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
더불어 사는 이들의
‘마음 리모델링’
행복을 같이 하는 사람들
닫힌 문을 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중한 노크는 꾸준히 이어졌고, 조심스레 문이 열리자 능숙한 손놀림으로 집을 고쳤다. 마침내 새로워진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주인 얼굴에 피어나는 기쁨과 생기. 봉사단체 ‘행복을 같이 하는 사람들’은 솜씨 좋은 집수리로 이웃들의 마음을 한층 밝게 리모델링하고 있었다.
글 강진우(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Bomb Studio)
집수리로 나누는 값진 기쁨
적막하던 집이 순식간에 활기로 가득 들어찬다. 마치 특공대가 임무를 수행하듯 몇 개 조로 나뉘어 가구를 들어내고 페인트칠과 도배, 전기 배선 작업을 척척 해나가는 사람들. 우물쭈물 서 있는 어르신 앞에 의자 하나가 척 놓인다. “할머니, 여기 편하게 앉으셔서 저희 감독하세요. 어디를 더 손보면 좋을 지 알려주시면 돼요.” 최순덕 단원이 활짝 웃으며 말하자 어색함이 한결 풀어진다. 집 전체를 뜯어고치는 정신없는 와중에 도 어르신을 살뜰히 챙기자, 드디어 어르신 말문이 트인다. 작업하는 틈틈이 오가는 수더분한 이야기들과 집안 전체로 번져 가는 함박웃음. 집이 변신을 끝낼 무렵, 사람들과 어르신은 더없이 살가운 이웃사촌이 되어 있었다. 봉사단체 ‘행복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하 행같사)’의 봉사는 이렇듯 단순한 집수리를 넘어선다. 크고 작은 상처로 녹슬어 있는 이웃들의 ‘마음의 경첩’에 행복이라는 기름을 곱게 발라, 그 문이 삐걱거리지 않고 활짝 열리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행같사는 지난 2013년 비정치·비종교·비영리적 사회 공헌활동을 지향하는 한 평생교육원의 리더십 교육 수료생 열일곱 명이 힘을 합쳐 만든 모임이다. 목조건축을 업으로 삼는 강남주 초대 회장의 주도 아래 자연스럽게 집수리 봉사단체의 길을 걷기 시작한 행같사는, 몇 년 사이 회원 수 150명을 바라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걸맞게 집수리 범위도 간단한 도배장판에서 단열, 전기, 지붕 등으로 확장돼, 이제는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를 발휘한다. 그중 심재오 단원은 딸 심다솔 양과 함께 행같사의 창립 멤버로 전기 담당으로 줄곧 활동해 왔다. 행같사의 변천사를 천천히 되짚어가자, 그는 감회 어린 목소리로 켜켜이 쌓아 온 이야기를 펼쳤다.
“초등학생이던 딸과 함께 전선 만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4년이나 흘렀고 딸은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됐네요. 그간 집 수십 곳을 함께 수리하면서 공사 실력도 많이 늘었고 보람도 적잖이 느꼈지만, 무엇보다 가장 뿌듯한 점은 딸이 지금까지도 제 조수를 자처하며 함께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행같사에는 저희처럼 부모 자식이 함께 봉사하는 집이 상당히 많아요. 모임 이름처럼 봉사하는 행복을 같이 하고 있는 셈이죠.(웃음)”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어르신들도 정기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단원들에게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연다. 마음의 고단함까지 말끔하게 씻어주기 때문이다
봉사를 넘어 평생의 동반자로
행같사의 봉사 영역은 집수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곳에서의 재능 기부와 복지시설과의 유기적 협업도 병행하고 있는 것. 먼저 행같사는 용인시 재능나눔박람회 참여 및 통일공원 공방체험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DIY 목공예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벌써 햇수로 3년째다. 그런가 하면 2015년에는 장애아동시설 반딧불이 문화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운동회와 예술제에 자원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책장도 직접 만들어 기증함으로써 책 읽는 공간을 꾸미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또한 이와 함께 요즘 행같사가 진행 중인 남다른 프로젝트가 있으니, 바로 가구 만들기 사업. 용인시의 지원을 받아 관내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각종 가구는 집수리 봉사와 연계해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이 사업을 계기로 3개월째 행같사에서 활동 중인 김수아 양은 그간 느낀 봉사의 기쁨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표현하며 입술을 뗐다.
“만든 가구를 가지고 어느 할머니 댁에 간 적이 있는데요. 할머니께서 처음에는 낯을 가리셨는데, 나중에는 저희들에게 ‘우리 손자들 같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셨어요. 그때 보람을 많이 느꼈고, 자주 찾아봬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이래서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고들 하셨구나’하는 생각도 했죠.”
수아 양 말마따나 행같사의 봉사는 일회성이 아니다. 수리한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고칠 곳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꼼꼼하게 알아보고 개선함은 물론, 어르신들의 말벗 역할도 기꺼이 도맡는다. 이 같은 사후 관리는 행같사가 집수리와 함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활동이며, 단원들과 어르신들 간의 정을 더욱더 돈독하게 만들어 주는 촉매제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다
4년간 일흔 곳이 넘는 집을 수리해 왔다. 유독 일이 고된 날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어려움을 겪은 날도 있었지만 행같사 단원들 심장에 가장 깊이 새겨진 두 글자는 ‘행복’이다. “한국전력공사에 사연을 보낸 우리 딸(이홍주 양) 덕분에 행같사 활동도 소개하고 간식도 받아서 기분이 좋다.”며 운을 띄운 최순덕 단원은 어르신에게 의자를 건넬 때만큼이나 행복한 표정으로 봉사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미리 연락을 드린 뒤 허락을 받고 가는데도 당일에 집수리를 거부하시는 어르신들도 가끔씩 계세요. 사람에 대한 상처가 깊은 분이거나 몸이 불편해서 만사가 귀찮게 느껴지는 분들이 시죠. 그럴 때는 열심히 설득한 다음 더 열심히 작업하고, 더 따뜻하게 어르신을 대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인지 이런 어르신 대부분이 깔끔하게 수리된 집을 보고 우시더라고요. 고맙고 미안하다면서요. ‘아, 이런 게 진정한 봉사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죠. 행복감도 더 많이 느껴지고요. 저희의 봉사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인 것 같아요.” 최순덕 단원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정의훈 부회장은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봉사가 무언가를 해 주는 행위임에 앞서 사람과 사람 간의 만남인 만큼, 봉사를 통해 연결된 인연의 끈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차상위 계층 어르신들의 집을 주로 수리하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뒤 따라야 합니다. 저희 행같사는 봉사단체를 넘어 어르신들과 인생을 나누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빠르게 변한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삶에서 우러나는 행복은 변하지 않는다고 행같사 단원들은 믿는다. 이들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집을 수리하고, 어르신들과 웃음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을 것이다. 그렇게 이웃들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할 것이다.
행복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봉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봉사를 통해 연결된 인연의 끈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들은 저마다의 솜씨로 상처 입은 이웃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단장해간다.
행복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서 뜻 있는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집수리 봉사를 통해 이웃의 마음까지 새롭게 단장할 수 있습니다.
문의 정진구 회장(010-8386-1339)
‘행복한 동행’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직접 봉사하는 곳, 혹은 알고 계신 곳을 추천해주세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해주시면, 한 팀을 선정해 <빛으로 여는 세상> 취재팀이 맛있는 간식을 들고 직접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메일, 또는 호별로 진행되는 한국전력공사 공식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참여 바랍니다.
메일 doodoo1@kepco.co.kr 페이스북 www.facebook.com/iamkep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