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지역인 솔라 벨트에 자리한 멕시코. 한국전력공사는 2019년부터 소노라주를 비롯한 세 지역에 294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3년 멕시코 소노라주는 연내 100MW 규모의 타스티오타(Tastiota) 태양광발전소와 99MW 규모의 엘 마요(El Mayo) 태양광 발전소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멕시코 태양광 발전소는 한전이 중남미에서 추진하는 첫 태양광 사업이자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다. 태양만큼 뜨거운 열정을 지닌 나라, 멕시코로 떠나보자.
(왼쪽) 멕시코시티의 중심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파세오 데 라 레포마’와 독립의 천사 로터리.
(오른쪽) 거리마다 붉은 빛이 피어오르는 멕시코의 일몰.
선인장이 자라는 메마른 사막과 열대 우림, 거대한 피라미드와 유럽풍 궁전,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신 해변, 광활한 대지만큼 다양한 기후와 풍광이 존재하는 멕시코. 인디오와 스페인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멕시코는 나라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야, 아즈텍, 테오티우아칸, 톨텍 문명이 쌓아 온 시간은 멕시코 곳곳에 남아 오늘날까지 빛나고 있다. 또한 카리브해와 유카탄의 아름다운 해변까지 더해져 멕시코의 멋과 맛을 알게 된 순간, 그 누구도 쉽게 이 나라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멕시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멕시코 예술 궁전.
입과 눈이 즐거운 멕시코의 심장,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의 별명은 미식의 수도다. 멕시코 음식은 아스테카 문명이라는 고대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1325년 아즈텍인들이 현재 멕시코시티가 자리한 텍스코코 호수에 정착하며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만든 토르티야 문화를 꽃 피웠다. 이후 농가에서는 새참으로 토르티야에 여러 재료들을 싸서 타코를 만들어 먹곤 했는데, 각지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며 멕시코시티는 타코 경연장이 되었다. 지금도 멕시코시티의 중심, 소칼로 광장에는 고수를 올리고 라임과 살사 소스를 듬뿍 뿌려 먹기 좋은 타코 가판대, 타케리아가 즐비하다.
멕시코시티 구경도 식후경. 양고기 타코와 곱창 타코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소칼로 광장 옆 국립궁전을 둘러본다. 황금빛 유리 돔, 아르누보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흰 대리석 외관이 눈이 부신 국립궁전을 마주하자 카메라 셔터가 절로 눌러진다. 국립궁전은 외관뿐만 아니라 멕시코 벽화 운동을 주도했던 거장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트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벽화로도 유명하다. 그중 백미는 강렬한 색감을 뿜어내는 디에고의 ‘우주를 지배하는 인간’이다. 한편, 벽화의 대가 디에고 리베라와 그의 아내 프리다 칼로가 살던 푸른색 집 카사 아줄은 프리다 칼로의 작업실과 침실을 간직한 박물관이 되어 남아있다.
1907년에 문을 연 바로크 양식의 멕시코시티 중앙 우체국의 고아한 자태에 감탄하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 ‘알라메다 센트럴’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녹음이 우거진 공원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 벤치에서 책 읽는 사람 등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공원에서 휴식 후 멕시코시티가 번잡하고 위험한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건설했다는 호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으로 향한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큐브형 책장으로 가득한 도서관의 초현실적인 풍경에 압도되고 말았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박물관 이름은 멕시코의 정치가이자 교육자, 철학자, 작가로 멕시코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호세 바스콘셀로스 이름을 따라 지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호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웅장한 외관의 해의 피라미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왼쪽)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호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오른쪽) 웅장한 외관의 해의 피라미드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걸어서 아즈텍 문명 속으로, 테오티우아칸
멕시코시티에서 북동쪽 약 50km 떨어진 해발 2,300m 고원에 ‘신들의 고향’이란 뜻의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이 있다. 기원전 200년부터 문명을 꽃피운 테오티우아칸에 들어서자, 탁 트인 벌판 위에 솟아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길이 3km에 달하는 ‘망자의 길’이 고대 도시를 가로지른다. 이 길을 통해 신전과 광장, 달의 피라미드, 해의 피라미드, 케찰코아틀 신전을 둘러볼 수 있다. 그 중 ‘해의 피라미드’는 한 변의 길이가 무려 230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피라미드다. 이집트 피라미드가 왕가의 무덤이라면 멕시코 피라미드는 인신 공양을 올리는 신전 역할을 했다. 뜨거운 뙤약볕 고대도시를 걸으니 ‘이토록 건조한 자연환경이 고대인들이 비를 상징하는 뱀을 만들게 하고, 산 사람을 제물로 바쳐가며 비를 기원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바람과 모래의 땅, 소노라와 치와와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소노라의 거대한 사막에 숨겨놓은 비경을 만날 수도 있다. 척박한 황무지처럼 보여도 다양한 종의 선인장과 동식물이 살고 있다. 특히 ‘사막의 제왕’ 이라 불리는 사와로 선인장은 서부 영화 속 그대로다. 소노라는 사막뿐만 아니라 토착 문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길게 뻗은 해안선들로 가득하다.
