기가 사용되었다. 1980년대 초 530만 대였던 계량기 수가 80년대 말에는 940만 대로 대폭 늘었고, Ⅳ형 계량기가 1991년부터 사용되었다. 계량기 성능도 급속히 발전하였다. Ⅳ형 계량기는 사용연수가 15년으로, 7년에 불과했던 Ⅲ형 계량기에 비해 2배 이상 길어졌다. 덕분에 계량기 교환, 수리, 재점검에 소요되는 예산과 인력이 대폭 감소되었으며, 이에 따라 더욱더 내실 있는 전력망을 갖출 수 있었다.
문명의 중심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함에 따라, 계량기도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발전하였다. 전자식 계량기를 설치하면 원격검침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기계식과 비교가 되지 않는 상세한 전력 사용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고, 전기요금제도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저압 전자식 계량기 개발에 착수하여 이듬해 12월에 기술개발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또한 역률을 관리하고 심야전력량을 측정하는 전자식 계량기도 개발되어 한층 정확하고 정교한 사용량 측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모뎀 기능이 내장되어 원격 검침이 용이하고 저장용량이 늘어난 AE타입 전자식 계량기가 개발되는 등 계량기는 시대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BTM
전력량계를 기준으로 고객 측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
*AMI
스마트미터기의 양방향 통신망을 활용해 실시간 전력 사용량 및 요금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똑똑한 전력 계량 인프라.
*FTM
계통단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
계량기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 :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이다. AMI는 양방향 통신망을 활용해 실시간 전력 사용량 및 요금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자율적, 효율적 에너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똑똑한 전력 계량 인프라이다. 고객은 한전의 스마트폰 앱 ‘파워플래너’를 통해 전력 사용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고, 파워플래너 내 사용량 목표 알람 기능을 활용해 매달 규모 있는 전기사용을 할 수 있다. 또한 AMI를 활용하면 주택용 전기도 계절별 · 시간대별로 요금 단가에 차이를 둘 수 있는 계시별 요금제(TOU · Time Of Use)를 통해 합리적인 전력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실시간 이사요금 정산, 검침일 자율 변경 등 전기사용 편의성도 대폭 상향된다.
AMI는 전력을 공급하는 한전의 업무효율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다. 원격검침을 통해 검침 관련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AMI 2.0’ 추진에 따라 전기, 수도, 가스의 통합 검침도 가능하다. 한편 실시간 전력계통 데이터를 통해 정전 발생을 예측하여 예방할 수 있는 등 전력품질 향상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고, 원격전류제한 기술이 도입되면, 무의미한 전력 낭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물론 이 중심에는 AMI를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 계량기가 자리 잡고 있다.
AMI는 공익적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 각 계량기에 모이는 전력사용 빅데이터는 범죄 예방에 활용될 수 있고, 고독사 예방, 농어촌 빈집분포 파악 등 복지정책 수립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계량기가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년월 | 저압 | 고압 | 종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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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 | ○ | Ⅰ형 기계식 전력량계(수입품) | |
1967 | ○ | Ⅰ형 기계식 전력량계(국산화) | |
1968 | ○ | Ⅱ형 기계식 전력량계 | |
1973 | ○ | Ⅲ형 기계식 전력량계 | |
1977 | ○ | 기계식 3종 전력량계 | |
1991 | ○ | Ⅳ형 기계식 전력량계 | |
1994 | ○ | 전자식 전력량계(수입품) | |
1997 | ○ | 기록형 전자식 전력량계(국산화) | |
1999 | ○ | 심야전력용 복합 전자식 전력량계 | |
2003 | ○ | 역률관리용 전자식 전력량계 | |
2003 | ○ | 심야전력용 전자식 전력량계 | |
2007 | ○ |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 |
2010 | ○ | 고압고객용 전자식 전력량계 (외관 및 기능 통일) | |
2010 | ○ | E-type 저압전자식 전력량계 (보급형) | |
2011 | ○ | CT일체형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 |
2014 | ○ | G-type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 |
2016 | ○ | Advanced E-type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
한전의 AMI 사업은 정부의 에너지신사업 정책과 스마트시티 건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2009년 12월 첫 발을 뗐다. 이에 따라 2010년 50만 호에 지능형 계량기가 설치됐고, 10년이 지난 작년 12월 기준 848만 호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고압 고객의 경우 이미 AMI가 보급 완료됐으며, 지속적인 사업 추진으로 빠른 시일 내에 2,250만 호에 이르는 모든 저압 고객에게 AMI 보급이 확대될 것이다.
모든 전력계통이 하나로 연결되는 전력 서비스의 스마트화는 필연적으로 보안에 대한 우려를 낳기 마련이다. 한전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했다. 국정원의 엄격한 보안기준을 준수하는 자체 암호모듈을 개발하여 국가인증(KCMVP)을 획득해 중앙서버에서 보안모뎀까지 성공적으로 적용하였으며, 2021년까지 계량기에 이르는 전 구간에 적용할 예정이다. ‘국가 주요 기간산업 중 하나인 전력분야를 책임지고 있다’는 한전의 사명감과 긍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전은 AMI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력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2018년 7월, 스마트미터링처를 신설하였다. 스마트미터링처는 지난해 5월부터 제주도 42만 호를 대상으로 원격 검침 안정화, 전기품질관리 등 13개 분야에서 AMI 서비스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AMI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 적용해, 모든 국민이 21세기에 걸맞은 전력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제는 전기 소비도 ‘스마트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