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전
많은 이가 주목하는 2차전지. 4차 산업 시대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이며, 2차전지 관련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기에 더욱더 관심이 높다. 2차전지의 원리와 단위, 개발 전망을 알아보자.
2차전지 대명사
‘리튬이온전지’
어디까지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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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심장, 2차전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도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전기차를 최근 들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2014년 1,308대가 등록돼 처음으로 1,000대를 넘어선 이후 2015년 2,917대, 2016년 5,099대, 2017년 1만 3,724대, 2018년 5만 5,756대로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총 13만 4,972대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전기차 10만 대를 추가로 보급할 계획을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전기차 보급 대수는 23만 대를 넘는다. 2025년까지 전기차를 113만 대까지 보급해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일반 내연기관차의 심장이 엔진이라면 전기차의 심장은 전지다. 엔진을 돌리는 주재료는 가솔린, 디젤과 같은 화석연료이며 전기차의 전지에는 전기에너지가 담긴다. 일반 건전지처럼 한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전지에 든 전기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방전) 약 1,000회에 걸쳐 다시 채우는(충전) 2차전지가 쓰인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2차전지는 리튬이온전지다.

리튬이온배터리 원리 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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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차전지의 최강자는 리튬이온전지

리튬은 원자번호 3번으로 알칼리 금속이다. 리튬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남미와 호주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소금호수로 불리는 염호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것이다. 리튬을 비롯한 알칼리 금속은 쉽게 전자를 잃어버리고 양이온이 되는 특성이 있다. 전자를 잃은 리튬은 리튬이온(Li+) 상태로 존재한다.
리튬의 가장 큰 장점은 가볍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이동형 기기가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동형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지가 무겁다면 들고 다니기 쉽지 않다. 경량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추구하는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또 양이온 중 수소를 제외하면 이동 속도가 가장 빠르다.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빠르면 더 큰 전기에너지를 내는 전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리튬이온전지만 한 성능을 내는 2차전지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리튬이온전지의 충전과 방전

리튬이온전지는 양극과 음극, 그리고 전지 내부를 채우는 전해질로 구성된다. 액체로 구성된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경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전지의 음극에는 흑연을, 양극에는 금속산화물을 쓴다.
충전은 외부에서 전기에너지를 가해 리튬이온을 음극재인 흑연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이며, 방전은 음극에 모인 리튬이온이 양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말한다. 양극재로 쓰이는 금속산화물에는 보통 리튬코발트산화물이 쓰인다. 충전 과정을 통해 음극에 삽입돼 있던 리튬이온이 빠져나와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한다. 이때 리튬이온이 잃은 전자가 외부 도선을 통해 양극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리튬이온이 전부 양극으로 이동하면 방전상태가 된다. 다시 외부에서 전기에너지를 가하면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모이면서 충전된다. 이 같은 충 · 방전 과정을 반복하며 전기차나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리튬이온전지의 용량과 단위

리튬이온전지와 같은 2차전지 기술의 발달로 전기차 대중화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에 집어넣을 수 있는 2차전지의 양을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 전지의 양이 많아지면 무게가 그만큼 무거워져 에너지 효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크게 무거운 일반 내연기관차가 경차보다 단위 연료(가솔린, 디젤)당 주행거리를 의미하는 연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용량 단위는 보통 킬로와트시(kWh)를 쓴다. 이때 와트는 전기에너지 양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단위로 1볼트(V)의 전압을 가해 1암페어(A)의 전류를 내는 양을 말한다. 와트시(Wh)는 1시간 동안 소모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의미한다. 1시간 동안 1W의 전력량을 소모하면 1Wh가 된다.
전지의 용량은 전기차를 선택하는 핵심 요소인 완전 충전 시 주행거리와 연결된다. 테슬라 모델3 스탠더드 버전의 경우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킬로와트시당 6.1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50킬로와트시의 전지 용량을 곱하게 되면 약 300km를 주행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물론 운전자의 주행 습관이나 기온, 도로 등 주행 환경에 따라 주행거리는 달라진다.

성능 개선된 리튬이온전지와 차세대 2차전지의 개발도 진행 중

보편적으로 쓰이는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개선하려는 연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양극에 쓰이는 금속산화물을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리튬이온전지 양극재는 리튬에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섞은 금속산화물이 쓰인다. 리튬이온전지 제조사마다 쓰이는 성분이 조금씩 다른데 각 재료의 함유량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충·방전을 많이 하면 전지 용량이 감소하는 현상과 리튬이온을 양극에 잘 붙들 수 있는 소재 조성과 구조를 개선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리튬공기전지 연구도 있다. 리튬공기전지는 공기 중 산소를 전극으로 쓰는 개념으로 양극 소재로 금속을 쓰는 리튬이온전지보다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전지를 사용하다 보면 활성산소가 생기면서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양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전고체전지도 차세대 2차전지로 거론된다.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화재 위험이 없고 안전장치가 필요 없는 게 특징이다.

글. 김민수(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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