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4명의 매춘부가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끝내 살인자가 밝혀지지 않은 미제사건으로 남고 만다. 사람들은 이 끔찍한 살인마를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살인마 잭’이라고 불렀다. 이를 소재로 뮤지컬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체코였다. 체코 뮤지컬은 어둡고 병적인 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 왕용범 연출가와 이성준 작곡가가 이를 새롭게 각색하여 한국만의 스릴러 로맨스 뮤지컬로 만들어냈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런던에서 장기가 훼손된 매춘부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를 수사하는 앤더슨 경사는 이 사건이 외과의사 다니엘과 그의 연인인 글로리아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살인마 잭의 뒤를 쫓는다. 앤더슨이 자신의 옛 연인을 희생시키면서 밝혀낸 사건의 진실에는 놀랄 만한 반전이 숨어 있다. 실제 사건에 로맨틱한 상상력을 불어넣은 뮤지컬 <잭 더 리퍼>는 세기말적인 우울함과 냉소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품고 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앤더슨 경감은 약물 중독자이고,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기자 먼로는 사건의 진실보다 사건을 거래해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패한 언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와 가슴 아픈 로맨스가 공존하는 뮤지컬 <잭 더 리퍼>는 2008년 국내에서 초연한 이후 스테디셀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2012년과 2021년에는 일본에 진출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22년 7번째 앙코르를 맞는 <잭 더 리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유명하다. 브라운관, 스크린, 콘서트장을 종횡무진하는 엄기준, 이홍기, MJ, 신성우, 린지 등 유명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2월 6일, 한전아트센터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은 1996년 선댄스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을 받은 동명의 영화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2001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따뜻함과 영혼, 그리고 선의로 가득한 작품”(USA 투데이), “영혼이 만족스럽도록 연극적인 재치가 풍부한 작품”(뉴욕타임즈)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는다. 국내에는 2007년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10대에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고 복역을 마친 펄시가 외딴 마을 갈리아드에 오게 된다. 그곳에는 한나가 운영하는 유일한 음식점 ‘스핏파이어 그릴’이 있다. 따뜻한 음식을 나누던 음식점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한나는 펄시와 또 다른 상처받은 여성 셸비에게 가게 운영을 맡긴다. 마음속 상처로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던 펄시와 셸비는 가게의 재기를 위해 합심하고 서로를 도와 위기에 맞서면서 서서히 상처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야기만 본다면 단순한 위기 극복 여성 서사이지만 이 작품은 마음을 정화하고 힐링시켜주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도 음악이 아름답다. 특히 오프닝 곡인 ‘A Ring Around The Moon’이나 햇살이 쏟아지는 듯한 마지막 곡 ‘Shine’은 포크송을 기반으로 한 어쿠스틱 감성의 음악으로 힘들고 지친 관객들을 따뜻하게 위로해줄 것이다. ~2월 27일,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단연 <하데스타운>이었다. 2019년 토니상에서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작곡상, 연출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한다. 이 작품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1920년 뉴 올리온즈의 재즈 카페로 가져온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막강한 자본주의자가 된 하데스와 일 년의 반은 하데스 궁전에서 머물고 나머지 반은 지상으로 와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페르세포네, 사랑의 노래를 작곡하기 위해 현실을 돌보지 못하는 이상주의자 오르페우스와 너무나도 현실적인 연인 에우리디케가 등장한다. 뮤지컬은 신화와 현실이 뒤섞인 극을 이물감 없이 이끌어간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신화와 다르지 않지만, 이야기 속에 자본주의의 폭력성과 노동의 주체성 상실 등 현대적인 사회상을 녹여냈다. 무엇보다도 정통 재즈 향이 가득한 음악은 지금까지 뮤지컬에서 보아왔던 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김선영, 박강현, 양준모 등 역량 있는 뮤지컬 전문 배우와 사랑을 찾는 낭만주의 작곡가 오르페우스 역에 엑소 시우민이 출연한다. ~2월 27일,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