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발걸음
할머니, 새색시처럼 고와지셨어요!
한전 성동전력지사 ‘안나의 집’ 봉사활동
꾸준함이야말로 우리를 마침내 성숙으로, 완성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인 듯하다. 모든 일상에서 그렇듯 봉사에 있어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20여 년 넘게 꾸준히 이어오는 한전 성동전력지사의 봉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성동전력지사가 올해 한전의 우수봉사단으로 선정되게 하는 힘은 ‘꾸준한 이웃 사랑’이었다. 8월의 늦여름 오후, 성동전력지사 봉사단원들이 다시 그 현장을 향한다.
글 황지영 사진 이원재(Bomb Studio)
사랑으로 지워가는 세월의 무게
오늘 한전 성동전력지사 봉사단원들이 찾는 곳은 남양주시에 자리잡은 노인복지시설 ‘안나의 집’. 오갈 데 없는 어르신 10명이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하는 보금자리다. 이들이 안나의 집 앞마당에 들어서자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모시는 신승자 원장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날도 궂은데,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봉사업무를 담당하는 한혜란 대리의 손을 맞잡고 봉사단원들이 가져온 물품들을 건네받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쌀과 이불, 음료 등 이들의 필요를 알고 그때그때 채워주는 봉사단원들이 늘 고맙다. “텃밭에 비료를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걱정만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와주신다고 해서 염치없이 기다리고 있었지 뭐예요.” 체면 차리지 않고 얘기하는 서로의 모습이 정겹다. 이윽고 연세가 많아 스스로 목욕하기 힘든 어르신들을 씻겨 드리는 일이 시작된다. 한혜란 대리와 박재희 대리, 김효정 씨가 사업소에서 챙겨온 수건과 목욕세제 등 용품을 꺼내며 할머님들의 목욕 준비에 바쁘다. 다른 사람의 몸을 씻기는 일은 만만치 않다. 특히 기운이 없는 할머님들과 함께 하는 목욕은 더욱 조심스럽다. “할머니 많이 더우시죠. 목욕하러 이제 들어가세요.” 박양윤(90세) 할머님과 손녀딸처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박재희 대리의 표정이 밝다. 목욕을 마친 할머님들과 함께 나온 봉사단원들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이제는 할머님들의 손톱과 발톱을 깎아드릴 차례다. “할머니 제가 예쁘게 깎아드릴게요.” 혹여 너무 짧아져 불편하지 않을까 김효정 씨의 손길이 신중하다. 끝으로 할머님들의 머리를 말려드린 후 얼굴과 몸에 로션을 발라드리면서 임무는 마무리다.
“와, 우리 할머니 로션 바르고 화장하니까 예뻐지셨네.” “시집올 때 화장하고 처음이야.” “나도 화장해줘.” 농담이 오고가는 가운데 옆에 있던 정간난(94세) 할머니도 로션 발라달라고 얼굴을 내민다. 시집올 때 이후로 처음 로션 발랐다는 할머니의 귀여운 ‘뻥’에 봉사단원들은 웃음 짓고, ‘예쁘다’는 봉사단원들의 칭찬에 주름 많은 할머님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난다. 친근하게 손녀딸처럼 허물없이 대해주시고 유쾌하게 말씀도 잘하시는 할머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봉사단원들. 봉사로 쌓아온 오랜 인연만큼 ‘사랑’도 그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구슬땀으로 전하는 행복
같은 시각 뒤편 텃밭에서는 심정운 지사장과 김인수 과장, 김정준 과장, 홍성식 차장이 비료뿌리기에 돌입했다. 앞마당에 있는 비료 포대를 다리 하나 달린 일륜 농수레에 싣고 텃밭으로 옮겨야 한다. 김정준 과장이 비료 포대를 올리고 출발해 보지만 뒤뚱뒤뚱 그만 얼마 가지 못하고 수레가 쓰러진다. 외발이라 중심잡기가 만만치 않다. “함께 해야겠네. 앞에서 밀고 양옆에서 붙들고 갑시다” 협력(?)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일륜 수레로 비료를 땅에 내려놓는다. 심정운 지사장이 익숙하게 삽으로 비료 포대를 탁탁 쳐 찢은 뒤 들고는 포대를 들고 살포 작업을 시작한다. “소싯적에 시골집에서 다들 해본 것 아냐?” 뚝뚝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농담처럼 말을 건넨다. 비료포대를 밭 중간 중간 옮긴 후 삽으로 떠서 골고루 흩뿌린다. “삽질을 오랜만에 하니까 생각보다 힘든데요.” 김인수 과장이 웃으며 땀을 닦는다. 해는 나지 않지만 습도 높은 오후의 여름 날씨에 열기로 붉어진 봉사단원들의 얼굴은 땀이 비오듯 흐른다. 세수로 얼굴의 땀을 닦아내고 한숨 돌리는 사이 원장님이 시원한 오미자차를 내온다. 얼음 담긴 오미자차 한 잔으로 봉사단원들은 갈증과 한나절의 고단함을 털어낸다. 비록 몸은 땀에 뒤범벅되었지만 그만큼의 뿌듯함으로 성동전력지사 봉사단원들의 표정은 환하다. 이들이 나누는 몇 시간이 할머님들에게 큰 행복으로 전해졌으리라. 그리고 더 큰 행복을 얻은 성동전력지사 봉사단원들의 마음도 더욱 넉넉하고 넓어졌으리라. 이들 이웃 사랑의 힘이 한여름 무더위에 한줄기 선선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MINI INTERVIEW
사랑이 넘치는 안나의 집
안나의 집은 어머니가 운영하셨고 저는 옆에서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제가 맡아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성동전력지사 봉사자분들은 정말 늘 열심히 해주세요. 항상 오시기 전에 미리 전화주시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묻고는 후원을 해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20년 가까이 해주신 목욕봉사는 할머님들이 좋아하세요. 오랜 기간 꾸준히 와 주시니까 정말 한 식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신승자(안나의 집 원장)
저는 성동전력지사로 온지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이곳 봉사활동이 처음인데요. 안나의 집 봉사 초보인지라 선배님들이 할머님 목욕시키는 것 보조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할머님들이 연세는 많으시지만 말씀도 잘하시고 재미있으세요. 오늘 손톱과 발톱을 곱게 깎아드렸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서툴고 어려웠어요. 다음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효정(성동전력지사 변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