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는 에너지 세상
‘스마트시티’에선
도시인의 꿈이 현실이 된다
글 권예슬(동아사이언스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혁명
얼마 전 방문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 사이로 가로등 하나가 불을 밝혔다. 유동인구가 줄어들 때쯤 가로등은 어둑해져 희미하게 밤길을 비췄다. 이처럼 바르셀로나 시정부가 도심 곳곳에 설치한 ‘스마트 가로등’은 유동인구에 따라 스스로 빛의 세기를 조절한다.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시야가 좋지 않은 날엔 더 밝게 빛나고, 도심에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기 기능까지 그야말로 팔색조다. 바르셀로나 시정부는 2013년 노후한 도시 중심지 ‘보른지구’의 재개발을 시작했다. 도시 전체엔 무선인터넷이 깔렸고, 그 인터넷 공간에서 쓰레기통, 신호등, 가로등, 주차장의 바닥, 태양광 패널 등 도시의 각종 인프라가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6년이 흐른 지금 바르셀로나는 세계적으로 손꼽는 똑똑한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원격으로 교통 신호, 쓰레기통 속 쓰레기의 양, 빈 주차장의 위치, 에너지 발전량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센서, 5세대(5G) 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들이 도시에 혁신을 일으켰다. 바르셀로나와 같은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각종 인프라가 인간의 신경망처럼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도시를 말한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며 도시가 변화를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 스마트시티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유엔(UN)은 1970년 14억 명이던 도시 인구가 2050년 63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 지역에 집중된단 의미다. 문제는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각종 도시 인프라와 자원은 부족하게 된다는 점.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채택했고, 세계 곳곳에 100여 개의 스마트시티가 구축돼 미래형 도시를 실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개발 속도라면 2050년엔 세계 인구의 70%가 스마트시티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 에너지가 변화의 중심축
도시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스마트시티가 등장한 만큼, 스마트시티에 적합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가 첫번째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성된 에너지의 75%를 도시에서 소비하는 만큼 에너지의 절감 및 효율적 사용은 도시의 생존과 직결된다. 자동차, 지하철, 기차에 필요한 연료를 투입하고, 가정과 사무실의 냉난방을 하며, 소비할 물품을 운반하고 보관하는 모든 일이 에너지 없이는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에너지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으로 유명세를 탄 ‘알파고’를 통해 스마트 에너지 시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알파고의 개발사인 구글은 자사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관리에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접목했다. 데이터센터 내 수천 개의 센서가 온도, 전력량 등의 정보를 포착해 이 정보를 인공지능에게 전달하면, 인공지능이 온도, 날씨, 장비의 구동 정도 등 120여 개의 변수를 고려해 불필요한 에너지의 쓰임을 막는다. 알파고를 통해 구글은 데이터센터 냉각장치의 구동 비용을 약 40%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이러한 시스템이 도시로 확장된다면 도시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가능해진다. 원자력, 화력 등 기존의 발전 설비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장치, 송전탑, 전력공급 노선 등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부착해 서로 소통하게 만들어 에너지를 관리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어떤 변전소에 고장이 발생하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전력 소요량에 따라 자동적으로 전력공급 노선을 정비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 사용량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도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공지능이 미리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도 가능하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스마트 에너지시티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요코하마 스마트시티 프로젝트(YSCP) 실증사업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활용비중을 높여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