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때 김물결, 김용원 작가의 전시를 보면서 작품과 관객들 사이의 거리가 빠르게 좁혀지는 것을 목격했어요. ‘나도 이런 공간에서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때마침 2회 주제가 ‘공간에서 공감으로’더군요. 참가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제 작품 활동의 키워드는 ‘태우다’와 ‘태어나다’예요. 멀리서 보면 그림 같지만, 사실은 한지 조각 하나하나를 불로 태워서 모양과 명암을 만들고 겹겹이 붙이면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나무를 태우고 남은 숯을 주요 오브제로 활용하고 있죠. 우리 모두는 열정을 불 태우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떠나보내지만, 그 시간과 경험이 켜켜이 쌓이면서 점점 더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잖아요. 제 작품은 이런 우리의 삶을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어요.
설치 작품인 <숯나무>와 <Pandemic-Landscape distancing>을 꼽고 싶어요. 두 작품 모두 보는 각도, 거리, 높이에 따라 다른 풍경을 선보이기에 작품을 다방면으로 감상할 수 있어요. 여러 각도로 감상하기 위해 작품 주변을 맴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관람객들과 시선이 마주치고 동선이 겹칩니다. 작품을 중심으로 한 공감과 소통의 장이 자연스럽게 열리는 셈이죠. 그러니 되도록 여러 위치에서 작품을 감상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지난 10년 동안은 평면 위주의 작업에 몰두했는데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설치, 영상 등 다양한 기법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시키고 싶어요. 아울러 자연과 함께 일상의 영역도 작품의 주제로 끌어들여서 관람객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갈 생각이에요.
저는 도형과 기호, 기하학적 형태들을 끊임없이 연결하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또한 한 작품 속에 다양한 감정과 풍경, 이야기를 폭넓게 담기도 하는데요. 제 작품 특유의 연결성과 관계성이 ‘공간에서 공감으로’라는 주제와 만나 따뜻한 감정적 연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Wonderland>라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나름의 놀이터를 갖고 있잖아요. 저의 놀이터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매일 운동 삼아 오가는 숲이에요.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과 그곳에서 마주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저를 즐겁게 만들죠. 여기에서 느낀 행복을 <Wonderland>에 표현했어요. 이 작품을 본 관람객들이 서로의 놀이터를 떠올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공유하며 즐겁게 놀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도전한 모빌 작품이에요. 모빌은 같은 연결대에 매달려 서로 움직이고 부딪치면서 다양한 모습들을 연출하는데요. 관람객들도 <별의 숲>을 연결대 삼아 하나로 이어지며 마음을 나누기를 바라는 의도로 만들었어요. 줄에 매달린 오브제들은 모양이 제각각인데, 이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존중도 표현하고 싶었죠.
모빌 작품처럼 관람객이 참여함으로써 서로 다른 풍경을 만들고 공유하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작품의 규모를 키워 볼 생각도 갖고 있어요. 새로운 재료와 표현 방식에 대한 저의 고민과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저의 작품 활동과 아주 잘 들어맞는 주제여서 이번 전시가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에는 각각의 정체성과 가치관,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저는 SNS를 통해 무작위로 선정된 분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분들이 사는 공간에서 겪은 이런저런 사연을 집이라는 공간을 매개체로 표현해요. 관람객들이 그림 속에서 자신의 삶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요.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뉘는데요. 먼저 앞서 말씀드린 과정을 토대로 완성된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집 구경’ 시리즈가 있고요. 이와 함께 종이접기로 나만의 작은 집을 만들고 그 안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체험형 프로그램 ‘내 집 마련 프로젝트’도 즐길 수 있어요.
‘저 집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를 상상하면서 작품을 주의 깊게 감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 녹아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고 상상의 끝에서 작품 속 집과 내 삶 사이의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저의 작품이 나와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는 거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를 작품화하고 싶어요. 같은 형태의 주거공간에서 어떠한 삶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나아가 어쩌면 우리가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가게 등에 대해서도 다뤄 볼 생각입니다.
저는 금속을 이어 붙이는 스틸 퀼팅 방식, 금속을 볼트와 너트로 접붙이는 볼팅 접합 방식을 활용해 금속 조각을 만듭니다. 사용감이 있는 소재들을 통해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소중한 기억이나 희미해진 추억을 끄집어내고 공감을 일으키는 것이 제 작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제 작품과 이번 전시 주제는 아귀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조각가의 아뜰리에(작업실)’입니다. 제가 조각가로서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일련의 작업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완성된 작품들을 한 공간에 어우러지게 배치함으로써 저와 관람객, 관람객과 관람객 사이의 감정적이고도 경험적인 공감을 형성하고 나누고자 합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조각가의 삶을 경험하실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단순히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만지고 작동시킴으로써 더욱 실감 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겁니다. 아울러 오감으로 공간과 작품을 느끼도록 음향, 영상 등도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능동적으로 작품에 다가가서 온몸으로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극장’이라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소극장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조각가의 소극장’ 위에서 주인공으로 움직이고 있고요. 이런 모습들을 내밀하게 보여드리고, 관람객들이 각자의 소극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