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동행
온 가족이 함께하는
뚝딱뚝딱 ‘행복공예’
다채움가족봉사단
서로 다른 가족이 함께 모여 만든 것은 책꽂이였으나, 이는 단순한 가구공예나 목공예가 아니었다. 온 가족이 힘을 합쳐 탄생시킨 추억과 보람, 그 속에서 오가는 소소한 이야기들. ‘다채움가족봉사단’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가족들은 직접 완성한 책꽂이에 ‘사랑’을 꽂았다. 이들은 행복의 서재를 만들고 있었다.
글 강진우(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Bomb Studio)
열여섯 가족봉사단, 학업에 필요한 가구 만들어 전달
“집중해, 딸!” 목판을 잡은 엄마가 목소리에 힘을 주자, 아이가 전동드릴을 쥔 손에 잔뜩 힘을 준다. ‘지이잉’ 소리와 함께 톱밥이 날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파고들어 두 목판을 단단히 고정시킨 검은색 나사못. “우리 딸 실력 좋은데? 책꽂이 받는 친구들이 좋아하겠어!” 엄마의 칭찬에 해맑은 미소를 꽃피운 아이가 금세 다른 작업에 몰입한다. 그 모습이 어른스러워, 엄마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일을 거든다. 모녀가 함께 만든 추억이 하나 더 늘어난 순간이다.
김제시에 사는 열여섯 가족으로 이뤄진 다채움가족봉사단은 3년 전부터 학업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름하여 ‘뚝딱뚝딱 행복공작소’ 프로젝트. 작년까지 책걸상 40여 세트를 만들어 관내 조손가정·다문화가정·지역아동센터 등에 전달했다. 한편 올해는 품목을 바꿔 책꽂이를 제작하고 있다. 보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 김진숙 회장이 목공예 삼매경에 빠진 단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꺼낸다.
“다들 제법 잘 만들죠? 3년 전에는 목판조차 쥐어 본 사람이 없어서 꽤 애를 먹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책걸상이나 책꽂이 정도는 뚝딱 만들어 낼 만큼 실력이 좋아졌죠. 이게 모두 꼼꼼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신 김용길 공방장님 덕분이에요.”
‘나무풍경 생활목공예연구소’를 운영 중인 김용길 대표와 다채움가족봉사단의 아름다운 인연은 김제시자원봉사종합센터에서 비롯됐다. 가족들이 보다 즐겁게 봉사하기를 원했던 봉사단 임원들의 고민과, 목공예 기술을 봉사에 활용하고 싶었던 김용길 대표의 마음을 김제시자원봉사종합센터가 하나로 이어준 것. 김제시 아이들과 두 단체의 행복 지수를 모두 끌어올린, 그야말로 ‘탁월한 주선’이었다.
늘어 가는 추억, 쌓여 가는 보람
다채움가족봉사단도 3년 전까지는 다채로운 활동을 펼쳤다. 2008년 창단 이래 복지시설 청소 및 목욕 봉사, 지역 연계 벽화그리기, 환경 정화 활동, 지역 축제 안내 봉사, 연탄배달 및 목도리 뜨기, 낙후된 집 도배장판 교체 등 여느 봉사단체 못지않게 폭넓은 행보를 보이며 이웃 사랑에 힘썼다. 2009년과 2011년, 김제시와 전라북도로부터 봉사우수단체로 선정돼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고.
그런데 어느 순간 변수가 생겼다. 가족봉사단의 특성상 아이들이 자라 학업에 집중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봉사 인원이 조금씩 줄어든 것. 봉사단 임원들은 ‘생각의 전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일반적인 봉사활동이 아닌, 색다르면서도 다른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것. 바로 현재 집중하고 있는 ‘뚝딱뚝딱 행복공작소’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나무풍경에 모여서 김용길 공방장님과 함께 아이들에게 줄 가구를 만들고 있는데요. 만드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만든 가구를 직접 전달할 때의 기쁨과 보람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커요. 얼마 전에 책꽂이가 없어서 방바닥에 책을 쌓아 놓던 집에 간 적이 있는데요. 아이가 책을 꽂으면서 어찌나 행복해하던지, 오히려 제가 고마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니까요.”
박혜숙 단원의 감격 어린 회상에 김진숙 회장이 다른 이야기를 하나 보탠다. “저는 한창 도배장판을 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살짝 손대기만 해도 우수수 흙이 떨어지던 집을 수리한 적이 있는데요. 장판과 벽지를 새로 바르고 청소까지 싹 해 드렸더니, 집주인 할머니가 만 원짜리 한 장을 꼭 쥐여 주시면서 ‘갈 때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먹으라’고 하시더라고요. 눈물까지 글썽거리시면서요. 전 그때 느낀 뿌듯함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화목한 가족을 만드는 ‘봉사 대물림’
그런가 하면 안정순 총무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었다. 가족이 함께 봉사한다는 점이 다채움가족봉사단의 최대 장점이라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 책걸상을 가져다준 적이 있는데요. 가구를 받은 아이가 손뼉을 치면서 좋아하는 걸 보더니, 아들이 이러더라고요. ‘엄마, 나 앞으로 봉사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그 뒤로 꾸준히 봉사를 하더니, 고3이 된 올해에도 종종 나와서 활동할 정도로 봉사에 푹 빠졌어요. 봉사했을 때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니 여러 가지 속 얘기도 좀 더 쉽게 나누게 됐어요. 가족봉사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이런 생각은 아이들에게서도 쉬이 발견할 수 있었다. 벌써 4년째 봉사단에서 활동 중인 박민아 양은 ‘봉사 대물림’이라는 범상치 않은 용어를 써 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펼쳐 나갔다. “저는 가구 만들 때 정말 즐거워요. 제가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가구를 쓸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해지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봉사하지 않았다면 봉사의 진짜 의미를 깨닫지 못했을 것 같아요. 다른 친구들처럼 봉사를 학생기록부 점수 올리는 것쯤으로 여겼겠죠. 제가 나중에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한 뒤에도 제 가족들과 함께 봉사할 거예요. 이런 게 ‘봉사 대물림’ 아닐까요?(웃음)”
이번이 두 번째 참가인 김시현, 김민성 남매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봉사’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는 만큼 빠르게 친해질 수 있거니와, 다른 친구들과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남매는 입을 모아 “앞으로 계속 나와서 봉사할 거예요!”라고 외쳤다. 보는 이를 절로 웃음 짓게 하는 기특한 다짐이다. ‘뚝딱뚝딱 행복공작소’에 이어 내년에는 쓰다 남은 크레파스를 활용한 ‘크레파스 재생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다채움가족봉사단. 그 이름답게 단원들에게는 ‘봉사정신’과 ‘화목’을, 이웃들에게는 ‘온정’과 ‘기쁨’을 채우고 있는 이들의 행복한 봉사 여정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가족이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행복. 다채움가족봉사단을 지속적인 봉사활동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다. 그렇게 행복한 기운은 가족을 통해 세상으로 번지고, 나눔은 부모에서 자식으로 대물림된다.
‘행복한 동행’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직접 봉사하는 곳, 혹은 알고 계신 곳을 추천해주세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해주시면, 한 팀을 선정해 <빛으로 여는 세상> 취재팀이 맛있는 간식을 들고 직접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메일, 또는 호별로 진행되는 한국전력공사 공식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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