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플러그만 연결하면 사용자 인증 · 충전 · 결제가 한 번에 이뤄지는 기술이 개발됐다. 지난 7월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개발 완료한 ‘플러그 앤 차지(Plug & Charge) 충전 기술’이다. 개인정보 보안성과 충전 편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받는 이 기술에 대해 한층 자세히 살펴보자. 글. 강진우(자유기고가) / 사진. 이원재(Bomb스튜디오)
꽂기만 하면 충전과 결제를 한 번에!
플러그 앤 차지(Plug & Charge)
충전 기술
스마트배전연구소 신사업연구실 임유석 선임연구원이 100kW급 충전기로 실험용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11만 대를 돌파했다. 우리 정부는 전기차 보급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2025년까지 전기차 보급 대수를 누적 113만 대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높은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을 앞세운 전기차 확대 보급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 이런 가운데 전기차가 실효성 있게 보급되려면 사용 편의성을 다각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충전 과정 간소화다.
전기차를 충전할 때는 몇 가지 단계를 필수로 거쳐야 한다. 먼저 주차를 한 뒤 회원카드나 스마트폰을 태깅(Tagging)해 사용자를 인증한다. 이후 플러그를 꽂고 원하는 만큼 전기가 충전되기를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신용카드 등의 결제수단으로 충전량만큼 요금을 결제한다. 그러다 보니 충전 방법이 다소 번거로웠던 것은 물론, 충전 전후로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도 상당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 · 운영하고 있는 한전은 2018년 1월부터 충전 과정을 간편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7월, 전기차에 충전 플러그를 꽂는 것만으로도 사용자 인증 · 충전 · 요금 결제가 한 번에 이뤄지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플러그 앤 차지(Plug & Charge) 충전 기술(이하 플러그 앤 차지)’이 그 주인공이다.
힘을 합쳐 상용화한 100kW급 급속충전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신사업연구실 직원들. 왼쪽부터 유승덕 선임보연구원, 박기준 수석연구원, 임유석 선임연구원, 손찬 선임연구원
플러그 앤 차지는 충전기와 자동차가 양방향 통신으로 결제 정보를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플러그 연결만으로도 충전 전 과정이 진행되도록 한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플러그 앤 차지가 적용된 통신장치와 암호모듈이 충전기와 전기차 모두에 탑재돼 있어야 한다. 전자인증서를 통해 안전하게 개인 정보를 송 · 수신하기 위한 필수 보안 장치다.
플러그 앤 차지 기술 개발은 한전 전력연구소 스마트배전연구소 신사업연구실에서 맡았다. 이 중 전기차 충전기술 연구 담당으로서 플러그 앤 차지 기술 개발에 앞장선 임유석 선임연구원은 “충전기와 전기차, 그리고 충전기와 연결된 데이터 서버가 빠르게, 끊김 없이, 안전하게 충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기술적 밑바탕을 마련하는 데 가장 많이 신경 썼다.”며, 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단순히 충전기와 전기차만 통신한다고 해서 플러그 앤 차지가 제대로 동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충전기와 연결된 데이터 서버까지 신속 · 정확하면서도 안전하게 결제 정보를 보내고 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기술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개발한 플러그 앤 차지는 매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사용자 인증에서부터 결제까지의 충전 전 과정이 빠르고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수많은 테스트를 엄격하게 거쳤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이나 오작동의 걱정 없이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전은 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보안통신인프라를 민간 충전사업자와 전기차 제조사에 제공, 초기 투자비용 부담 없이 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대승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제조사들은 내년부터 플러그 앤 차지 방식이 적용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한전도 여기에 발맞춰 공용 급속충전기에 플러그 앤 차지 기능을 확대하여 적용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전기차 충전이 한층 간편해질 전망이다.
신산업연구실 연구원들이 플러그 앤 차지 충전 기술의 전자인증체계를 분석하고 있다.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의 양방향 통신 폭이 넓어지다 보니, 플러그 앤 차지를 활용해 다양한 전기차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스마트충전(Smart Charge)’과 ‘V2G(Vehicle to Grid)’가 대표적이다. 스마트충전은 플러그를 꽂아 놓고 있으면 전기요금이 저렴한 경부하 시간에 주로 전기차를 충전하도록 제어하는 기술로, 전력계통의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다.
V2G는 전기차를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에 충전했다가 요금이 비싼 시간에 되팔거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능형 충 · 방전 기술이다. 플러그 앤 차지를 응용하면 보안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덕분에 공급자인 한전과 소비자인 고객 모두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향후에는 플러그 앤 차지의 무선통신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충전 인프라와 전기차가 무선통신을 하면, 플러그를 연결하기 전에 사용자 인증을 마칠 수 있어 충전 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충전이 가능한 주차 구역을 전기차에게 알려줄 수도 있고, 자율주행 안내도 할 수 있다. 여기에 무선충전이 더해지면 전기차 충전은 더욱 편리해지게 된다. 임유석 선임연구원이 플러그 앤 차지를 “단순한 결제 기술이 아니라 앞으로의 전기차 서비스를 위한 기반 기술”이라 말하는 이유다.
한전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23년까지 연간 540만 대, 전체의 7%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전기차 판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충전 인프라를 운영하는 한전은 앞으로 이를 선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편리한 전기차 생활의 중심, 그곳에 한전이 든든히 버티고 서 있다.
플러그 앤 차지 충전 기술이 적용된 전기자동차용 충전기
플러그 앤 차지 충전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2009년부터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충전기 규격을 정의하고 직류 · 교류 충전기를 개발하며 기반을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제주 스마트그리드 등 사업화 전 단계의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한전은 국내 단일 사업자 최대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 ·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