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정화시설이 설치된 옥상텃밭에 선 한무영 교수

빗물 정화시설이 설치된 옥상텃밭에 선 한무영 교수

당신과의 인터뷰 1

물 부족, 빗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빗물박사 한무영 교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도 돌아보면 늘 그렇듯, 해답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당면한 물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 이에 빗물박사로 더 유명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빗물을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빗물에 담긴 해법을 들어 보았다.
정보리 사진 이원재(Bomb Studio)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옥상에 조성된 옥상텃밭. 공동텃밭에는 김장용 배추가, 분양텃밭에는 각 지역 커뮤니티에서 심은 농작물이 빗물을 마시며 자라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옥상에 조성된 옥상텃밭. 공동텃밭에는 김장용 배추가, 분양텃밭에는 각 지역 커뮤니티에서 심은 농작물이 빗물을 마시며 자라고 있다.

빗물로 자라는 건물 옥상텃밭
때 아닌 장대비가 도심을 짧게 훑고 지나간 다음 날, 관악산이 바투 보이는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를 찾았다. 봄 가뭄과 마른장마가 연이은 이상기후를 대변하듯, 요즘 부쩍 한무영 교수를 찾아 오는 곳이 많다고. 그가 빗물에 관해 쓴 단행본만 해도 10여 권. 수처리 학위와 해외에서 더 주목하는 논문 등 전문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더불어 지속가능물관리센터의 소장 등을 겸임하며 거주시설에 빗물정화시설을 설치, 이를 조경 용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직접 개발하고 보급하는 등 발로 뛰고 있다. 대학 교수인 그가 빗물전도사를 자처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버려지는 수자원, 빗물에 대한 안타까움과 의무감 때문이다. “빗물의 산성도를 측정해보면 6.6pH로 생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처럼 빗물은 중성(7.0pH)에 가까운 약산성이기 때문에 어디에든지 쓸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수돗물보다 맛있고 강물보다 깨끗하며 정수하기도 간단해 비용도 덜 들죠. 생각해보면 수돗물도 결국 상수원에 모인 빗물을 정수한 것이지 않습니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빗물. 생각해보면 참 단순하고 당연한 이치다. 오늘날 건축물과 도로, 농지 등은 만들 때 빗물을 빨리 흘려 버리는 방향으로 설계 되어 있다. 그 결과, 홍수와 가뭄, 담수 부족 등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 모이도록 한다면 대부분의 물 문제가 해결된다고. 이처럼 빗물을 모으는 시설이나 장치는 매우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대학 건물 옥상에 조성한 텃밭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작물이 빗물로 자란다. 흙 밑에 깔린 부직포와 방수포가 빗물을 가두는 역할을 해 가뭄이 와도 수돗물을 쓰지 않는 것. 빗물로 자라는 것은 식물만이 아니다. 옥상 한쪽의 작은 연못에서는 금붕어들이 노닌다. 더불어 여러 단체에 분양한 옥상텃밭은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커뮤니티 역할까지 도맡는다.

우리 선조들은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지혜를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소중한 수자원인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되겠지요.

(왼쪽)리트머스 시험지로 주스의 산성도를 측정하는 모습. 이때 측정한 주스의 산성도는 약 3.5pH로 빗물보다 높은 산성을 띤다.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산성도가 높다.
(오른쪽)옥상 녹화의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에 대해 설명하는 한무영 교수

(왼쪽)리트머스 시험지로 주스의 산성도를 측정하는 모습. 이때 측정한 주스의 산성도는 약 3.5pH로 빗물보다 높은 산성을 띤다. 빨간색에 가까울수록 산성도가 높다.
(오른쪽)옥상 녹화의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에 대해 설명하는 한무영 교수

빗물관리와 절수 습관은 우리 모두의 의무
한무영 교수는 위성사진을 예로 들며 ‘와플식 빗물관리’를 도시의 대안으로 말한다. 움푹 들어간 건물 옥상을 텃밭으로 활용해 빗물을 버리지 않고 가둬두기만 해도. 가뭄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고. 앞서, 그가 오늘날 빗물박사가 된 이유 중 하나를 의무감이라 했다. 물 부족 국가의 시민이자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의무감을 함께 나누자고 말한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양변기를 절수형(4ℓ용량)으로 교체하기를 권한다. ‘물맹’을 벗어나기 위해서 ‘약간의 투자’도 필요하다고. 절약한 수도요금으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그의 바람처럼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에서 수자원 보호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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