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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 LIFE

SCIENCE
꿈의 물질, 초전도체!
손실 없는 에너지 시대 열다
최근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상온 초전도체는 의료, 통신, 항공 등의 에너지 전송과 저장은 물론, 전자기기의 작동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꿈의 물질이다. 에너지 효율성의 획기적인 향상은 인류 생존과도 밀접한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먼저 초전도체는 무엇이며, 우리 일상에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글. 임성숙 과학교사
도대체
초전도체가
뭐지?

초전도체는 일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어 전압이 없어도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뜨거워지는데 이는 전자가 원자핵과 부딪히면서 저항이 생겨 열이 나는 것이다. 전기가 흐를 때 저항으로 인해 평균 3.5~4%의 손실이 일어나는데, 이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전기저항 손실로 연간 최대 30조 원 가량의 피해를 입을 정도다. 그런데 초전도체를 사용하면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기 때문에 열도 발생하지 않고 손실도 없어, 무한히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전도체의 등장은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의 과학자 헤이커 카멜린 오네스가 절대 온도 4.2K(-268.8˚C)의 극저온 상태에서 수은의 저항이 완전히 0이 되는 상태를 발견하고 이를 ‘초전도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그 이후 초전도 관련 기술은 5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할 만큼 꾸준히 연구가 이어졌다. 그 결과 1987년에는 최초 발견보다 약 20배나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고온 초전도체 물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전도체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 카멜리 오네스
자기장을 밀어내는
공중부양 초전도체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것 이외에도 초전도체의 또 하나 주목할 특징은 마이스너 효과이다.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면서 초전도체가 공중에 뜨는 현상이다. 1933년 독일 물리학자 마이스너와 오센펠트가 주석과 납으로 된 초전도체 주변의 자기장을 측정하면서 발견되었다. 실제로 액체질소(-196℃)에 넣어 초전도체를 자석 위에 올려놓으면 둥둥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초전도체가 내부에 자체적인 자기선을 만들어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도체가 외부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이스너 효과에 의해 생성되는 자기력은 무척 크기 때문에 무거운 열차도 뜨게 할 수 있다. 기차가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 열차의 원리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온 초전도체라 하여도 77k(-196℃)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우리 생활 속,
초전도체는 어디에?

초전도체가 실생활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병원에서 뇌와 관절 등을 정교하게 검사할 때 사용하는 MRI이다. MRI(자기공명영상법)는 생체 조직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한다. 특히 뇌를 비롯한 사람의 몸은 대부분이 물이기 때문에 많은 수소 원자가 있다. 수소 원자 안에는 (+) 전하를 띤 양성자가 팽이처럼 자전하고 있는데, 이때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면 모든 수소 원자의 양성자 자전축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다. 양성자의 자전축이 자기장과 평행한 상태가 되면 RF코일(Radio Frequency coil)이라고 하는 고주파 전파를 보내준다. 이 주파수가 만드는 신호에 의해 체내 수소 양성자의 분포를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MRI 작동 시 강한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 코일 주변에 –269℃의 액체 헬륨을 두른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다. 보통의 영구자석으로 이런 세기의 자기장을 생성하려면 그 크기가 너무 커지고 무거워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상온 초전도체가 있다면 고가의 액체 헬륨을 지속적으로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저렴하게 MRI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초전도체는 이동 수단인 자기부상열차에 사용될 수 있다. 기차 레일에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서로 다른 극성의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용한 것이다. 선로와 열차가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마찰 저항이 매우 적어 낮은 동력으로도 높은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어 승차감이 좋다. 앞서 설명한 초전도체의 마이너스 효과가 자기부상열차에 이용된다. 강력한 초전도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높은 속도를 내는 초전도 반발식이 그것이다. 자기부상열차 바닥에 있는 초전도 자석과 레일의 전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척력을 갖게 되면서 열차를 공중에 띄우게 된다. 일본과 중국 등에서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나 초전도체 자석을 사용하려면 초기 설치 및 유지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어 상용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상태이다.

상하이 자기부상열차

이외에도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미래형 컴퓨터인 ‘양자컴퓨터’에도 초전도체는 사용된다. 2019년 구글은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해내는 53큐비트(양자컴퓨터 단위) 시카모어 프로세스를 선보이며 양자컴퓨터의 우월성을 알리기도 했다. 구글이 성공한 양자컴퓨터의 모양은 엄청난 크기의 인공위성처럼 보인다.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냉각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양자컴퓨터의 실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 양자컴퓨터
송전의 신세계를
여는 초전도
전력케이블

초전도체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발전소 및 변전소 등의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전기 사용량이 커지면서 전력케이블은 더욱 굵어지고 있어 땅속에 묻는 것도 더는 어려운 상태다. 대도시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 중인 초전도 전력케이블은 고온 초전도 도체를 사용해 케이블의 굵기를 줄이고, 전력 손실 없이 대용량의 전력을 송전한다.
초전도 전력케이블을 사용하면 송전 중 전기손실이 10분의 1로 줄어들며 송전용량은 5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초전도 전력케이블 1가닥은 구리케이블 10가닥 만큼의 송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사 유지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절연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변전소 건설 역시 최소화할 수 있어 전력 설비 건설을 반대하는 민원 문제 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다. 물론 영하 196℃로 액체질소가 케이블을 냉각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초전도 전력케이블은 도심의 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고온과 저온 등의 환경에 놓여 있는 우주 탐사선이나 핵발전소 등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전달이 가능하다.

상온 초전도체가 활용될 수 있다면 전기차와 고속철도에도 초전도 기술이 적용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꿈의 교통수단이 나올 것이다. 또한 양자 컴퓨터를 무릎 위 노트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MRI와 고급 의료기기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며 전자기기의 작동 방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에 대해 아직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류의 미래를 바꿀만한 획기적인 발견으로서 도전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