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기품이 넘쳐나는 경주지사 사옥은 경주시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지난 30여 년간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한 한전 경주지사는 1989년 준공한 비교적 오래지 않은 건물이다. 그러나 2016년 경주지진 피해로 기와 18만여 장을 보수하였고, 2020년 다시 내진 보강공사를 거쳐 재난 재해에도 강한 현재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설계부터 보수까지, 사옥은 광명이세(光明理世)라 쓴 기념석과 고객지원부 앞의 통일신라 최초의 석등이 모두 역사 도시 경주에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경주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경주하면 문화관광 도시로만 생각하는데, 외곽으로는 농축산업과 산업단지가 배후에 넓게 들어서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가까이 있어 자동차 부품과 금속가공 업체로 이뤄진 산업단지가 잘 발달해 있고,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바닷가도 인접해 있어 우리 지사의 관할 면적이 서울시의 2.2배에 이릅니다. 조금은 놀랄 만하죠.”
경주지사 고객지원부 이창동 차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는 국가 기간사업이 조화를 이룬, 역사·관광·산업도시라는 분명한 색깔을 가진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경주지사가 맡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의 중요도도 커져가고 있다. 특히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구로 정해져 있어 문화재 발굴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전력공급 공사 현장에서도 문화재가 나오면 바로 멈추고 문화재청에 신고한 후 발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경주지사의 하루 평균 공사 건수는 30여 건. 이는 동일 규모 사업소의 2.7배이며 전국 사업소 최다 수준이다. 그런 만큼 현장을 잘 확인하고 안전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부들은 하루에 한 곳 이상의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안전 감시 인력을 확대해 나가는 등 경주지사의 안전관리 체계는 그 어느 곳보다 촘촘하다.
천마총으로 유명한 대표적 고분 유적지 대릉원의 지상기기를 점검하기 위하여 사무실을 나서는 배전운영부 장문수 대리와 장소연 사원. 두 사람은 추운 날씨에도 경주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 사이를 지나 천마총 근처 담벼락 가까이 설치된 지상기기로 향했다. 열화상 카메라와 PD 진단 설비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하며 내부를 찬찬히 둘러본다. 몇 가지 테스트를 끝내고 돌아나오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유적지의 전력설비는 좀 더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설비가 고장이 나거나 정전이 된다면 경주시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큰 불편을 겪게 되고, 자칫 유물 등에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까요.”
살짝 긴장감을 풀어내며 설명하는 장문수 대리의 목소리에서 단단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난해 경주지사는 ‘밝은 빛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전력공급 100년을 맞았다. 태풍 ‘힌남노’의 내습으로 힘든 100주년을 맞이하였지만, 직원들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했고, 정승일 사장도 직접 방문하여 직원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100년을 이어온 이 빛은 2023년 계묘년 새해, 새로운 한 세기를 시작하는 희망의 빛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운 고도, 풍요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역사 도시 경주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에 열정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