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개를 활짝 펼친 황새가 유려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철탑 꼭대기 둥지에 내려앉는다. 엄마 황새를 반갑게 맞는 새끼들이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받는다. 이 새봄에 긴 날개를 펼치고 둥지로 돌아오는 황새에게서 상서로움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마을에 황새가 날아들었다는데 어떠세요.” 취재진의 질문에 마을 어르신은 “정말 기쁘고 좋은 일”이라며 환하게 웃으신다.
“저 황새가 둥지를 어렵게 틀었어. 내가 둥지 만드는 것을 다 지켜봤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힘들어하더라고.”
둥지를 망원경으로 살피는 한전 천안전력지사 송전부 이주란 차장 곁에서 어르신이 신난 듯 말을 잇는다.
황새는 몸길이가 1m에 이르고 날개를 편 길이는 66cm 정도 된다. 백로와 비슷해 보이지만 백로보다는 훨씬 크고 다리와 부리가 길어 구분이 쉽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보호조로 우리나라 외에도 동부 시베리아, 일본 등지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철탑에서 황새가 처음 발견된 때는 지난 2020년 3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남 태안 농경지 철탑에서다. 점검을 나섰던 한전 직원이 황새 분비물을 발견하고는 철탑 꼭대기에 튼 황새 둥지를 확인하였다.
이 지역에 둥지를 튼 황새는 주로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서 자연으로 방사하여 야생에서 살아가고 있는 황새들이다. 인공 번식으로 태어난 황새는 충남 예산의 인공 둥지탑에서 주로 번식해왔는데, 인공이 아닌 송전탑에 둥지를 틀고 알까지 낳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충청남도 일대의 철탑은 황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산리의 50m 높이의 철탑에 황새가 둥지를 틀었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황새에게는 높이 솟은 철탑만큼 좋은 보금자리가 없을 터다.
“귀한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철탑에 튼 둥지를 보면 신기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황새가족이 안전하게 철탑둥지에서 머물다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습니다. 8~9월쯤 새끼가 커서 둥지를 떠나면 둥지는 자연스럽게 바람에 날려 없어지게 됩니다.”
황새와 교감하며 이들의 생활을 세심하게 도와주고 있는 이주란 차장이 철탑 둥지를 바라보며 설명한다.
한전은 황새의 감전사고와 황새 배설물로 인한 송전선로 고장을 예방하기 위하여 문화재청, 지자체와 합동으로 ‘조류착지 방지장치’ 등 안전 시설물을 철탑에 설치하였다. 이들이 둥지를 튼 철탑을 포함하여 인근 철탑까지 시설물을 설치함으로써 황새가 잘못 앉아 감전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예방조치를 하고 있다.
황새가 안전하게 지내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황새공원과 함께 황새를 보호하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황새의 유전자 분석을 위해서는 채혈이 필요하고, 황새의 생활을 추적하기 위한 인식표 가락지도 끼워야 한다.
“저희는 철탑 위의 둥지에서 새끼 황새를 안전하게 내리고 올리는 일을 지원하였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철탑둥지에 올라 새끼를 밀폐형 상자에 넣어 데리고 내려오면 황새공원 담당자들이 가락지를 끼우고 채혈 등을 하며 건강상태를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필요한 작업을 마치면 다시 철탑에 올라 둥지에 조심스럽게 풀어주었지요.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귀한 황새를 보호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올해부터는 추락방지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철탑은 오를 수가 없게 되어, 현장지원 활동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인공 둥지탑과 철탑의 추락방지 장치 설치가 완료되면 빠른 시일 내에 황새가 안전하게 정착하고 살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한전은 앞으로도 송변전 설비 건설,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동식물과 공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한전의 생물다양성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활동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