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본고장에서 새 역사를 썼다!” 2019년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오른 BTS에 대한 외신 평가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퀸·비틀스·마이클 잭슨 등 초특급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된 ‘꿈의 무대’로 통한다. 이틀간 진행된 BTS 공연에는 무려 12만 관객이 몰렸고, 세계 각지에서 온 팬들의 ‘한국어 떼창’도 화제가 됐다. BTS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투어와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스타디움 투어(2018~2019)는 한국 가수 최초의 세계 스타디움 투어이자, 한국 콘서트의 역사를 새로 쓴 공연이었다. 2018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세계 30개 도시에서 62회 공연으로 206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초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고,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s)에서 ‘올해의 콘서트 투어(Tou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등 각종 시상식에서 수많은 콘서트 관련 상을 수상했다. 스타디움 투어를 치르며 BTS는 월드 스타의 위상을 증명했고, K-POP 공연 연출 또한 전인미답의 영역에 들어섰다.
스타디움 월드투어의 포문을 연 미국 LA 로즈볼 공연 오프닝 무대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신전을 상징하는 거대한 무대 세트, 디오니소스 신의 상징인 표범을 거대하고 실감 나게 구현한 조각상(실제로는 빠른 무대 전환을 위해 풍선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야외공연의 묘미를 살린 불꽃놀이 등 압도적인 무대장치가 BTS의 노래와 춤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솔로 무대에서 정국은 그네를 타고 스타디움 한가운데를 날아다녔고, RM은 AR 기술 위에 올라타 마법 같은 무대를 펼쳤다. 모두 김상욱 PD가 이끄는 공연연출팀 ‘PLAN A’의 고심 끝에 탄생한 아이디어였다.
K-POP 아티스트들과 함께 전 세계 공연장을 돌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상욱 PD는 JYP US 투어, 원더걸스 월드 투어, CNBLUE 월드 투어 등 수많은 K-POP 월드 투어 콘서트의 총 연출을 맡아왔다. 김상욱 PD가 2010년 설립한 PLAN A는 BTS의 2013년 데뷔 쇼케이스부터 7년 동안 대부분의 공연을 연출했다. BTS가 2,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고척스카이돔을 거쳐 5만 석의 로즈볼로 무대를 넓히는 동안 PLAN A의 연출도 발전을 거듭했다.
두 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관객의 마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시청각적 매력뿐만 아니라 곡의 배치와 절묘한 흐름을 통해 ‘관객의 마음을 내내 붙잡는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김상욱 PD가 만든 공연은 아티스트의 노래와 퍼포먼스, 멘트 등이 유기적으로 엮여 하나의 이야기로 흐르는 게 특징이다.BTS의 세계관과 공연 연출 역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진화하며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크게 고민하지 않으면 그냥 멋있는 무대 20곡을 붙여 놓은 두 시간짜리 공연이 되기 쉬워요. 실제로 그런 타입의 공연이 예전엔 꽤 많았죠. 그런데 저는 5분짜리 무대 스무 개가 아니라, ‘한 덩어리’인 두 시간짜리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콘서트는 그저 가수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가창, 안무, 연주, 조명과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들려주고 보여주는 예술이거든요.”
극적인 퍼포먼스를 위해 무대 스크린과 조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김상욱 PD는 ‘공연 예술에서 ‘빛’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귀띔했다.
“라이브 공연 무대에서 연출자가 일종의 편집 장치로 사용할 수 있는 게 바로 조명입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에만 조명을 쓰고 다른 데는 빛을 없애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잖아요. 제가 올해로 딱 20년째 공연 연출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비하면 조명·영상 장비가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원더걸스나 2PM 등 퍼포먼스가 많은 아티스트 공연 땐 화려한 조명과 영상을 많이 썼는데, 4~5년 전부터는 한 곡에 한 컬러, 많아도 두 컬러만 써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죠.”
“K-POP의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발전차에서 나오죠.
작은 공연장은 발전차 3대 정도 들어가서 600kW가량,
큰 공연장은 발전차 12대 정도 들어가서 3천kW 정도 쓰니
거의 발전소 수준이죠.”
김상욱 PD가 세계 무대에서 체감한 ‘K-POP의 에너지’는 무엇일까.
“K-POP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발전차에서 나오죠.(웃음) 농담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발전차를 정말 많이 써요. 작은 공연장은 발전차 3대 정도 들어가서 600kW 가량, 큰 공연장은 발전차 12대 정도 들어가서 3천 kW 정도 쓰니 거의 작은 발전소 수준이죠. 세계를 매혹한 K-POP의 에너지는 이렇게 발전차, 음향, 특수효과, 큐시트 하나하나까지 모든 디테일에 꼼꼼한 한국인의 특성이 종합적으로 꽃피운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연출한 공연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매 순간 전율을 느낀다. 내가 그린 무대에서, 내가 정한 큐시트대로 이어지는 두어 시간의 공연 동안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희열이야말로 길고 고된 준비 기간을 버티게 하는 힘일 터. 목표는 더 많은 관객에게 더 빛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300석의 소극장이든 60,000석의 스타디움이든, K-POP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공연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뜨거운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싶다는 김상욱 PD. 후배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 또한 계속할 생각이다. K-POP 아티스트와 관객, 연출팀 모두에게 한 수 위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김상욱 PD의 에너지가 무대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