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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 LIFE

PEOPLE 2
잔소리꾼 아닌 프로공감러로 펜을 들다
웹툰 <기후위기인간> 구희 작가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발이 묶였던 2020년 여름, 50일째 장마가 이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던 그날, 코로나 블루의 늪 언저리에서 구희 작가는 생각했다. ‘기후 위기로 일어난 전염병과 무기력해진 일상의 원인을 알아야 해! 그리고 알려야만 해!’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직접적이고 긴박하게, 소통하기 위해 작가는 생애 첫 웹툰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글. 편집실, 사진. 안지섭

오늘과 이어진 기후 위기, 함께 풀어야 할 공동 숙제

아티스트란 사회 문제에 가장 기민한 존재이다. 전쟁과 산업화 등 역사적 주요 사건마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사조가 탄생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도화선이 된 기후 문제의 민낯에 대해 창작자들은 작금의 위기와 경고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느라 분주하다. 구희 작가와 주변 예술가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환경에 대한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했어요.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예술가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인류의 욕망이 우리의 터전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됐죠. 기후 변화라는 주제 아래 펼쳐진, 방대한 이야기의 갈래들은 웹툰 <기후위기인간> 속 에피소드 확장에 자양분이 됐어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방식은 웹툰이었다. 누구나 금세 몰입할 수 있는 장르적 선택으로 만화가 필요했다. <기후위기인간> 속 캐릭터 ‘구희’는 작가의 일상과 닮아 있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편리함과 타협하는 자기모순을 꼬집기도 하고, 단 한 명의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없음에 좌절하기도 하며,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지닌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주제 때문인지 일반적인 웹툰 댓글과는 독자들의 반응이 달라요. 기후 위기 문제 앞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기후위기인간>에서 공감하더라고요.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고, 들끓는 마음으로 분노가 일기도 하죠. 한쪽에 공감파가 있다면 환경문제에 있어 준전문가 수준의 학구파 독자들도 있으세요. 댓글만 봐도 배움이 있는, 참으로 독특한 웹툰이죠?”
기후 위기에 대한 연재가 회를 거듭할수록 구희 작가의 펜 끝에는 ‘잔소리가 돼선 안돼!’라는 자기검열이 무게를 더해갔다. 환경과 윤리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인식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열린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웹툰에 이어 교육 콘텐츠 제작, 국제기후환경 포럼에 연사로도 활동하며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기후위기인간> 구희 작가!
“지금껏 책과 다큐멘터리 등의 자료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어왔는데요. 갈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직접 해당 지역을 찾아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기후 위기란 바로 우리의 오늘과 이어져 있으니까요. 경제 개발, 사회 구조, 기후 우울증, 인류의 욕망 등은 모두 기후 위기와 연결되어 있어요. 하나의 유기체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의 숙제인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