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기소비가 큰 뿌리기업에 대한 체계적 효율향상 사업이 갖춰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전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뿌리기업의 총 전기소비량은 3만5534GWh, 전기요금은 4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산업용 소비량(291TWh)과 전기요금(30조7000억원)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뿌리기업 업종별 전기소비량 및 전기요금 현황표. 제공=한전 경영연구원
뿌리기업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기계·자동차·전자 등 산업의 제조 과정에서 공정기술로 이용돼 제조업 경쟁의 근간을 형성하는 중소·중견 기업을 뜻한다. 국내 뿌리 기업은 총 7만2414개사로 용접, 금형, 표면처리 업종이 68% 점유하고 있다.국내 제조업의 근간을 형성하는 주요 산업이며 전체 산업용 전기소비량·요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뿌리기업 대상의 합리적인 에너지 효율향상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효율향 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EU·호주·인도 등은 업종·규모·에너지집약도 등을 반영해 구성된 IEA의 가이드라인, 교육·자금 지원, 지역맞춤형 사업, 경제적 인센티브·페널티 지급 등 에너지 효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중소기업 46개사에 대해 246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해 업종, 규모 등 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테면, Angelakis Bros(식료품 유통업 중소기업)은 냉동설비 개선을 통해 연간 냉매비용의 96%, 전기요금 5만6000달러를 각각 절감할 수 있었다.
국내의 경우 뿌리기업 등 중소기업 대상 효율향상 사업은 초기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세액공제 및 FEMS(Factory Energy Management System;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 보급 등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정 개선 위주의 효율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14개 업종으로 구성돼 있는 국내 뿌리기업의 경우 특정 기기 교체만으로는 효율향상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ESCO(Energy Saving Company;에너지절약전문기업)를 통한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 ▲뿌리기업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한전의 직접적 지원금 규모 확대 ▲디지털 트윈·머신러닝 등 활용한 에너지 컨설팅 기술개발로 인건비 절약 ▲민간 ESCO 업체의 참여를 유도해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 유도 등 뿌리기업의 ESCO 사업 참여 확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전 경영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사례를 참고해 뿌리기업의 특징을 고려한 효율향상 사업을 개발, 확대 운영과 더불어 이러한 뿌리기업 대상 효율향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운영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