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창가 단원들이 그림자극에 알맞게 이야기를 직접 각색한 <장화 신은 고양이> 그림자극을 연습하고 있다.

달빛창가 단원들이 그림자극에 알맞게 이야기를 직접 각색한 <장화 신은 고양이> 그림자극을 연습하고 있다.

행복한 동행

검은 실루엣에 불어넣은 무지갯빛 상상력

그림자극단 ‘달빛창가’

달빛 스며든 창가 아래에서 귀 쫑긋 세우고 듣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그 정겨운 경험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림자를 움직였다. 검은 실루엣 위에 관객들의 상상이 덧입혀지도록 손짓 하나, 목소리 한 줄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게 11년을 부지런히 달리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림자극단 ‘달빛창가’의 이야기다.
강진우(자유기고가) 사진 김민정(Bomb Studio)

직접 만든 그림자극 인형을 품에 안은 달빛창가 단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은숙 단원, 손화숙 단원, 김수진 단원, 박경민 단장, 주혜경 단원, 최인화 단원

직접 만든 그림자극 인형을 품에 안은 달빛창가 단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은숙 단원, 손화숙 단원, 김수진 단원, 박경민 단장, 주혜경 단원, 최인화 단원

자신이 맡은 인형을 움직이며 미소 짓는 손화숙 단원

남다른 몰입감 선사하는 우렁각시들
“주인님! 가방 하나와 장화 한 켤레만 주세요! 제가 주인님을 도와드릴게요!” 검은 고양이가 검은 주인에게 말한다. 장화와 가방을 몸에 두른 고양이가 왕에게 찾아가는 길. 그런데 가만히 보니 검은 고양이가 아니다. 주황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가로로 새겨진 우리 집 고양이가 무대 위에서 두 발로 걷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딸깍 소리가 나더니 환하게 밝혀진 형광등이 망막을 찌른다. 눈을 비비고 무대를 올려다보니 우리 집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어때요, 꽤 재미있죠?” 박경민 단장이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그림자극단 달빛창가의 공연은 이토록 몰입감이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강산이 한 번 바뀔 동안 치열하게 고민했고, 진을 빼가며 연습을 거듭했어요. 그만큼 우리 단원 모두가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죠. 그래서 다툼 아닌 다툼도 여러 번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이 하나둘 모여 지금의 달빛창가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달빛창가의 발원지는 부평기적의도서관이다. 2006년 3월 도서관 개관과 함께 활동을 개시한 자원봉사자, 이른바 ‘우렁각시’들이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자극 동아리를 만든 것. 초등학교에서 몇 차례 그림자극을 공연한 경험이 있는 손화숙, 조지애 단원이 주축이 됐다. 그러나 단원 모두가 그림자극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적 없는 주부들.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몰랐으니 오히려 용감하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부랴부랴 준비해서 창단 두 달 만인 그해 9월에 첫 공연 <반쪽이>를 올렸죠. 처음에는 OHP 프로젝터 한 대만 가지고 공연했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지금은 조명 2개와 프로젝터 2대를 한꺼번에 쓰고 있어요. 상전벽해 같은 발전이죠?(웃음)”

