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발걸음
이야기가 있는 전주, 벽화로 건네는 행복
한전 거창지사 전주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전주, 그곳에 그려진 어린왕자를 보며 미소를 짓곤 인상 깊은 동화의 한 구절을 생각해 낸다.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 필요하게 돼.” 나에게 이런 사람은 누구일까, 그림을 보고 즐거운 상념이 시작된다. 누군가의 수고가 이 길을 가는 이에게 무더위를 식혀 줄 한 줄기 바람같은 행복을 준다. 한전 거창지사 전주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이 만들어낸 잔잔한 감동이다.
글 황지영 사진 이원재(Bomb Studio)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밑그림
“전주에 물 뿌립니다. 모두 비키세요.” 진인태 대리가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물탱크에 연결된 호수로 시원하게 물을 뿌린다. 전주가 흠뻑 젖자 봉사단원들이 일제히 다가가 익숙하게 전주를 닦기 시작한다. “와, 이 더러운 물 좀 봐. 별로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는데 오염이 많이 됐나 봐요.” 솔로 전주를 깨끗이 닦아내고 밑단에 붙은 시멘트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끌칼을 사용해야 한다. 힘을 쓰며 떼어내려 하지만 잘 떨어지지 않는다. “안 떨어지네요. 그대로 두고 작업 해야겠어요.” 밀짚모자를 쓰고 일찍 더위를 몰고 온 태양을 가려보지만 금방 얼굴이 달아오르고 땀이 맺힌다. 조용수 대리가 손을 부채삼아 얼굴에 바람을 만들어 보내며 뒤로 물러난다.
6월 초의 뜨거운 오후 시간, 백우기 거창지사장과 9명의 지사 봉사단원들이 김천리 전주 3본의 청소와 바탕색 페인팅에 나섰다. 이들의 작업은 학생들이 전주에 그림을 편하게 그릴 수 있도록 하는 밑작업이다. 봉사단원들 한쪽에 놓인 붓과 솔, 끌칼, 롤러 등의 물품이 담긴 박스와 페인트가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알려준다.
“이야기가 있는 전주 벽화 그리기 활동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창남초등학교와 거창교육지원청 주변에 있는 전주 30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요. 지금까지 17본의 작업을 마쳤고, 올해는 7본 정도가 벽화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거창지사 김철우 차장이 미소를 띠며 설명한다.
전주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은 한전과 지역 고교생, 거창군이 함께하는 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거창군 청소년문화의집 주관으로 학생들은 전주벽화로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한 해의 테마를 기획하고 그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재능기부를 한다. 인근의 거창중앙고등학교와 대성일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한다. 한전은 솔과 끌칼 등 청소에 필요한 소모품 준비와 전주 청소, 밑바탕 색칠하기, 간식 제공 등의 지원 역할을 맡았다. 자신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는 이들의 땀방울들이 함께 모여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의 동력이 되는 셈이다.
재능기부로 피어난 거리의 전주 벽화
깨끗이 닦인 전주가 마르자 조경옥 대리가 전주 주변 바닥에 신문지를 꼼꼼하게 편다. 이어 김철우 차장이 학생들이 배합해준 하늘색 페인트를 롤러에 묻혀 페인팅한다. 위쪽에 표시된 테이프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롤러를 움직이며 매끈하고 균일하게 페인트를 칠한다. 덜 칠해진 곳은 없는지, 두껍게 칠해지지는 않았는지 세심하게 확인하고 다음 전주로 넘어간다. 오늘 전주를 닦고 바탕색을 칠하는 밑 작업이 끝나면 다음의 순서는 학생들 차례다. “학생들은 주로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립니다. 먼저 스케치를 하고 채색을 하지요. 완성하기까지 3주 정도 걸립니다. 학생들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작품을 완성합니다.”
기온이 낮으면 페인트가 굳기 때문에 주로 여름에 활동한다. 무더운 여름날 땀 흘리며 예쁘게 벽화를 완성해가는 학생들에게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것도 봉사단원들의 몫이다. 오고가는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표하며 건네는 ‘고생한다’는 한마디는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 서로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눠 함께 하며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있는 봉사활동. 한전은 전주를 캔버스로 제공하고 학생들의 그림그리기 재능기부가 더해져 전주는 스토리가 담긴 멋진 벽화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환해진 거리, 친근하게 다가선 전력설비, 재능기부로 얻은 뿌듯함과 보람. 전주 벽화 봉사활동으로 얻는 일석삼조의 효과이다. 오늘도 한전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는 전주 벽화는 행복바이러스가 되어 지나는 이들에게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MINI INTERVIEW 전주벽화 그리기 봉사란
청소년들이 ‘전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역사회의 환경 개선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 있는 활동이라 생각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페인트가 쉽게 굳어 주로 여름에 활동하다 보니 더위에 금방 지치기도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한전 직원의 응원,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역의 주민들과 소통하고,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어 가는데 친구들과 함께 저의 재능을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어 더욱 의미 있고 뿌듯함을 느낍니다.
전지수(거창중앙고교 2년, 미술동아리 ‘컬러리픽’)
한전에 입사해서 전주에 페이트칠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저 전기공급에 꼭 필요한 전주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전주 벽화 그리기를 통해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전주가 새 옷을 입고 아름답게 변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들은 재능을 맘껏 펼치고, 전주는 지역의 멋진 작품으로 변신하여, 학생들에게는 꿈과 상상력을, 지역주민들에게 한전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강아람(거창지사 전력공급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