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입양한 유기견 ‘단비’와 함께 웃고 있는 임송주 씨

직접 입양한 유기견 ‘단비’와 함께 웃고 있는 임송주 씨

당신과의 인터뷰

모두가 어여쁜 생명이잖아요

유기견 입양 카페 ‘이리오시개’ 운영자 임송주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은 말했다. ‘모든 개들은 잠재적 유기견’이라고. 유기견은 단순히 늙고 병들어 버려진 개가 아니다. 언제든 사랑받을 준비가 된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다. 이를 몸소 느끼게 해주는 곳이 있다.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깨고, 유기견이 새로운 가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곳, ‘이리오시개’다.
정보리 사진 이원재(Bomb Studio) 장소협조 커피앨리

직접 입양한 유기견과 함께 웃고 있는 임송주 씨

유기견 만나러 ‘이리오시개’
오랜만에 달달한 봄비가 내린 어느 날, 경기도 분당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유기견 입양 카페 ‘이리오시개’를 찾았다. 이제 막 카페가 문을 연 시각, 운영자 임송주 씨가 청소를 마치고 숨 가쁜 표정으로 취재팀을 맞이한다. 생활 속에서 봉사를 실천하는 이들이 그렇듯 송주 씨 또한 시간적, 물질적으로 풍족해서 유기견을 돌보는 것은 아니다. 그녀도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바쁠 때에는 3일 동안 잠도 한숨 못 자고 카페 문을 연 적도 많다고.
카페를 열기 전 송주 씨는 유기견을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 활동을 실천해왔다. 이 과정에서 아픈 유기견들이 치료를 마쳐도, 입양되기 전까지 막상 갈 곳이 없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한 번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기에, 새로운 가족을 찾을 동안 유기견들이 서로 교감하고 함께 뛰어놀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실 처음부터 카페를 열 생각은 아니었다. 유기견들이 편히 쉬어 갈 휴식처이자 새로운 가족과 연결해주는 입양센터를 열 계획이었다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유기견을 더 가까이 오래 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주는 계기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차 한 잔 마시며 지인과 이야기도 하고, 강아지들도 안아 주며 친해질 수 있는 카페를 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송주 씨는 오랜만에 자신이 입양한 유기견 ‘단비’를 데리고 오붓한 산책에 나섰다. 평소 친구들과 함께 활동하는지라 단비에게는 엄마인 송주 씨와 하는 정말 오래간만의 산책이라고. 점차 빗줄기가 굵어지자,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저희 카페가 지하에 있지만, 나중에는 아이들 데리고 넓고 트인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요. 사람들과 함께 바람도 쐬고 뛰어놀 수 있게끔 말이죠.” 자신이 꿈꾸는 이리오시개의 내일을 좀 더 들려달라는 말에, 송주 씨는 단비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덧붙인다. “지금처럼 도심 근교에 적당히 뛰어놀만한 마당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경험상 어느 정도 시야에 유기견이 모여 있어야 이곳을 찾는 분들도 ‘운명의 상대’를 알아보더라고요.” 유기견과 입양 가족과의 이야기를 청하자, 송주 씨는 생각났다는 듯이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오늘 아침에 소형견을 입양해 간 분이 계세요. 그분이 사실 보호소에서 점찍어 둔 강아지가 있었는데요. 입양 결심을 하고 보호소에 가보니 이미 다른 곳으로 가고 없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 카페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거죠!” 사람과의 만남보다 더 놀라운 반려견과의 우연한 만남이다. 이를 통해 문득,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의 동물과 통하는 다른 형태의 인연(因緣)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카페에서만 한 달에 20마리, 1년이면 약 200마리 넘게 입양을 보내요. 대부분 임시보호자나 새로운 입양 가정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의 운명에 처한 아이들이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려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제가 힘들다고 그만두면, 그만큼의 생명이 죽게 되는 거잖아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캘리야! 여기 봐봐~” 이리오시개 카페에서 생활하는 유기견의 어여쁜 모습을 담기 위해 송주 씨는 ‘캘리’가 좋아하는 테니스공을 공중으로 휙, 던져준다. 어느새 이리오시개 가족 중 서열 1위인 ‘캘리’가 가장 먼저 높이 뛰어올라 재주를 부린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사이, 이를 지켜보던 작은 유기견들이 ‘자기도 놀아 달라’며 취재팀에게 다가와 살랑살랑 애교를 부린다. 유기견이라고 해서 조금은 예민하고 사람을 경계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오해했던 게 미안할 정도다.
흔히 유기견이라고 하면, 아프고 나이든 친구들이라는 생각에 불쌍하게만 여기는 이들이 많다. 강아지를 좋아하면서도 유기견 카페에는 선뜻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이다. “유기견이라고 불쌍하게만 보이는 것은 원치 않아요. 제 눈에는 하나하나 다 예쁘고 애교 많은 아이들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유기견이 늙고 병들거나, 사람들에게 예민할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송주 씨는 유기견에게 빨리 가족을 찾아주는 것 보다 좋은 가족을 찾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때문에 구조된 유기견의 건강과 심리 상태를 시간을 두고 살펴보고 새로운 가정에서 적응할 수 있을 때, 천천히 공고를 올린다고.
해마다 10만 마리 이상의 반려견이 버림받고, 중 30% 이상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이리오시개에서 겨우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은 개들도 열에 한 마리는 이곳으로 되돌아온다. 이유는 다양하다. 기본적인 검진과 접종을 마치고 입양을 보내지만, 후에 질병에 걸렸다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직까지 유기견 입양을 상업적인 애견숍에서 분양받는 것과 비슷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더불어 새로운 가정에서의 적응도 유기견에게는 큰 어려움이다. 입양된 가정에서 키우던 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로 배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파양되는 경우가 많다.

입양된 유기견 사진

이를 두고 송주 씨는 딱 한 달, 그러니까 30일 만 기다리며 지켜봐달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몇 밤만 자고 나면 선물을 받을 수 있겠지?’ 부푼 꿈에 기대 기다렸던 순수한 마음처럼, 인생의 선물이 될 반려견을 위해 처음에는 다소 인내심이 들더라도 딱 서른 밤 정도 기다려 줄 수는 없는 걸까. “200번은 생각해보고 키운다는 생각으로 반려동물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한 송주 씨의 말 한마디를 곱씹어 본다.

유기견 입양 카페 ‘이리오시개’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해 고양시, 용인시, 서울특별시 등 각 지역에서 공고기간인 10일이 지나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구조하여 입양 보내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4년 8월을 시작으로 매년 약 200여 마리의 유기견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었습니다.
입양절차 카페방문 → 입양상담 → 입양 신청서 작성 → 입양
주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로343번길 7 문의 031-708-9993

이리오시개 카페에서 임송주 씨와 즐거운 오후를 보내는 유기견 ‘캘리’와 친구들

이리오시개 카페에서 임송주 씨와 즐거운 오후를 보내는 유기견 ‘캘리’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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