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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시작은 ‘잠시 멈춤’입니다
휴전작업 확대 시행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전기. 정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전기품질은 그동안 안전을 담보로 얻어졌다. 이제 한전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안전을 위해 전기를 잠시 멈추는 휴전 전기공사 공법을 시행하고 있다.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는 휴전작업의 필요성을 생각해본다.
글. 최민곤 한전 배전운영처 차장

호당 정전시간 9.05분, 최고의 전기품질

전 세계적으로 전기품질을 평가하는 지표로 SAIDI(호당 정전시간, System Average Interruption Duration Index)라는 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이 지표는 가구당 정전시간을 의미하며, 수치가 낮을수록 정전 없이 안정적 전력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호당 정전시간은 9.05분으로, 미국, 유럽 선진국 등이 40분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보유하고 있다. 우수한 전기품질로 국가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온 한전은, 이제 고품질의 전력을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그 후 이어진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작업자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전은 2022년 “‘효율’에서 ‘안전’으로의 전면적 패러다임 전환” 선언 후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사 현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감전 분야에서의 재해를 더욱 줄여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호당 정전시간은 9.05분으로, 미국, 유럽 선진국 등이 40분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보유하고 있다.
우수한 전기품질로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온 한전은,
이제 고품질의 전력을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간접활선 공법 재해율 80% 감소

전기공사 방법은 크게 전기가 흐르는 선에서 작업을 하는 활선(무정전) 작업과 전력공급을 중단하고 전기가 흐르지 않는 선에서 작업하는 휴전작업 두 가지로 나눈다. 활선작업은 전력선에 직접 접촉하여 작업하는 직접활선 공법과 절연스틱을 활용해 작업하는 간접활선 공법이 있다.
한전은 1992년부터 약 30여 년간 직접활선 작업을 수행해 왔다. 직접활선 작업은 정전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작업자의 감전 재해 위험이 높다. 따라서 2018년부터 간접활선을 도입하여 스틱을 활용한 작업을 정착해 나가고 있다. 2018년 도입 초기 공법 전환 6.3%, 2019년 27.7% 등을 거쳐 2023년 10월 현재는 99%의 공법활용률을 보인다. 간접활선을 도입하면서 도입 전과 비교하면 연간 감전재해율이 35건에서 6건으로 줄어 약 80%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간접활선 공법은 감전재해 감소에 큰 기여를 하지만, 간접활선 공법은 가공 특고압 공사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지중고압공사를 비롯한 저압공사 등에서는 여전히 감전재해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잠시 멈추는 휴전작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휴전작업 확대, 감전재해 제로를 향한 시작

한전은 연간 약 1만 건 정도의 휴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체 공사 약 27만 건 중 약 4% 수준으로 휴전작업률은 매우 낮은 상태이다. 이는 한전이 전기품질을 위해 약 30여 년간 무정전 작업을 장려해 왔고, 그에 따른 고객들의 정전 경험 부족으로 휴전에 대한 수용성이 낮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크고 작은 민원도 공사 담당자들의 휴전작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한 생명유지장치 사용 고객, 영업점의 생계유지형 장비인 카드 POS와 횟집 펌프 등 전력공급 중단이 어려운 고객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휴전작업은 감전을 막고 작업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법이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함께 갈 수 있는 휴전작업은 국민의 적극적인 이해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모 방송국 다큐의 ‘전기, 편리함보다 중요한 것들’에 나온 휴전을 생각하는 외국인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자. 영국의 출연자는 “작업자에게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휴전작업을 한다고 사전에 안내받는 게 정전이 일어나서 놀라는 것보다 나아요.”
이처럼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고,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으며, 전기공급 중단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가 진행되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전원공급유지장치(UPS) 보유 등 휴전에 대한 사전 대비가 잘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독일의 출연자는 안전을 중요 커리큘럼으로 선정해 어릴 적부터 교육함으로써 안전 최우선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고 전한다. 우리도 안전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휴전의 필요성 이해하고 참여하는 변화 필요

한전은 휴전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검토 중이다. 생명유지장치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이동형 발전기 지원, 카드 POS 등 필수 영업설비에 소형 UPS 지원을 통한 전력공급 등 꼭 필요한 설비에 전력공급을 유지하는 방안을 수립 중이다. 또한 휴전 수용 고객에게 휴전 대비 물품(휴대용 배터리 등)을 지급하여 휴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런 지원방안들은 시범사업을 통해 실효성을 검증하고 지속 보완하여 명확한 제도를 갖출 예정이다. 또한 You-tube, SNS, 신문 및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국민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잠깐의 정전, 휴전으로 겪는 우리의 작은 불편함은 전기공사 근로자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시작점이다. 휴전작업, 이젠 적극 이해하고 참여하는 우리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