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씨드볼트 종자교류협력팀 임윤경, 이동준, 임다율 연구원

(왼쪽부터)씨드볼트 종자교류협력팀 임윤경, 이동준, 임다율 연구원

테마 인터뷰 2

내일의 생명이 잠자는 종자보관소

백두대간수목원 씨드볼트

식물을 위한 노아의 방주가 우리나라에 문을 열었다. 바로,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백두대간수목원 씨드볼트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종자보관소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종자보관소로, 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식량 작물의 보호뿐만 아니라, 지구 식물생태계 보전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세계 유일하다.
정보리 사진 이원재(Bomb Studio)

(왼쪽)씨드볼트에 칸칸이 보관된 종자의 모습. 씨드볼트에는 국내 수목원을 비롯해 전문적인 종자 보관 시설이 없는 대학교, 연구시설 등 국내외 다른 기관의 종자도 함께 보관중이다. (오른쪽)같은 종류끼리 샬레에 담긴 종자들. 식물도감 등과 대조하여 종자의 정확한 종류를 파악하고, X선 촬영 등을 통해 쭉정이와 알맹이가 꽉 찬 종자를 가려낸다.

(왼쪽)씨드볼트에 칸칸이 보관된 종자의 모습. 씨드볼트에는 국내 수목원을 비롯해 전문적인 종자 보관 시설이 없는 대학교, 연구시설 등 국내외 다른 기관의 종자도 함께 보관중이다.
(오른쪽)같은 종류끼리 샬레에 담긴 종자들. 식물도감 등과 대조하여 종자의 정확한 종류를 파악하고, X선 촬영 등을 통해 쭉정이와 알맹이가 꽉 찬 종자를 가려낸다.

2015년 12월 완공되어 현재 가동 중인 씨드볼트(Seed Vault)를 찾았다. 이는 자연재해, 핵폭발 등과 같은 지구 대재앙에 대비하여 인류에 필요한 식물유전자원을 영구 보존할 수 있는 시설이다. 비슷한 시설로 씨드뱅크(Seed Bank)가 보관 중인 종자를 연구 목적에 따라 상시 반출하여 운영한다면, 씨드볼트는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자의 반출이 금지된다. “세계 최초 노르웨이 스발바르 씨드볼트가 현재 먹거리가 되는 작물 종자만 보존한다면, 이곳 씨드볼트는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인 고산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종자를 수집 보존합니다. 생태계 보호를 목표로 조성된 씨드볼트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입니다.” 종자교류협력팀 이동준 박사가 힘주어 말한다. 식물을 종자, 즉 씨앗 형태로 보존하는 이유는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하고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다. 종자가 반입되면 먼저 형태와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고 종을 분류한 뒤, X선을 비롯한 여러 검사를 통해 발아와 휴면 가능성 등을 파악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최대한 다양한 식물의 종자를 수집해서 영구보존하여
후손에게 넘겨주는 것입니다."

종자 정보가 입력된 QR코드가 붙은 전용 용기에 건조된 종자를 병입하는 모습.

종자 정보가 입력된 QR코드가 붙은 전용 용기에 건조된 종자를 병입하는 모습.

이때 쭉정이를 가려내는 작업도 병행한다. 건조실에서 한두 달 가량 습기를 날린 뒤, 종류, 무게, 특징 등 정보를 QR코드로 출력하여 전용 용기에 병입하면 준비가 마무리된다. 뽀얀 메밀밭 가운데 씨앗모양의 형상을 뽐내는 씨드볼트는 지하 40m아래에 세상의 모든 종자를 품을 요람이 있다. 60cm 두께의 강화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커다란 외부 충격에도 안전하며, 전기가 끊겨도 자체 발전기로 한 달 동안 가동 조건인 영하 20℃, 상대습도 40% 내외를 유지할 수 있다. 국내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2023년까지 30만 점, 장기적으로 2100년 이후에는 최대 저장 규모인 야생산림식물종자 200만 점 보존을 목표로 쉬지 않고 가동 중이다. 이렇게 보존된 종자는 발아 조건이 갖춰지면 다시 싹을 틔워낸다고 하니, 작은 씨앗 속에 담긴 생명의 경의로움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많이 보고, 먹고, 약으로 활용하는 종자들은, 현재 기준으로 중요한 게 맞습니다. 곡물은 먹거리니까 당연히 중요하겠죠. 그런데 이게 미래의 우리 후손한테도 중요하다고는 속단할 순 없거든요. 그 판단은 미래의 그 시점, 그 때의 기준으로 해야합니다.” 이처럼 이동준 박사는 식물 종자에 대한 가치 여부 판단은 미래의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맡기고, 지금 우리는 가급적 다양한 종자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 지구 식물 생태계를 아우르는 종자 보존은, 우리 한반도의 식물 자원을 지키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씨드볼트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와 종자를 교류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고유 자생 식물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보존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와 세계의 생태계를 함께 지키는 방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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