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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의 주토피아

북극곰과 인간,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며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빠르게 모든 생물군계가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 말한다.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자연 그대로를 터전으로 살아온 동물들의 삶에 인간이 끼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복구가 어려울 정도로 지구 생태계가 망가진 것이다. 이는 동물과의 공존이 더이상 약자를 보호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 위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는 의미다.
안혜진(WWF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그림 김남희

인류의 자연파괴로 생태계 무너지는 ‘인류세’ 맞아
북극곰이 바다표범을 사냥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삶의 터전은 북극 해빙이다. 그리고 해빙은 태양 에너지를 반사, 지구의 온도를 유지해 기후변화를 조절한다. 최근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북극곰이 생활할 수 있는 해빙의 양이 점차 줄어들고, 대기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한파가 닥치고 미세먼지가 정체되는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인류와 북극곰 등 생물종의 생존은 기후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급격한 인구 증가와 산업 개발, 그로 인한 오염 등 인류는 자연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의 활동이 지구의 지질,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로 진입했다며,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였다. 인류세에는 기후가 급속히 변하고 해양은 산성화되며 모든 생물군계가 멸종위기에 처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한 사람이 일생 동안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파울 크뤼천이 전망한 인류세의 걱정 어린 미래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WWF(세계자연기금)가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16>에 따르면 어류, 조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의 전 세계 개체군은 이미 1970년과 2012년 사이에 58%가 감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평균 67%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례 없는 속도로 야생동물이 멸종되고 있는데, 이는 소위 ‘예쁘고 멋진’ 일부 생물종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이들 생태계가 제공하는 깨끗한 공기, 물, 음식과 기후 서비스가 함께 붕괴할 것이다. 1961년 당시 야생동물 멸종을 막기 위해 설립된 WWF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함을 주장해왔다. 이에 야생동물, 기후, 에너지, 산림, 해양, 식량, 담수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보전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북극곰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해빙과 북극 지역 전반에 대한 보전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고, 북극 생태계에 대한 인류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시스템을 전환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찾아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200여 개의 국가가 인류 생존을 위한 목표 온도에 합의했다. 2100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의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파리협정(COP21)을 기반으로 모두가 기후변화 완화, 적응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의 명암은 우리 선택에 달렸다. 동물과 인간은 결코 우연히 만나 함께 살아가게 된 것이 아니다. 지구라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함께 잉태된 생명과 같다. 동물과 공존하는 현시대를 이대로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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