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발걸음
귀한 수확의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전 서울지역본부 자매마을 농촌 일손돕기 봉사현장
우리가 마음속에 담아왔던 고향 마을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청명한 하늘아래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눈시울 붉어질 만큼 아름답다. 신봉리 마을. 가을이 동네 그 한복판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마음의 평온을 열어주는 통로를 만난 듯하다.
글 황지영 사진 이원재(Bomb Studio)
키 작은 대추나무를 향한 커다란 손길
“어서 오세요.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버스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길 입구에 서고, 20여 명의 한전 서울지역본부 봉사단원들이 하나둘 내린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강원도 홍천군 신봉리 마을. 양편으로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자 노인회관 앞에 모여 있던 어르신들과 마을이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 뒤 단원들은 바로 돌아서 밭두렁을 따라 일손 돕기를 할 뒤편 대추나무 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 봉사단원들은 붉고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왕대추를 수확하고, 대추나무 모종이 심겨진 밭에 거름 주는 일을 하게 된다. 작업할 대추밭은 경로회에서 운영하는 4,500여 평에 이르는 밭 중의 하나다. 신봉리 주민은 모두 90여 명인데, 그 중 70세 이상인 어르신이 25명이란다. 그렇다 보니 사실 밭에서 일할 손길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본부봉사단원들이 먼 곳까지 와 때에 맞춰 일손을 돕고 농산물을 구매해주는 것이 더욱 소중하고 고마운 이유다. 신봉리 마을과 2004년 자매결연을 맺은 서울지역본부는 올해에도 벌써 5번째 일손 돕기 활동에 나섰다. 봄에는 비닐, 고추대 철거와 감자, 옥수수 심기 등을 하고 6월 한창 가뭄이 들때는 가뭄 극복을 위한 농기계를 후원하였다. 여름에는 방학에 맞춰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농촌과 생태숲 힐링 캠프를 진행하였고, 가을엔 신봉리 마을에서 수확한 옥수수, 대추 등도 구매하며 생산물 판매를 도왔다. “대추나무가 생각보다 작아요. 우리가 보통 보던 대추나무가 아닌가 봐요.” 왠지 키도 작고 가냘파 보이는 대추나무를 보고 권유진 씨가 신기한 듯 말을 잇는다. “그래도 대추는 정말 많이 열렸는데요.” “먹어봐도 되나요?” 옆에서 열심히 대추를 따던 임자영 과장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잘 익은 대추 하나를 입으로 가져간다. “정말 맛있어요. 아삭아삭하고.” “이 대추는 왕대추라고 합니다. 맛이 좋아서 인기가 많아요. 우리 마을은 노인들이 많아서 대추나무 키가 크면 키우기가 힘들죠. 자칫 삐끗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거든요.” 김동근 이장이 키 작은 대추나무를 선택하고 키워온 데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따가운 가을 햇볕아래에서 대추를 수확하는 봉사단원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꼭대기에 달린 대추 따기를 포기한 봉사단원들이 키 큰 홍세봉 과장에게 SOS를 친다. “내가 제일 바쁘네.” 위쪽 꼭대기에 달린 대추를 전담으로 따며 웃는 얼굴로 짐짓 투정을 한다. “따면서 먹음직한 건 슬쩍 먹어보기도 하고, 오늘은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이번에 인턴으로 들어온 김광민 씨가 대추가 가득 담긴 봉지를 자랑스레 흔든다.
함께 거두는 수확의 기쁨, 봉사의 보람
나무가 휘어지게 달린 것 같던 대추가 봉사단원들의 땀 덕분에 큰 광주리에 가득가득 담겼다. 수확의 기쁨, 내 것은 아니지만 풍성히 담긴 대추를 보는 봉사단원들의 눈에는 뿌듯함이 비쳐난다. 단지 조금 손을 보탰는데도 이렇게 특별한 애정이 생기는데, 처음부터 심고 키우고 수확한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농작물을 자식 대하듯 귀히 여기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대추 수확을 끝내고 봉사단원들은 건너편 대추묘목이 있는 밭으로 옮겨간다. “작은 키의 대추들은 1년 된 묘목들입니다. 곡괭이로 주변을 파고 비료를 포대의 반 정도 넣어주면 됩니다. 묘목에 비료가 닿지 않게 뿌려주셔야 해요.” 산봉리 마을 김정태 어르신이 봉사단원들에게 친절히 설명하곤, 비료뿌린 주변을 토닥여 마무리 작업을 하는 ‘시범’을 보인다. 키 작은 묘목이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곡괭이로 주변을 파는 이들과, 두 명이 한조가 되어 비료 포대를 묘목 사이사이로 옮기는 이들, 그리고 묘목에 비료를 뿌리고 마무리 하는 이들로 자연스럽게 일이 나눠졌다. 점차 일이 손에 익으면서 진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평소 안하던 곡괭이질, 그리고 비료 주기. 이렇게 땀 흘린 봉사단원들의 가슴에 조금씩 노동의 보람이 차올랐다. 그리고 그만큼 봉사단원과 일하는 이들과의 신뢰도 그만큼 자라나고 있었다. 가을볕이 깊어가는 것처럼.
MINI INTERVIEW
신봉리 마을의 가을걷이
항상 도움을 주는 한전 서울지역본부 봉사자 분들이 정말 고맙죠. 농촌 일손 돕기 활동도 이제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단순히 농번기 바쁜 일손을 돕는 것에서 벗어나 농촌 마을과 도시민들이 더불어 함께 서로 즐기는 자리가 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문화 콘텐츠 차원에서 농촌에 접근하는 활동으로 발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전과 더불어 저희 신봉리 마을도 분발해야겠지요. 저희는 서울지역본부 봉사단원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동근(신봉리 마을 이장)
어르신들의 따뜻한 말씀에 돌아가신 저희 외할머님 생각도 나고, 바쁜 일손도 도와 드릴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아이들이 농촌 체험에 다녀와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자랑하던 기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도시 촌놈인데 대추 수확도 하고, 거름도 주면서 농촌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끼 당연하게 먹었던 먹거리들을 직접 수확해 보니 보람되고, 쌀 한 톨도 고맙게 여기게 됩니다. 더불어 신봉리 마을분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한전 서울지역본부 봉사 참여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