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듯이 물이 없으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는 마비된다. 인체는 2/3 이상이 물로 구성되어 있어서 물은 필수 요소다. 인체의 거의 모든 역할에 동반되는 수분은 하루 동안 2.5L 정도 몸에서 빠져나간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1.5~2L 정도는 식수를 통해 보충할 것을 권한다. 나머지 부족한 수분은 음식물 섭취로 보충된다. 먹을 식(食)과 물 수(水)가 만난 ‘식수’는 한자의 뜻 그대로 ‘먹는 물’이다. 우리는 쉽게 살 수 있는 생수, 컵만 있다면 마실 수 있는 수돗물과 정수기, 농업용수에서 먹는 샘물까지 다양하게 이용하는 지하수, 발품을 팔아야 하는 약수 등 다양한 식수를 마시고 있다. 그리고 그 식수는 눈에 보인다. 그런데 모든 ‘물’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식수와 달리 보이지 않는 물, 바로 ‘물발자국’이 있기 때문이다.
‘물발자국’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 유통 ·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직 · 간접적으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제 사용하는 물의 양이 어느 정도 인지를 나타낸다. 예를 들면, 소고기 1kg은 약 15,500L, 면 티셔츠 1벌 3,900L, 종이 A4 용지 1장은 10L의 물발자국을 남긴다. 하루 동안 성인 1인이 마시는 물이 2L이고,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물은 200L라고 했을 때, 물발자국을 고려하면 훨씬 많은 양의 보이지 않는 물이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지구의 약 70%는 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0.0086%에 불과하다. 그 물 가운데 큰 강의 형태를 가진 물을 끼고 세계 4대 문명은 발달하였다. 큰 강의 풍부한 물은 농사를 가능하게 하였고, 교통을 편리하게 하였다. 인류는 풍부한 물을 서로 차지하고자 했고, 물 문제를 해결하며 발전해왔기 때문에 인류 역사를 ‘물 전쟁의 역사’라 부를 수도 있다. 그만큼 인류에게 중요한 물이지만. 세계는 지금 물 부족 앞에 놓여있다. 전 세계 5억 명의 사람이 연중 심각한 물 부족을 경험하고 있고, 20억 명은 한 해 동안 최소 1개월 동안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인구 가운데 10억 명가량은 식수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 2021년 현재 지구의 인구는 약 78억 명이고, 2050년이면 지구의 인구는 최소 94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 부족 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의 물 사정을 한번 살펴보자. 연평균 강수량은 1,300mm로 세계 연평균 강수량의 1.6배이다. 하지만 여름철 집중 강우와 높은 인구밀도, 산이 많은 지형 때문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약 27% 정도에 그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99.3%라는 높은 수도 보급률 덕분에 물 부족 국가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다. 거기에 각종 수입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1인당 하루 평균 물발자국이 3,600L를 육박하지만, 보이지 않는 간접적인 물이기에 우리는 물 부족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참고로, UN은 대한민국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였고, OECD는 2050년 물 스트레스 지수 국가 예상 순위 1위로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지구의 물은 한정된 자원이다. 인구 증가와 산업화는 물 사용량 증가, 다양한 오염원 증가, 수질오염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인체의 수분 부족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하지만 식수 외에 물의 과도한 사용은 한정된 자원인 물의 부족을 일으키고 있다. 물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우리는 물을 쉽게 구하고 있기 때문에 물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다. 소중한 물을 아끼고, 잘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➊ 남은 음료를 버릴 때는 신중히
연간 생산되는 생수통은 42억 개. 재활용이 된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용 자체가 많은 것이 문제이다. 개인 컵이나 텀블러 이용으로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생산에 들어가는 각종 전기와 화학물질 등의 사용을 줄이자. 이는 공업용수 사용의 측면에서 볼 때 수질 오염원을 줄이고, 그 오염수를 정화하는 데 이용되는 물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음료를 버리는 것도 신중해지자. 우유 1팩(200mL)에는 7,500L, 커피 1잔(150mL)에는 2,250L의 물이 정화에 필요하다.
➋ 음식물쓰레기는 최대한 줄이기
우리나라 생활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중(30%)을 차지하는 음식물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 5,680t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특성상 음식물쓰레기의 50~ 98%에 이르는 높은 수분 함량은 음폐수 처리 비용과 정화수 사용량을 높인다. 200mL 라면국물에는 5,000L의 정화수가 필요하다. 이제는 음식물쓰레기 자체는 물론, 그 수분 함량을 줄이자. 음식은 싱겁게,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국물 버리기를 최소화하자. 참고로 음식물 쓰레기에 포함된 염분은 폐수 정화에 사용되는 미생물의 역할을 떨어뜨린다.
폐식용유는 물 오염도가 가장 높아 하수도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 요리 후 남은 기름의 양이 적다면 신문지나 키친타월 등으로 닦아 버리고, 그 양이 많다면 폐오일 전용 수거함에 버리자.
복용 후 남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폐의약품은 반드시 약국이나 보건소로 반납하여 폐기 처리하자. 폐의약품을 그냥 버리게 되면 토양이나 하천으로 유입되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다. 하수처리장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➌ 씻을 때, 빨래 시에는 천연세제로
수도꼭지, 샤워기 헤드 등은 보통 1분당 12L의 물이 나온다. 이제는 손 씻기, 세수, 샤워 등 비누칠을 할 때는 물을 꼭 잠그자. 양치 컵 이용으로 6L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액상 형태의 보디클렌저, 헤어샴푸, 린스 등은 세탁세제, 주방세제와 함께 합성세제이다. 그 안에 포함된 합성 계면활성제는 토양과 수질오염의 주원인이 된다. 가능하면 적은 양을 사용하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합성세제 대신 고체 빨랫비누를 갈아서 사용하거나 소프넛, 베이킹소다, 구연산, 식초 등의 천연세제로 세탁하자. 설거지할 때에도 액체 세제보다는 소프넛, 베이킹소다, 밀가루 등의 천연세제를 이용하면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다.
빨래는 세탁기의 80% 정도로 채울 만큼 최대한 모아서 한 번에 하자. 일반세탁기보다는 드럼세탁기가 물을 60%가량 적게 쓴다(일반세탁기 100L 이상, 드럼세탁기 40L 이상).
➍ 수질오염을 줄이는 길, 절수
물 절약은 수도요금과 직결되기 때문에 가장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실천 중 하나이다. 그리고 수질오염방지에는 물 절약이 필수다. 오염수 증가와 그에 필요한 정화수의 증가는 수질오염의 악순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설거지할 때 설거지통을 이용해 물을 받아 그릇을 불려 씻자. 헹굼 시에도 설거지통에 깨끗한 물을 받아 헹구면 60%의 물 절약 효과가 있다. 절수형 수도꼭지는 최소 20% 절수 효과가 있고, 샤워형 수도꼭지는 물의 접촉면적을 넓혀 세척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이 절약된다.
➎ 보이지 않는 물도 신경 쓰기
보이지 않는 물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수입품보다는 국산품이나 지역생산품을 이용하자. 제품의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물발자국이 커지기 때문이다. 거대 물발자국의 소비를 줄이자. 대표적으로 수입산 고기, 초콜릿, 아보카도, 커피, 설탕 등이 있다.
텀블러 및 장바구니, 손수건 등의 다회용품 사용, 패스트패션 지양,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도록 하자. 중고시장, 벼룩시장 이용을 비롯하여 기부, 수선 등을 통해 물건의 재사용을 늘리는 것도 간접적으로 소비되는 물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절약과 절제는 보이지 않는 물 소비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가계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