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첫걸음

숱한 출발의 추억과 설렘을 가진 서울역

기차역은 도시로 들어서기 위한 첫 관문이자 도시를 떠나는 출발의 장소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시작에 대한 두려움과 출발의 떨림을 안고 기차역을 찾는다. 고향을 뒤로 하고 떠나온 사람들의 희망찬 기대와 멋진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나는 여행자들의 발자국이 가득한 서울역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본다.
편집실 일러스트 조성진

과거 서울역 일러스트

철길에 내려앉은 추억, 문화역 서울 284
경부선, 경의선 등 철도 주요 간선열차의 시발역인 동시에 종착역이었던 서울역, 예나 지금이나 서울에 도착하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공간이다. 또한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관문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건물이기도 하다. 르네상스 양식과 비잔틴 양식으로 지은 서울역은 웅장한 규모만큼이나 지붕의 돔과 독특한 외관으로 신축 당시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1970~80년대 서울역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첫 발자국을 찍은 곳이며, 서울살이에 지친 이들이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모여든 장소이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서울역 주변은 고향으로 떠나려는 귀성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명절 선물을 손에 들고 서울역을 찾는 이들은 오랜만에 만날 가족 생각에 설렘이 얼굴에 가득했다. 성공을 했든 그렇지 못했든 고향을 향해 가는 일은 언제나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기차에 올라탄 순간 이미 여행은 시작된다. “고향에 내려가세요?” 한마디면 처음 만난 옆 사람과의 어색함도 스르르 녹아내렸다. 그렇듯 여행의 설렘이 시작되는 곳, 기차역. 신역사가 신축된 뒤 지금은 더 이상 구역사에는 열차가 떠나지 않는다. 다만 신역사가 개통된 이후 역사의 원형복원과 문화공간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전의 모습을 살려 ‘문화역 서울 284’라는 문화 복합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였다.

현재의 서울역 일러스트

경쾌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 서울역
동장군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갑자기 영하의 기온이 되면 세상이 움츠러드는 착각에 빠진다. 외출을 할 때마다 집 안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커져만 간다. 하지만 추위를 이겨낼 만큼 경쾌한 발걸음으로 찾는 곳이 있다. 설렘을 담은 가방을 들고 모이는 곳, 서울역에 가면 저마다 다른 표정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당장 기차를 타고 떠나지 않더라도 플랫폼에서 기차에 오르는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을 보고 있으면 금세 출발의 설렘을 전달받을 수 있다. 2004년 KTX(Korea Train eXpress) 개통에 맞춰 새롭게 완공된 서울통합민자역사는 구 서울역 옆에 자리하고 있다. 2017년 5월에는 70년대에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가 시민공원인 서울로 7017으로 탈바꿈하였다. 서울로 7017은 ‘1970년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 사람이 다니는 17개의 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으로, 수명이 다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보행자만이 다닐 수 있는 보행 전용길로 변경하여, 서울역 일대의 여러 길을 모으는 일명 ‘사람 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서울로의 중심에 서울역이 자리하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평창, 강릉으로 향하는 경강선 KTX가 개통되었다. 강원도와 수도권을 1시간대로 연결시켜주는 경강선의 개통은 전국을 더욱 촘촘하게 이어주었다. 만남과 떠남, 이주와 도착 등을 집약하는 공간, 역. 우리나라 근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역은 또 어떤 사람들의 시작을 지켜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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