렌터카를 빌려 리오 소노라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이 길은 주도인 에르모시요에서 북쪽으로 이어져 있으며 소박한 농장과 목장, 시골 경치가 옛 멕시코의 정취를 선사한다.
멕시코에서도 가장 건조한 지역은 북부 해발 1,430m에 자리한 도시 치와와다. 치와와는 원주민어로 ‘건조한 땅’을 뜻하며, 견종 치와와의 고향이다. 치와와에선 ‘엘 체페’ 열차를 타고 구리 협곡인 '코퍼 캐니언(Copper Canyon)'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협곡의 벽이 구리빛을 띠어 구리 협곡이라 불리는 이 협곡은 면적이 65,000㎡로 미국의 그랜드캐니언보다 큰 거대 협곡이다. 약 4,000만 년 전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화산재가 쌓여 협곡을 이루었다.
멕시코 소노라 사막의 탁 트인 풍경.
코퍼 캐년이라는 이름은 협곡 주위에서 자라는 구릿빛 이끼에서 비롯되었다.
(왼쪽) 멕시코 소노라 사막의 탁 트인 풍경.
(오른쪽) 코퍼 캐년이라는 이름은 협곡 주위에서 자라는 구릿빛 이끼에서 비롯되었다.
투명한 바다와 푸른 세노테의 향연, 칸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파란 바다는 칸쿤의 첫인상. 긴 비행으로 노곤해진 몸에 갑자기 기운이 솟는다. 공항을 빠져나와 화려한 리조트가 즐비한 칸쿤 호텔 존으로 향한다. 칸쿤 호텔 존은 숫자 7모양 길고 얇은 지형의 섬으로 7의 안쪽은 라군, 바깥쪽은 카리브해를 품은 긴 백사장으로 이루어져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푸른 바다와 수영장, 멕시칸부터 아시안, 프렌치까지 끝도 없이 펼쳐지는 미식의 향연까지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안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리조트 밖에는 천연 동굴 신비로는 세노테(Cenote)가 지천이다. ‘세노테’는 석회암 암반이 함몰된 일종의 싱크홀로 그 기원이 마지막 빙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빙하기 동안 해수면이 낮아지며 바다에 잠겨 있던 유카탄반도 석회암 지대가 드러났고, 석회암 토양에는 지하수에 빗물이 고여 천연 동굴 세노테가 형성됐다. 고대 마야인들은 세노테를 소중한 수원지이자 불가사의한 성지로 여겼고, 지금 세노테는 여행자의 스노클링 성지가 됐다.
동굴 하면 어둡고 축축한 지하, 종유석만 떠올렸는데, 세노테 앞에서 그 편견은 산산이 부서졌다. 와. 세상에. 풍덩. 동굴 안 에메랄드빛 물을 본 순간 탄성을 지르며 뛰어들고 말았다. 차갑긴 해도 이토록 맑고 깊은 물이 흐르다니. 물속에서 두리번대는 내 앞으로 꼬마 거북이 두 마리가 환영하듯 헤엄치며 다가온다. 칸쿤의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맞이 하는 행복한 순간이다.
투명한 물과 늘어진 뿌리가 아름다운 세노테.
대자연과 첨단 기술의 만남, 포레스트 시티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아르키테티가 디자인한 포레스트 시티 마스터 플랜을 보면 칸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스테파노 아르키테티는 칸쿤의 열대 우림 속에 자연을 보호하고 빈곤을 종식시키는 건강한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 클러스터를 고안했다. 태양열 패널로 도시를 둘러싸고 수로를 해상 파이프와 연결해 관개 농업을 활성화하며 557헥타르의 부지에 7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연간 11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포레스트 시티가 완공될 경우 13만 명의 사람들이 식물로 덮인 집에 살며, 자연과 도시가 얽혀 하나의 유기체처럼 역할을 하는 도시 생태계를 구축 할 수 있다. 마스터 플랜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미래 도시를 향한 원대한 계획과 노력이 있기에 저탄소 스마트 시티를 위한 기술이 진보하는 것이 아닐까.
FOREST CITY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
MEXICO IN SOLAR BELT
멕시코는 연평균 일조량 6.36kWh/㎡로,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국가다. 한전은 지난 2019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착공했다. 한전과 스프로트코리아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캐나다 솔라사와 소노라주를 포함한 멕시코 세 지역에 294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 뒤 35년간 운영하며, 전력을 생산한다. 멕시코 태양광 발전소는 한전이 중남미에서 추진하는 첫 태양광 사업이자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신재생 에너지 개발 사업이다. 2023년 2월 95MW 규모의 호루스(Horus) 발전소를 시작으로 2023년 11월 멕시코 소노라주(州)는 연내 100MW 규모의 타스티오타(Tastiota) 태양광발전소와 99MW 규모의 엘 마요(El Mayo) 태양광 발전소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전은 태양광 발전소 가동으로 멕시코에서 주요 민자발전사업자(IPP) 지위를 확보했다. 또한 한전은 멕시코 북부 치와와 주 엘 엔시노에 2013년 433MW 규모 노르떼Ⅱ 가스복합화력 발전소를 준공해 상업운전 중이다. 이는 한국 최초의 중남미 진출 민자발전사업으로서 그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