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상징이 된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저녁 무렵 불 밝힌 전통 찻집 다화원. 걷다 만난 전통 한옥 찻집에서 잘 우려낸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착한도시 여행

천년의 역사 안에 오늘의 삶과 꿈과 사랑을 담는다, 전주

새해 첫 달의 마지막 날 평일 전주역 광장. 젊은 연인, 중년의 부부, 삼삼오오 모인 남녀 친구들의 환한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새해를 맞아, 그렇게 전통의 고도 전주를 찾는 이들 앞에는 전국을 얼어붙게 한 추위도 대수가 아니었다. 천년 도시 전주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그들의 발길을 끄는 매력은 무엇일까.
황지영 사진 이원재(Bomb Studio)

눈 쌓인 삼양 대관령 목장

경기전의 아름다운 대나무숲. 겨울에도 볼 수 있는 푸르름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조선역사를 온 몸으로 느끼는 한옥마을
하늘하늘한 저고리와 나풀나풀 흔들리는 치마. 머리에 예쁜 떨잠 장식을 단 한 무리의 아가씨들이 주위를 밝게 물들이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나간다. 다른 곳에서는 영화 ‘황진이’에서 나올 법한 한복을 곱게 입은 이와 붉은 색 어의 차림의 청년이 함께 걷고 있다.
화사한 한복과 밝은 표정으로 수놓은 이곳은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 거리. 추운 날씨에도 천년 고도의 역사와 함께 서로의 추억과 사랑을 담는 거리는 맹추위를 누르고 활기를 뿜어내고 있다. 아시아 여행 명소 3위에 오른 전주는 역사적 공간들을 일상 곳곳에서 마주하게 한다. 언제나 관람객으로 조심스럽게 살펴보던 역사가 아닌, 생활의 한가운데로 나온 한옥 마을은 조선 역사로 성큼성큼 들어가게 만든다. 그렇게 그 시절을 상상하며 온 몸으로 느끼게 하는 곳이 이 거리다.
태조로 초입에 위치한 경기전. 궁궐식으로 지어진 경기전은 한옥마을에 역사를 더하고 아름다움을 더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사계절 내내 꽃과 단풍으로 아름답고 기품 있는 풍경이 이어지는 곳. 조선왕조 경사의 기초를 잡았던 큰 집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기전에서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비롯한 영조, 정조 등의 어진이 전시된 어진박물관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을 품고 있는 사고를 만날 수 있다.
마을 위로 발길을 돌려 굽이굽이 이어진 작은 길들을 걷다보면 한옥의 처마선과 지붕의 아름다움이 파란 겨울하늘과 어울린다. 안 쪽 향교로 가는 길은 조금 여유가 있다. 지방에 설립된 관학교육기관은 향교로, 서울의 기관은 성균관이라 각각 불렀다. 향교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나왔던 송중기와 ‘구르미그린 달빛’에 나온 배우 박보검, 김유정의 모습을 겹쳐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한옥마을은 그 여유로운 모습을 인정받아 2010년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되었다. 대도시로서는 세계 최초로 지정된 것. 그래서 더 큰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6년에는 한옥마을뿐 아니라 전주시 전역이 다시 국제슬로시티로 인정받으면서 도심형 슬로시티로는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평창송어축제장

경기전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들이 오늘 즐거운 이 순간을 찍고 있다.

활력이 살아 숨쉬는 남부시장, 청년몰
한옥마을에서 조선시대의 규수와 도령, 마님이 되어 느긋하게 걸었다면 이번에는 생동감이 넘치는 남부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남부시장은 조선 중기 전주성 남문 바깥에 섰던 남문장의 역사를 이어온 400여 년이 넘은 전통시장이다. 지금도 수백 개의 오랜 맛집들이 전주의 새로운 멋과 맛을 자랑한다. 뜨끈한 콩나물 국밥과 피순대는 칼칼한 맛과 담백한 맛이 그 핵심이다. 특히 주말인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야시장은 더욱 풍성한 먹거리로 찾는 이들의 행복한 입맛을 자극한다. 길거리 음식 형태로 만나는 세계 각국의 음식과 다양한 먹거리는 식도락가들의 재미를 더한다.
시장을 지나 나타난 계단을 오르면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톡톡 튀는 슬로건,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라는 슬로건 아래 청년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있는 ‘청년몰’이 그곳이다. 눈에 확 띄는 일러스트로 구성된 상점 광고판과 색다른 아이디어와 감각으로 운영되는 공방, 서점, 음식점, 카페, 주점.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과 젊은 청년들이 이렇게 아이디어를 들고 제 삶을 펼치는 곳 남부시장은 벌써 역사의 도시 전주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 하나의 명소가 되고 있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남부시장의 청년몰. 청년사장님들의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꿈을 볼 수 있다.

천년의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는 실제의 모습을 만나는 마을 투어도 좋은 선택이다. 소박하고 걷기 좋은 작은 마을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자만벽화마을도 작은마을의 하나이다. 이곳은 높은 언덕위에 있어 한옥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를 보며 걷다보면 새로운 드라마의 현장을 함께 지나는 듯하다. 영화 ‘레옹’의 한 장면이 그려진 담장을 지나면 쿵푸 팬더가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카페와 상점들은 더욱 아기자기하고 친근하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마을가게를 구경하다보면 소소한 것이라도 깊은 인연의 한 자락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마을 안에 대학교와 초등학교가 있어 선생촌이라 불리는 마을에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서학동 예술마을이라는 또 다른 마을이 있다.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와 함께 인문학 서점과 카페 갤러리까지 옹기종기 모여 있어 인문학적 상상력을 맘껏 펼칠 공간이 되기도 한다. 자랑스러운 역사의 공간에서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주인공으로 함께 만드는 천년의 도시 전주. 그 역사 안에서 나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담는 새로운 오늘, 이 어찌 경이롭고 즐거운 일 아닌가.

평장 관광 지도

자만벽화마을의 거리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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