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에너지. 안정적인 전력공급에는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전력원으로 사용한 화력, 가스 등은 발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전국 곳곳의 가정과 산업현장 등으로 공급되어 우리 삶을 밝혀왔다.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전력 생산은 풍요로운 우리 삶의 기반이 되어왔다.
최근에는 전력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전과 달리 전 세계의 과제가 된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태양이나 바람은 기상변화로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아 정확하게 예측하고 발전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그 걸림돌을 넘어서 새로운 재생에너지 시대를 성큼 앞당겼다.
“이번에 한전이 개발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프로그램’은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상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 특성을 학습하여 짧게는 한 시간 뒤, 길게는 일주일 동안의 발전량을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즉 과거의 기상 관측 데이터와 과거 발전실적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학습하고, 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기상 예보 데이터를 입력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디지털변환처 박세환 차장이 이번 기술의 기본적인 개요를 정리해 이야기한다.
국내외 기상청 수치예보 모델과 위성영상 기반 구름 이동 분석 기술 등을 활용해, 전국 기상 관측과 예측 예보를 2km 격자 단위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임의 위치의 발전소에 대한 예측 모델 학습 및 예측 수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_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전기량 연구원
한전이 재생에너지의 선로 연계 확대로 발전출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전력연구원 등과 TF를 구성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알고리즘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20년 12월이었다. 2021년 3월 초 알고리즘 개발 후 현재까지 약 3GW의 실증 사이트를 대상으로 알고리즘을 수정, 보완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발전량 예측을 위해서는 먼저 예측 대상 시점에 원하는 위치에서의 기상을 예측해야 합니다. 저희는 국내외 기상청 수치예보 모델과 위성영상 기반 구름 이동 분석 기술 등을 활용해, 전국 기상 관측과 예측 예보를 2km 격자 단위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전국 격자 단위로 수집된 고품질 고해상도 일사1) 예보는 국내 임의 위치의 발전소에 대한 예측 모델 학습 및 예측 수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전기량 연구원이 핵심기술의 내용을 설명한다. 주요 수집 데이터는 천일일사(GHI)2), 수평면 산란일사(DHI)3), 법선면 직달일사(DNI)4), 외기온도, 운량, 태양 방위각과 고도각 등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동 시간대 발전실적 데이터와 비교 분석하고 적용하여 예측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팀은 앞으로 이 예측 기술의 정밀도를 더욱 높여 나갈 예정이다. 현재까지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는 감시 태양광(실시간 계량)은 물론 비감시 태양광(비실시간 계량)과 풍력 발전량 예측 기술의 정확도도 더욱 향상할 계획이다.
이번에 한전이 개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프로그램’은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_ 디지털변환처 박세환 차장
그러나 이렇게 분석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작업도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시스템의 안전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테스트와 검증을 하였습니다. 5개월이란 짧은 시간 안에 시스템 개발과 정착까지 되어야 하는 상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요. 수많은 테스트 끝에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고 이렇게 서비스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고통이 기쁨으로 변한 순간이었다고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최윤석 연구원이 웃으며 그간 과정을 털어놓았다.
함께한 많은 이들의 땀으로 이루어진 이 예측 기술은 두 가지 측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먼저 전력망 관제와 관련해서는 2021년 10월경 전남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태양광 출력예측 시스템을 시범 구축하여 선로 단위 발전량 예측값을 계통운영부서에 제공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이를 전국 송배전 선로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예측범위를 확대하여 구축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사업화에도 활용된다. 2021년 8월 켑코솔라(주)5)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25개 발전소에 대한 발전량 예측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한전이 제공한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켑코솔라(주)는 2021년 11월 한 달간 진행된 전력거래소 예측 정확도 실증에서 95% 이상의 정확도를 달성해 예측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개월 동안 평균 예측오차율 10% 이하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전력거래소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는 20MW 이상의 태양광 및 풍력발전 사업자 등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하루 전에 예측하여 제출하고, 당일에 일정 오차율 이내로 발전하면 보상금을 정산 지급하는 제도. 당일 10시와 17시 이전에 다음 날 24시간 동안의 발전량을 예측하여, 예측오차가 6% 이하일 경우는 4원/kWh, 6~8% 이하는 3원/kWh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이번에 개발된 태양광 발전량 예측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능력을 한 단계 높임으로써 재생에너지 변동성으로 인한 발전기 추가 기동, 정지 등의 비용을 절감하여 효율적인 전력 계통 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이들은 최근 풍력 발전량 예측과제를 후속 연구로 준비 중이다. 태양광 발전 예측에 비해 풍력은 조건들이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새로운 상황과 기술을 개척하기 위하여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재생에너지 예측 기술에 힘을 쏟는 이들의 빛나는 의지로 재생에너지의 시대가 한층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무엇보다 시스템의 안전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테스트와 검증을 하였습니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고 이렇게 서비스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_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최윤석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