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나눔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앞. 김영준 대표(왼쪽)와 최철 관광두레PD, 이화영 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신들이 개발한 '쉐어라이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정세영 소장, 박은현 대표, 황순영 이사(왼쪽부터)

행복한 동행

빛을 나누는 사람들

쉐어라이트

밝은 빛은 우리에게 흔한 존재지만, 오지 마을 주민들에게는 간절한 소망이다. 제대로 된 조명이 없어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여전히 부지기수. 쉐어라이트는 이들과 함께 빛을 나누기 위해 태어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촛불 하나로 독서등 밝기의 빛을 만드는 놀라운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강진우(자유기고가) 사진 김민정(Bomb Studio)

게스트하우스 암행어사 간판

(왼쪽)‘쉐어라이트’의 가치를 설명하는 박은현 대표 (오른쪽)빛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쉐어라이트 박스

버려지는 LED칩에 대한 고민이 빛 나눔 봉사로 이어져
200럭스(lx). 우리가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 켜는 스탠드의 밝기다. 촛불의 밝기는 당연히 여기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런데 쉐어라이트가 개발한 조명 기구 ‘쉐어라이팅’은 12그램짜리 티 캔들 하나로 200럭스 밝기의 빛을 만든다. 그것도 무려 4시간 동안이나 말이다. 이런 마법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쉐어라이트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주는 ‘제벡(seebeck) 소자’를 활용했다. 제벡소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 활발하게 사용됐지만, 전기 수급이 원활해진 오늘날의 일상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부품. 쉐어라이트 박은현 대표는 이 소자가 전기가 귀한 오지 주민들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줄곧 ‘빛을 나누는 봉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2009년부터 LED칩 전문제조기업 세미콘라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TV에 들어가는 LED칩을 매월 1억 개 정도 생산하는데, 이 중 5%인 5백만 개는 중국에 헐값에 넘기거나 폐기 처분됩니다. TV부품으로 쓰기에는 아주 약간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죠. 조명으로 쓰기에는 더없이 훌륭한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버려지는 LED칩들을 좋은 일에 쓸 수는 없을까?’ 고심해 왔습니다.”
박 대표는 이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제벡 소자를 발견했다. 평소 손재주 좋기로 소문난 정세영 연구소장에게 이야기를 풀어놓자, 곧 그가 제벡 소자를 바탕으로 만든 스탠드 시제품을 들고 찾아왔다. 두 사람은 그로부터 1년 간,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 제품을 개선해 나갔다. 어디에서든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을 만한 수준에 올라서자 비영리사단법인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조직 운영경험과 노하우가 출중한 황순영 이사가 합류했다. 이렇게 모인 세 사람은 마침내 비영리사단법인 쉐어라이트를 설립하고 2016년 11월,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뒤이어 2017년 9월,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자리한 국내 최대 업사이클링 복합 문화공간인 서울새활용플라자가 개관하자 곧바로 플라자 측과 접촉, 3층에 스튜디오를 열었다. 학교, 관공서 등에서 쉐어라이트의 기술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 모든 게 단 1년 새 벌어진 일이었다.

"쉐어라이팅 2.0은 열만 있다면 제품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전기를 다방면으로 쓸 수 있기에 활용성과 경제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정형화된 열원을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에서의 반응이 뜨겁죠 "

왼쪽부터 신희철 씨, 김영준 대표, 이화영 씨. 이들은 암행어사처럼 지역 곳곳의 숨은 여행지를 발굴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준비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활짝 웃는 쉐어라이트 구성원들