그림자극의 장면에 맞춰 배경음악을 틀고 있는 최인화 단원, 시나리오에 맞춰 그림자극 배경을 배치하는 박경민 단장

하나로 뭉친 ‘그림자극계의 어벤져스’
장비 충원보다 더 놀라운 점은 그림자극에 대한 단원들의 이해도와 실력이 1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달빛창가만의 다양하고도 특별한 노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시나리오·연기에 대한 개인적인 공부와 연습은 기본, 극단 차원에서의 견학과 배움도 마다치 않는다. “공연을 올리다 보니 아무래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2007년에 그림자극 전문 극단 ‘영’의 단장님에게 직접 연락해서 사정을 설명한 뒤 꼼꼼한 도제식 교육을 받았어요. 단장님 강사비 드리려고 얼마 안 되는 행사비 알뜰살뜰하게 모았던 기억도 나네요.(웃음)”
달빛창가는 창단 후 2015년 3월까지, 부평기적의도서관에서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 3시와 4시 두 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도 두 달에 한 번씩 새로운 그림자극을 선보이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기획 회의·시나리오 작성·인형 및 배경 제작·공연 연습 등의 과정을 쳇바퀴 돌듯 해 나갔다. 심지어 공연 준비를 위해 가족 행사도 미뤘을 정도. 이런 동고동락이 10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달빛창가 단원들의 호흡은 수많은 전쟁터를 함께 누빈 전우들만큼이나 잘 맞는다. 그런가 하면 단원들은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그림자극에 녹여내고 있다.
손화숙 단원은 국어 교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시나리오 교정을 맡고, 디자인을 전공한 박경민 단장과 김은숙 단원은 인형 및 배경을 스케치한다. 수학을 전공한 주혜경 단원은 재미와 교훈의 균형을 맞추는 데 힘을 보태고, 음악을 공부한 최인화 단원은 배경 음악을 편집한다. 조지애, 김기남, 김수진 단원 또한 각자 맡은 영역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낸다. 그야말로 ‘그림자극계의 어벤져스’라 할 만하다.

그림자극으로 만들어가는 행복
달빛창가는 부평기적의도서관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노인요양시설 등 다양한 곳을 무대로 활동한다. 그렇다 보니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다고. 무대, 인형, 조명, 프로젝터 등 SUV 한 대는 거뜬히 채우는 장비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힘든 순간도 부지기수. 이럴 때는 서로를 위하는 끈끈한 애정과 관객들의 열띤 호응이 큰 힘이 된다.
“긴 세월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추억도 많이 쌓았어요. 백령도에 갔을 때는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장비 챙기느라 고생하기도 했고, 시골 어느 분교 운동장에서 공연했을 때는 풀벌레 소리와 아이들의 집중력이 정말 아름답고 고마워서 새벽 2시에 집에 들어갔는데도 피곤한 줄 몰랐죠. 얼마 전 부평구 노인치매통합관리센터에서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공연을 했을 때는 어르신들이 ‘호랑이한테 새끼 그만 줘!’라고 소리칠 정도로 극에 몰입하시더라고요. 덕분에 더욱더 집중해서 공연할 수 있었답니다.”
요즘 달빛창가에서 준비하고 있는 공연은 그 유명한 <장화 신은 고양이>다. 그러나 극 전개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와는 사뭇 다르다. 관객들이 보다 즐겁고 유익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달빛창가표 각색’을 한 것. 사실 지금까지 무대에 올렸던 50여 작품들도 그림자극에 알맞은 각색을 주입했다. 덕분에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달빛창가 단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11년이나 했으니 지겨울 법도 하지만, 달빛창가는 여전히 그림자극을 사랑하고 즐긴다. 그렇기에 이들의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명징하다. 달빛창가 테두리 안에서 보다 오래, 보다 재미있게 그림자극을 공연하는 것이다. “이 멤버로 최소 10년은 더 해야 되지 않겠어요?(웃음)” 박경민 단장의 너스레에 단원들이 함박웃음 터뜨린다. 행복이 물씬 묻어나는 웃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만큼, 앞으로의 10년을 함께한다면, 달빛창가의 앞길은 그림자 뒤에 선명히 드리운 조명처럼 환히 빛날 것이다.

간식타임을 갖고 있는 단원들 모습

‘행복한 동행’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현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직접 봉사하는 곳, 혹은 알고 계신 곳을 추천해주세요.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해주시면, 한 팀을 선정해 <빛으로 여는 세상> 취재팀이 맛있는 간식을 들고 직접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메일, 또는 호별로 진행되는 한국전력공사 공식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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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창가가 독자 여러분의 공연 신청 및 입단 문의를 기다립니다. 무지갯빛 희망을 전하는 달빛창가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문의 박경민 단장(010-2397-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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