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속 동물원
우리가 지켜줘야 할 위기의 동물들
글 편집실 그림 김희연
길 앞에 묶인 질주 본능, 치타
한때는 육지에서 가장 빨리 내달리던 치타의 네 다리. 그러나 지금은 드넓게 뻗은 사람 길에 꽁꽁 묶인 신세다.
빠른 만큼 활동반경이 넓은 그들은, 서식지의 7할이 인간과 부딪히는 운명이었다. 이제 아시아에는 치타가 없다.
현재 야생에 남은 치타는 7천100마리 남짓. 눈가에 흐르는 검은 무늬는 친구를 떠나보낸 눈물 자국인 듯,
구슬퍼 고개를 돌려버린 치타의 슬픈 자화상.
대낮 같은 밤을 피해 숨어버린 흰올빼미
뽀얀 깃털이 매력적인 흰올빼미는 바람이 매서운 겨울이면 이따금 우리나라에 머물다 간다.
한반도에 터를 잡은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일찍 일어나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이다. 어스름이 질 무렵,
이제는 쉬어야 할 때. 먼 하늘에서 빛나는 네온사인은 흰올빼미에게는 너무 큰 눈부심이다.
고단한 저녁을 밝히는 빛이 그들에게는 쉼이 될 수 없음이 아이러니하다.
다시 보고 싶은 천연기념물, 두루미
포근한 쉼터를 찾아 그리고 풍족한 먹이를 찾아, 한반도로 날아들던 수천 마리의 두루미 떼.
걱정 없이 먹이를 구하던 갯벌도 사라지고, 마음 편히 쉴 산과 들도 삭막해진 지금, 예전처럼 두루미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서로 힘을 합해 새끼를 돌보며 평생을 짝을 위해 사는 금슬 좋은 새.
그들의 소중한 터전을 예전처럼 되돌리는 것은 우리 사람들의 몫이다.
푸른 바다에서 오래오래 살거라, 바다거북
영롱한 눈빛에 집채만 한 덩치를 한 채, 두꺼운 등껍질을 짊어진 신비의 동물 바다거북.
환경오염과 천적의 위험을 이겨내고도, 값비싼 가죽과 약재를 얻는다는 인간의 이기심에 걸려
뭍으로 끌려 나오기가 부지기수다. 100년을 산다는 바다거북은 더 이상 장수의 상징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의 탐욕이 쳐 놓은 촘촘한 그물을 걷어 들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