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ERGY & LIFE

PEOPLE 2
안전하고 친화경적인 차세대 에너지원
물 배터리 전문기업
㈜코스모스랩
리튬이온 배터리와 물 배터리. 용어 자체만 놓고 보면 성능‧안전성‧친환경성 등 다방면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압도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물 배터리 특유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은 기본, 성능과 경제성으로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위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인 물 배터리 전문기업 ㈜코스모스랩 덕분이다.
글. 강진우 , 사진. 김정호
㈜코스모스랩 이주혁 대표

물에서 발견한 차세대 배터리의 힌트

우리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를 살고 있다. 일상이 점점 편리해지고 있지만, 전기화의 필수 요소인 배터리에 대한 사람들의 물음표는 여전하다. 폭발·화재 등 배터리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다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제조 물질인 리튬과 각종 희토류를 채취할 때 심각한 환경 오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기술 보완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전히 안전성과 친환경성에서 불안 요소를 품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석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 박사·한국화학연구원을 거치며 10년 넘게 에너지와 배터리를 연구해 온 이주혁 대표는 물을 기반으로 하는 전해질을 사용해 친환경성과 안전성이 높은 물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2021년 3월 물 배터리 전문기업 ㈜코스모스랩을 설립했다. 물 배터리는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안한 배터리 개념으로, 기술 역사는 오래됐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부피와 무게가 커도 크게 관계없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일부 쓰였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코스모스랩은 기존 물 배터리가 가지고 있던 이러한 단점을 해결함으로써 성능·안전성·친환경성을 겸비한 차세대 물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물 배터리

리튬이온 배터리는 불이 잘 붙는 유기용매 전해질을 사용하며, 수분과 만나면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리튬이 주요 소재다. 반면 ㈜코스모스랩이 개발 중인 배터리는 물을 바탕으로 한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애초에 불이 붙지 않는다. 물에 젖은 종이가 불에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게다가 유기용매 대신 물을 전해질의 기반으로 활용하기에 배터리 생산, 재활용 등 다방면에서 친환경적이다.
“리튬과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물 배터리가 갖는 핵심 강점입니다. 환경 오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으며 희토류 중 하나인 코발트 광산은 입구가 좁아 아이들이 채취 작업을 하는데, 물 배터리는 이러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자유롭습니다.”
아울러 ㈜코스모스랩은 야자수 껍질 등과 같은 폐목재를 태워 만든 활성탄을 배터리 전극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제조 공정상의 친환경성을 높이는 결과도 낳았다. 활성탄을 사용하다 보니 별도의 활물질을 코팅하지 않아도 되고, 활물질 코팅 공정에 쓰이는 독성을 띤 용매를 쓰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의 친환경성을 향한 ㈜코스모스랩의 집념이 만들어 낸 초록빛 성과다.

(주)코스모스랩이 개발한 물 배터리

성능과 경제성까지 두루 갖추다

아무리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더라도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150~200Wh/kg인데 반해, 기존 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코스모스랩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현재 자사 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100Wh/kg까지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2분기에 150Wh/kg, 2025년에 200Wh/kg의 에너지 밀도를 가진 물 배터리를 개발·출시할 계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히는
온도별 성능 면에서도 우리의 물 배터리가 뛰어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춥거나 더운 환경에서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심지어 작동을 멈추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개발한 물 배터리는 -40~45℃의 폭넓은
온도 환경에서 문제없이 충·방전이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성능 저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가격 경쟁력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능가한다. 비싼 리튬과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물 기반의 전해질을 사용하기에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활성탄과 함께 물 배터리의 전극 소재로 쓰이는 아연과 브롬은 리튬 대비 매장량이 100배 이상 많아 상당히 저렴하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향한 전진

물 배터리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에너지 밀도 문제를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약 70%까지 높인 ㈜코스모스랩은 올해 초부터 전기 오토바이·전동 킥보드·전기 자전거 등을 제작하는 전동 모빌리티 업체에 물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 자동차·ESS 등 고밀도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충분히 자신감이 있고, 지금껏 이를 착실하게 증명해 왔습니다. 다만 물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기술 개발과는 또 다른 과제입니다. 지금은 연구실 정도의 규모에서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지만, 대량 생산을 하려면 공장과 설비를 도입해야 하고 제조 공정도 새롭게 손봐야 하죠. 우리 회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랩의 사업 영역인 배터리 산업은 소프트웨어·서비스 산업과 달리 전통적인 제조업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이를 대량 생산해서 널리 보급하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혁 대표는 회사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량 생산 체제의 선행 단계인 기술 개발이 매우 수월하게 진행 중이며,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배터리에 요구하는 덕목들을 물 배터리에 함축시키고 있는 ㈜코스모스랩. 이들이 만들어 갈 차세대 배터리 시장이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