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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북에세이

우리집 작은 밥상이
지구라는 거대한 밥상을 살린다

밥상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거기엔 누군가가 땀 흘려 키운 채소, 누군가의 월급과 바꾼 고기, 누군가의 정성이 깃든 찌개가 있다. 밥상은 우리에게 건강한 에너지와 꼭꼭 씹어먹을 수 있는 행복을 제공한다. 그런데 이 밥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아동 세 명 중의 한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다. ‘한국인은 수십 년 전에 보릿고개를 넘었지.’라며 안심할 수 있을까?
이명석(문화비평가) 그림 댄싱스네일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고시원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우리 밥상은 시소처럼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이 반대편으로 치우쳐도 곤란하다. 미국 인구의 25%가 ‘과다체중’의 위험에 빠져 있다. 지구 반대편, 미국까지 돌아볼 필요도 없이, TV를 켜면 먹방으로 가득 한 한국 사회도 비슷한 길을 가는 듯 보인다. <숨쉬는 양념·밥상>의 저자 장영란 씨는 1990년대 후반 귀농 생활에 들어갔다. 남편이 정말 원해 떠난 귀농 생활, 잘 정돈된 농장도 아니었다. 산골 다랑이 논밭을 가꾸기에는 초보 귀농인인 자신의 솜씨가 너무 서툴다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15년 뒤 영란 씨의 가족은 훌 륭하게 바뀌었다. 스스로는 ‘우리는 곡식을 가꾸는 게 아니라 땅을 가꾸는구나’ 깨 닫게 되었다. 아이들은 집을 가장 편하고 즐거운 곳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것은 작 은 밥상의 이야기다.

한편, 지구 반대쪽 파리 제10대학의 농업 교수인 장 폴 샤르베는 아주 큰 밥상을 고민한다. 그는 <세계 식량 위기>에서 지금 9억 5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2050년에는 30억 명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녹색 혁명, 유전자 조작 작물, 가공식품, 식량 무역은 식량부족과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그 러나 새로운 화두 또한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위 생적이고 건강한 식량을 모든 인류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

장바구니 일러스트와 책 인용구 - 하단에 설명

두 책은 지상에서 가장 작은 밥상과 가장 큰 밥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끈끈히 이어져 있다. 둘 중 어느 것 하나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세계 식량 위기>는 지구 전체가 불균형한 식량 유통 체계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대량 생산해 식품은 물론 대체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아프리카의 많은 아이들은 굶주림을 채울 식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선진 산업국가가 만들어낸 환경 오염은 가뭄, 대홍수 같은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야 기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으로 고통받는다. 배고픈 이민자들이 다 시 선진 산업국가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여러 사회적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세계식량 위 기>는 담담한 어조와 사실에 기반한 수치로 지구 위 가장 큰 밥상이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로 크게 휘청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상에서 가장 작은 밥상, 우리네 식탁 위의 사연은 어떻게 흘 러가고 있을까. <숨쉬는 양념·밥상>의 가족은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과는 조금 다르게 나아갔다. 도시를 떠나 자급자족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들이 차려낸 밥상은 우리에게 이렇 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은 오늘 저녁 밥상에 올라온 수많은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나요? 마트, 편의점, 혹은 택배를 통해 왔을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돼지는 누가 키웠고, 채소 밭엔 어떤 비료를 주었고, 양념은 어떤 공장에서 만들었는지 아시나요?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 보았나요?” 그동안 우리는 식량을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이 얻는 데에만 골몰했다. 이제는 밀, 옥수수, 닭고기, 스팸 등이 수만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오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식량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리스테리아균을 보유한 치즈, 살모넬라균이 발견된 식품, 구제역이나 광우병에 걸 린 소…. 더불어 국제 식품 가격 추이는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스위스, 일본, 한국 등 농산물 대 부분을 수입하는 국가에서는 식량 주권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부 일러스트와 책 인용구 - 하단에 설명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사람들이 세계시장에 나온 농산물에 관심을 보이며 가격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식량 위기>에 서는, 농산물만이 아니라 가공식품의 무역량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농업의 미래는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농업 정책의 방 향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더불어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 국제무역기구 역시 매우 중요 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식량 위기에 대한 해법보다는 미래의 모습을 엿보여주며 열린 결말로 글을 맺는다.
이에 스스로 농사를 짓는 것으로 대안을 찾는 이들도 있다. 일본에서는 고향 회귀 운동, 영국에서 는 자급자족 학교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모두 시골에 내려가 친환경의 자급자족 농부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푸드 마일(Food Miles)은 농산물 생산지에서 식탁까 지의 거리를 말한다. 이 거리가 늘어날수록 운송 연료의 소비와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난다. 오래 보존하려고 첨가물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고, 농산물이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뢰할 근거가 희 박해진다. 푸드 마일 운동은 이 거리를 따져 가까운 지역의 재료로만 밥상을 차리자는 거다. 그 대 상이 소규모 농장이면 더욱 좋다. 때론 그 농장을 방문해, 내가 먹는 채소와 계란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구경할 수도 있다.

자급이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마련하는 일이고, 자족이란 그 일에 대해 만족하는 것이다. 얼핏 거창한 듯 보이지만, 자급자족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조금은 귀찮지만 건강한 밥상으로 가야할 때다. 혀끝이 당장 느끼는 가짜 맛이 아니라 다음날 몸이 깨닫 는 진짜 맛을 만나보자. 내가 꼭꼭 씹어먹는 토종 잡곡이 국제종자회사로부터 식량 주권을 지켜낸 다. 우리 가족의 현명한 밥상이 지구라는 거대한 농장을 파릇파릇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왼쪽)책 숨쉬는 양념·밥상 일러스트 (오른쪽)책 세계 식량 위기 일러스트

<숨쉬는 양념·밥상> 장영란. 들녘
다수의 책을 통해 바른 먹을거리와 자연요리법 을 소개해온 저자는 사먹는 데 익숙한 도시 부엌에서 자연을 되찾기 위해 직접 팔 을 걷어붙였다. 올해로 귀농한 지 15년이 된 그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자연 스럽고 건강한’ 밥상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다.

<세계 식량 위기> 장폴 샤르베. 현실문화
2050년에는 지금보다 배고픔을 호소하는 인구가 30억 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어 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농산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까? 현재와 미래의 식량 문제를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소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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