오지에 빛 전하는 LED 램프 개발
쉐어라이트의 LED 램프, ‘쉐어라이팅’의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첫째, 쉐어라이팅 키트를 설명서에 따라 조립한다. 둘째, 키트와 함께 동봉된 티 캔들 한 개를 촛대 위에 올려놓고 켠다. 셋째, 본체 받침대 위에 찬물이 담긴 컵을 올린다. 넷째, 초가 타는 4시간 동안 LED칩에서 뿜어져 나오는 200럭스 밝기의 빛을 마음껏 즐긴다.
획기적인 기술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범용성은 뜻 있는 사람들의 후원을 불러 모았다. 덕분에 작년 한 해 동티모르, 스리랑카, 베트남 등의 오지 마을에 쉐어라이팅 700개를 보냈다. 현지로부터의 호평과 피드백이 뒤따랐다. 쉐어라이팅을 잘 쓰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의외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키트에 들어 있는 티 캔들 10개를 모두 쓰고 나니 초를 구할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쉐어라이트 주축 멤버 세 사람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튼튼하면서도 저렴한 PVC 파이프를 써서 호롱불, 긴 초 등 어떤 열원이든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선했다. 여기에 USB 단자 두 개를 추가해 발생한 전기를 라디오 작동, 스마트폰 충전 등에도 두루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세영 연구소장의 진두지휘 아래 최근 선보인 ‘쉐어라이팅 2.0’이다.
“쉐어라이팅 2.0은 열만 있다면 제품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전기를 다방면으로 쓸 수 있기에 활용성과 경제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정형화된 열원을 구하기 힘든 아프리카에서의 반응이 뜨겁죠. 저희는 현지인들이 제품을 써 본 뒤에 전하는 피드백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쓰임새 많은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순수한 봉사 정신으로 이어가는 ‘빛나는 발자취’
금전적인 후원과 더불어 쉐어라이트와 함께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쉐어라이트는 총괄 운영을 맡고 있는 황순영 이사와 13명의 봉사자들이 행정, 전산 관리, 자재 구매, 홍보 등 단체의 살림을 실질적으로 꾸려간다. 박은현 대표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브레인, 정세영 연구소장은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자다.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책임지면서 움직이니 효율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제품 개발과 나눔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희 세 사람은 유독 잘 맞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든든히 채워 주는, 말하자면 공생 관계라고 할까요? 이 같은 팀워크 덕분인지 저희의 활동 분야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쉐어라이팅의 작동 원리를 토대로 한 에너지 교육도 진행 중이고, 열효율을 높여 LED 전등과 온열 기능을 동시에 선사하는 온열 LED 의자도 보급을 앞두고 있죠. 우리의 목표와 관련된 활동이라면 어느 분야든 가리지 않으려 합니다.”
황순영 이사의 말처럼, 쉐어라이트는 빛 나눔 활동을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다. UVC LED칩을 활용한 식수 살균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박 대표의 회사는 TV LED칩과 더불어 UVC LED칩도 생산하고 있다. 생산 단가가 높지만 살균 효과가 매우 뛰어난 부품인데, TV LED칩과 마찬가지로 미세하게 성능이 떨어지는 것들을 폐기한다. 쉐어라이트는 이를 이용, 오염된 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식수 살균기를 개발하고 있다. 손으로 돌리는 수동 모터 발전기로 식수 살균기를 1분간 작동시키면 물 안에 있던 세균이 99.9% 사멸한다. 쉐어라이트는 이 제품이 오지 주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봉사자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쉐어라이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순수한 나눔의 정신’이다. “손톱만큼의 이해관계나 숨겨진 뜻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박은현 대표와 정세영 연구소장, 황순영 이사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런 마음가짐이기에 빛 나눔이라는 생소한 봉사 영역을 기상천외한 방법과 기술로 실현시켰을 게다. 이들의 ‘빛나는 발자취’는 앞으로 어디로 뻗어나가게 될까. 밝은 기대가 슬며시 솟아오른다.

행복한 동행’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직접 봉사하는 곳, 혹은 알고 계신 곳을 추천해주세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해주시면, 한 팀을 선정해 <빛으로 여는 세상> 취재팀이 맛있는 간식을 들고 직접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메일, 또는 엽서를 통해 참여 바랍니다.
메일 doodoo1@kepco.co.kr

‘쉐어라이트’에서 봉사 및 후원에 참여해 주실 분들을 모집합니다.
홈페이지: http://www.share-light.org 후원계좌: 국민은행 848801-00-049727(예금주: 쉐어라이트)
문의전화: 02-3394-5243 / 010-8933-6151(황순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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