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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여는 세상

2022 MAY+JUN VOL.47

MUSEUM
: 예술로 구하는 지구

쓰레기 위에
자연의 풍광을
담아내는
에코 아티스트
머라이어 리딩

아름다운 풍경을 해치는 쓰레기를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는 도구로 변화시켜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가가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쓰레기 위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는 혼합 미디어 에코 아티스트 머라이어 리딩(Mariah Reading)이다.

리딩은 쓰레기를 발견한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과 자연 풍광을 중첩시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동안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전하는 예술가와 작품은 많았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그녀의 작품 세계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술에 유머를 가미한 그녀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신선한 자극제가 된 것이다.

저는 쓰레기 조각을 발견했을 때 기운이 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영감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늘 이렇게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내가 쓰레기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야.
만약 쓰레기를 본다면, 그것은 나쁜 일이야.’

리딩이 에코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Bowdoin College)에서 공부하면서부터였다. 회화, 조각 수업을 듣는 동안 그녀는 많은 재료가 낭비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풍경을 그려온 도구들이 머지않아 쓰레기 매립지로 향할 거라는 사실에 불안이 엄습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그녀는 대학 졸업을 2주 앞두고 그동안 준비해온 논문을 바꿨다. 그리고 쓰레기를 캔버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재활용한 재료나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기후변화와 이로 인해 변하는 세상을 담아내는 그녀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리딩을 세상에 알린 생태 경관 프로젝트는 2017년 버려진 타이어 휠캡에서 출발했다. 타이어 휠캡을 캔버스 삼아 아름다운 산을 그리고, 실제 산과 그림을 중첩시켜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후 리딩은 캔버스로 재사용할 쓰레기를 찾기 위해 국립공원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고, 노를 저었다. 그리고 무거운 물감을 들고 다니는 대신 뚜껑이 달린 캔디 캔에 물감을 덜어 휴대하는 방법으로 기동성을 확보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작품이 사람들에게
낭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랍니다.
-머라이어 리딩

어디에서, 어떤 독특한 쓰레기를 발견할지 예상할 수 없었기에 리딩은 수천 마일을 걸어야 했다. 그러다 쓰레기 조각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살충제 용기, 낡은 장갑과 파자마 바지, 선글라스, 커피컵, 오래된 등산화, 물병까지 100개 이상의 쓰레기 위에 생태 경관이 담겼다. 이러한 즉흥성은 그녀에게 끊임없는 성취감으로 다가왔고,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리딩은 물체의 한쪽 면에만 그림을 그리고 뒷면은 의도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다. 캔버스의 존재가 쓰레기였음을 남겨두는 것이다. 우연히 발견한 쓰레기와 아름다운 풍경의 아이러니한 조합은 그래서 더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버려진 물건이나 쓰레기가 어떻게, 그리고 왜 그곳까지 왔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예술가들의 활동에도, 관객과의 만남에도 제약이 걸린 요즘, 리딩은 인스타그램(@mariahreading)을 비롯한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것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거나 갤러리에 방문할 여유가 없는 사람도 예술을 쉽게 접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딩은 완성된 작품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말한다. 작품 제작 과정과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풍경을 감상해야 하고, 왜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지 같은 메시지가 잘 전달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SNS를 통해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도 함께 공개하곤 한다.
아름다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될 수도 있고, 예술은 어떤 것으로도, 심지어 쓰레기로도 창조될 수 있다. 리딩은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고, 예술 활동에 반드시 값비싼 재료가 필요하지 않음을 알려주길 원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동참하길 바란다.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망치는지 깨닫게 하고, 자신이 버린 쓰레기가 아닐지라도 줍는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잊혀진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목소리를 담아내는 리딩의 작품과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 자연스러운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머라이어 리딩은 국립공원을 하이킹하며 발견한 각종 쓰레기 위에 그곳의 풍경을 담아낸다. 타이어휠, 장갑, 빈 물병과 컵, 키보드, 옷까지 발견한 모든 쓰레기는 하나의 예술품이 되고,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는 메신저가 된다.
머라이어 리딩 MARIAH READING 머라이어 리딩(미국)은 쓰레기 위에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는 혼합 미디어 에코 아티스트다. 2017년부터 전국의 국립공원을 다니며 발견한 쓰레기 조각에 풍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알리고,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호소하고 있다.
랜달 코웰 사진제공 머라이어리딩아트(mariahreadingart.com)
text by Randal Colwell Ol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