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o Sans KR';
미디어(media)는 라틴어 미디움(medium)의 복수형으로 ‘무언가를 매개하는 것’을 뜻한다. ‘매개’는 둘 사이에서 양편의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회화나 조각 같은 기존 예술과는 달리 미디어아트의 특이점은 바로 이 ‘매개’한다는 것에 있다. 미디어아트는 작가와 작품, 관람객 사이를 연결한다. 넓은 의미의 미디어아트는 사진이 발명된 19세기 이후 등장한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예술을 다 포함한다. 좁게는 TV라는 매체를 통해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1960년대의 백남준을 미디어아트의 출발 시점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아트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게임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 기술 발달에 따른 미디어아트의 소재와 유형이 다양해졌다. 오늘날 미디어아트는 인터랙티브 아트, 디지털 아트, 웹 아트, 인터넷 아트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기계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미디어아트의 핵심 가치는 기술일까? 아니면 예술가의 창의성일까? 미디어아트는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장비로 구현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는 창작자로서 예술가와 기술자의 경계에 서 있다. 컴퓨터로 몇 분 만에 뚝딱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새로움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그저 예술가의 자기 복제에 불과하다.
예술이 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는 ‘독창성’이다. 독창(獨創)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것을 모방함이 없이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거나 생각해 냄’이다. 미디어아트 가 예술이 되려면 독창적이고 미학적인 의미를 지녀야 한다. 그렇기에 미디어아트에 접목된 기술보다는 작품이 핵심이다. 모든 작업을 컴퓨터로 했다고 해서 가치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예술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모두 드러내기 위해 기술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서울에서는 아시아 최대 ‘빛의 시리즈’를 볼 수 있는 워커힐 ‘빛의 시어터’가 있다. ㈜티모넷이 제주도의 ‘빛의 벙커’ 성공에 힘입어 1963년 현대적인 무대 시설을 갖춘 최초의 극장으로 개관한 워커힐 대극장을 개조해 2022년 몰입형 전시 공간인 ‘빛의 시어터’를 열었다. 워커힐 대극장이 공연장의 과거를 그대로 살린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유휴 공간을 미디어아트 전시장으로 활용한 도시 재생의 일환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빛의 시어터’는 21m의 높이와 1,000평의 넓이를 가진 공간감을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과 음악에 둘러싸여 온전히 몰입하게 되는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관람객은 수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관람하며 몰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빛의 시어터’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Gustav Klimt, Gold in Motion) 전시가 오는 3월 5일까지 진행된다. 이 전시는 구스타프 클림트, 한스 마카르트, 오토 바그너, 에곤 실레 등을 통해 19세기 말부터 빈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이 걸었던 길을 돌아본다.
전시 기간 2023년 3월 5일까지 장소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77, 빛의 시어터 in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2022년 개관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wangju Media Art Platform, 이하 G.MAP)은 광주시립미술관 소속의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이다. 이곳은 지하 2층, 지상 3층 등으로 총 5층 규모로 국내 최고 수준의 미디어파사드와 전시·교육·체험 복합공간을 갖추고 있다. G.MAP에서는 ‘제2의 백남준’이라고 불리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을 오는 4월 30일까지 개최한다. 부제는 ‘1980년 5월, 작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가상의 문’이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예술적 성과를 이룬 이이남은 고전 회화의 축적된 시간성을 동시대적인 미디어아트 기술에 접목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감성이 혼재하는 흥미로운 시공간을 제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 설치 등 20여 점을 공개한다. 기억이 시간의 순서가 아닌 파편으로 남아있듯이,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층별 로비를 포함한 곳곳에 작가의 기억을 숨겨놓아 관람객이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 기간 2023년 4월 30일까지 장소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제1, 2, 4전시실
울산시립미술관은 울산시가 광역시 승격 25년 만에 처음 생긴 공공미술관으로 2022년 1월 6일에 개관했다. 이제 갓 1년을 넘은 신생 미술관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을 모두가 공유하는 참여와 체험의 공간’을 목표로 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미술계에서 급부상한 미디어아트를 미술관의 품으로 진지하게 품었다. 이곳은 지하 3층, 지상 2층의 규모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전시실이 하나 있다. 바로, 국내 공공미술관 최초 실감 미디어아트 전용관인 XR랩(Extended Reality Lab)이다. 이곳은 307㎡(92.8평) 규모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의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XR랩에서는 양정웅 작가의 개인전 <X 미인도> 전시가 오는 2월 19일까지 열린다. 전시명인 ‘미인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의 여성화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美人圖), ‘단오풍정’(端午風情), ‘월하정인’(月下情人), ‘월야밀회’(月夜密會)를 다차원 영상으로 제작한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신윤복의 독특한 조형 언어를 확장현실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다. 신윤복의 작품을 현대적인 시선에서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시 기간 2023년 2월 19일까지 장소 울산광역시 중구 미술관길 72 XR랩
관람객은 미디어아트 전시장에서 마음껏 공간을 움직여도 되고,
어느 곳에서든지 원하는 만큼 촬영을 해도 된다.
적극적으로 관람하는 게 전시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 고등미술연구원 예술경영학과에서 수학했고, 파리 고등실천연구원에서 서양예술사학과 고고학으로 석사 학위,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미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현재 이상아트(주) 대표이사이자 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