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는 에너지 세상
피자 가게가 자율주행차를 타고 집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20년 뒤, 사람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은 도로에서 말을 타고 다니는 것처럼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의 말이다. 자율주행이 대세가 되리란 이야기다. 세계 각지의 자동차회사들이 자율주행자동차를 이용한 주행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글 권예슬(동아사이언스 기자)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 “Not so fast”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5년 새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성장했다. 운전자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율주행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됐고, 고속도로 특정 구간에서 주행하는 기술은 양산 직전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과학계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를 분석한 논문들을 소개하며,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은 ‘아직 오지 않았다(Not so fast)’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5년 새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성장했다. 운전자가 개입하는 제한적 자율주행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됐고, 고속도로 특정 구간에서 주행하는 기술은 양산 직전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과학계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자율주행 기술의 현주소를 분석한 논문들을 소개하며,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은 ‘아직 오지 않았다(Not so fast)’고 평가했다.
기술이 진화한 건 분명하다. 아우디는 2016년 800km가 넘는 고속도로 구간을 자율 주행했고, 구글은 일반 도로에서 500만km가 넘는 주행기록을 달성했다. 그런데 왜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일까. 미국 자동차공학협회는 자동차의 주행 자동화 정도를 5단계로 정의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어떤 조건에서도 정해진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기술이 5단계에 해당하며, 과거 수동차가 0단계, 현재 우리가 타는 차가 1단계다. 구글, 아우디의 사례처럼 돌발 상황에 대비해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일정 구간을 자율 주행하는 수준은 3단계에 해당한다. 사이언스는 “엄밀히 말하면 레벨5를 제외한 모든 차는 자율주행차가 아니며, 지금까지 전 세계 어는 누구도 레벨5의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회사들이 레벨4에 해당하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했지만, 아직은 밝은 낮, 좋은 날씨, 정해진 도로에서만 운전이 가능하다. 길 프랫 도요타연구소 회장은 “현재 도요타는 궂은비, 혼잡한 도로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주행 가능한 자동차를 개발 중”이라며 “이 기술이 완료되면 레벨5의 자율주행차가 완성되지만 그 시점이 2075년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정 부분 인간을 편리하게 해줄 기술은 쏙쏙 개발되고 있지만, 진정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완성까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얘기다.
자율주행 시대, 차량 이용 늘어날 것으로 기대
시기가 언제든 자율주행 시대는 현실이 될 터. 그렇다면 인간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조앤 워커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원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된 시대의 차량 이용시간 변화를 예상하기 위한 특별한 실험을 진행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운전사가 항상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는 조건으로 대체해 차량 이용 습관 변화를 살폈다. 이 실험에서 13명의 운전자들은 약 3일간 운전기사가 주행하는 자동차를 이용했다. 실험 결과 운전기사를 이용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주행 거리는 76% 증가했다. 운전이 까다로운 밤 시간대의 주행이 늘어났으며, 총 주행거리의 5분의 1가량은 운전기사를 제외하곤 사람이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다.
습관이 가장 많이 변한 참가자는 고령자였다. 고령의 참가자는 실험 기간 동안 저녁시간대의 차량 이용이 3배가량 늘었고, 장기 주행의 횟수도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워커 연구원은 “고령자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당장 사용하고 싶어 할 정도로 기대가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운전이 불편한 사람(고령자)과 상황(밤 시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이용이 높아진다는 결과로,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왔을 때 차량 이용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리란 예상이 가능하다. 조금 더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뿐 아니라 상점을 이동시킬지도 모른다. 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S)’에서 도요타는 ‘이팔레트(E.Pallet)’라는 자율주행셔틀 기반 이동서비스 플랫폼을 소개했다. 자율주행셔틀을 타고 사람이 이동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병원, 상점 등이 셔틀을 타고 내가 필요한 곳으로 온다는 아이디어다. 가령, 피자를 주문했을 때 조리된 후 배달과정에서 식어버린 피자를 먹는 것이 아니라, 피자 가게가 집 앞으로 와서 눈앞에서 갓 구운 피자를 내놓는 식이다.
도요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아마존, 피자헛, 우버 등과 제휴를 맺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이팔레트 프로젝트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사람보다 더 안전하고 융통성 있게 운전하는 자동차가 탄생해,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일을 금지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