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7 내일신문
|2010년부터 한전 주도로 보급...아직 계량기 용어도 정리 안돼
|정부 그린뉴딜 사업에 아파트 AMI 포함되면서 민수시장도 열려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AMI보급 추진, 통신기술은 모두 제각각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구성도.
AMI 보급 확산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스마트그리드 구축이라는 정부 정책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따른 비용 절감, 신재생 확대 등의 추세에 따라 AMI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전 세계 스마트 미터가 9억2200만대 보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한전이 2010년부터 AMI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정부의 한국판 그린 뉴딜 정책에 따라 아파트 AMI 사업도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2250만호 AMI 구축 사업과 총 사업비 7050억원이 들어가는 한국판 그린 뉴딜에서 얘기되고 있는 ‘AMI’의 A부터 Z까지 살펴보자.
◆AMI는 수용가 에너지 사용 파악의 바로미터
현재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예상 요금이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알고 싶다면?
이를 구현한 것이 바로 AMI다.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는 양방향 통신망을 이용해 전력사용량, 시간대별 요금정보 등의 전기 사용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 자발적인 전기절약과 수요반응을 유도하는 지능형 전력계량 시스템이다. 또 AMI를 만드는 구성요소는 계량기, 통신설비(모뎀, DCU), 운영시스템 등이다. 현재 AMI는 여러 용어로 불린다. AMI는 원격검침인프라, 지능형검침인프라, 양방향계량시스템, 스마트미터링 등 다양하게 명명돼 있으며, AMI 구성요소인 계량기조차 AMI라고 부르거나 스마트 계량기, 스마트 미터, AMI미터, 원격검침미터기, 원격검침계량기 등 부르는 명칭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AMI 업계 관계자는 “AMI를 원격검침인프라로 칭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원격검침은 AMR부터 구현된 기능”이라고 용어의 불명확성을 지적했다. 한 AMI 전문가도 “아직까지 스마트미터링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고 AMI와 스마트미터링은 기술적 관점에서는 차이가 없다”면서 “다만 지향하는 관점에 따라 AMI는 전력사 관점, 스마트미터링은 소비자 및 사회적 관점에 각각 무게중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 미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기술 기준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런 현장 상황에 따라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스마트미터가 되기 위해 계량기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에 대한 스마트미터 기술기준 제정에 나서고 있다.
◆한전 AMI 목표 총 2250만호, 현 보급률은 43%
한전의 AMI 보급 사업은 2010년 1월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 수립에 따라 시작됐다. 사업은 총 6차로 나눠져 있고, 2020년까지 한전 수용가 2250만호에 AMI를 보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2010년 250만호로 AMI 보급 사업의 첫 삽을 떴지만, 이듬해인 2011년과 2012년에 통신 시험장비와 KS표준 인증시험절차 오류 등의 이슈로 사업이 중단됐다. 2013년 200만호 AMI 사업이 재개됐지만, 통신(PLC) 특허소송에 휘말려 이를 해결하는 데 장시간이 소요됐다. 또 자재 납품업체의 경영악화에 따른 계약해지, 납기지연도 변수로 작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300만호, 2018년 400만호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2020년 5월 기준 총 2250만호 가운데 962만호(43%)에 AMI가 보급됐다. AMI 구성요소들도 변화를 겪어 왔다. 계량기는 4차례 버전업했다. E-Type, 표준형(단종), AE-Type, G-Type 등 총 4종이다. 현재는 보안계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2012년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가 고시한 지능형전력망법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한전 AMI 보급은 4차 사업이 진행 중이고, 5차와 6차 사업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5차 사업은 AMI 통신(DCU, 모뎀)망 구축사업으로, K-DCU와 게이트웨이 도입 이슈가 업계 최대 관심사다. 5차 사업은 현재 5-1차, 5-2차로 세분화된 상태다. 최근 한전 조달시스템 SRM 사이트를 통해 5-1차 K-DCU 사전 규격이 고시됐고, 5-2차 사업은 K-DCU와 게이트웨이 간의 성능 비교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아파트 AMI) 개념도
◆7050억원 규모 아파트 AMI, 국비와 민간기업 절반씩 투자
올해 7월부터는 정부의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 발표에 따라 아파트 AMI 보급 사업에도 시동이 걸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혁신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일자리 창출, 환경 개선이 가능한 에너지 수요분야의 신속한 투자 추진이 그린 뉴딜 사업의 주 배경이다. 그중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이하 아파트 AMI)’ 사업은 노후된 아파트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능형전력망 기반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연관 산업 활성화를 꾀한다는 목표다. 현재 국내 아파트 규모는 약 1000만호로 전체 주택의 60%에 해당하고, 20년 이상 노후된 아파트는 전체의 약 50%에 달한다. 이런 노후 아파트 중 개별세대와 한전이 직접 계약하지 않고, 인력검침 중인 아파트의 기계식 또는 전자식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는 곳이 이번 사업대상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총 사업비 7050억원 중 국비 3525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올해 40만호를 우선 진행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한전이 아닌 산업부와 전담기관(전력기반센터), 민간컨소시엄형태의 사업자가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 AMI 업계 관계자는 “관수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AMI 사업에 민수 시장의 문이 열린 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파트 AMI 사업과 관련해 누가, 어떻게 보급하고 운영할지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인 방안 도출이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에는 아파트 AMI 사전 규격이 공개되면서 ‘보안 적용’과 ‘계기 업데이트’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아파트 AMI 사업을 통해 ▲고용 창출 4812명 ▲온실가스 약 77만t 감축 ▲소비자 전기요금 절약 ▲에너지벤처 활성화 기반 마련 ▲계시별 요금제 ▲국민 DR ▲스마트가전 ▲아파트 태양광 ▲전력빅데이터 등의 연관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미터 보급 전망.(2017~2021년)
◆해외 AMI와 국내 AMI 어떻게 흘러왔나
한전 경영연구원의 글로벌 주요국 AMI 보급 현황을 보면 2017년 기준 독일은 4%, 영국은 26%, 일본은 48%, 미국은 52%, 이탈리아는 100%를 각각 달성했다. 해외에서 AMI 보급을 완료한 대표 국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민영화에 따른 전력회사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Enel 주도로 2001년 보급 사업을 시작해 2011년까지 10년에 걸쳐 1세대 100% 보급을 완료했다. 특히 2003년 대규모 정전을 겪으면서 스마트미터 설치 의무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현재는 서비스 고도화 역량을 비롯해 1세대에서 2세대 스마트미터로 대규모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의 경우 전력망 노후화에 따라 영국은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독일은 신재생 확대에 대비해 각각 AMI 사업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비용·편익의 불확실성으로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영국과 독일은 국내에서도 이슈화되고 있는 대량 리콜 사태, 기술적 결함, 데이터 보안에 따른 규제 등으로 지연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다만 EU가 올해까지 스마트미터 보급률 80% 이상을 목표로 회원국에 보급 의무화를 주문해 사업 장애 요인이 있더라도 AMI 구축사업은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국내 AMI 사업의 경우 해외와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AMI 사업 규모면에서 한전에서 보급 중인 2250만호는 일괄수주 방식으로 진행돼 단일 전력회사 규모로는 세계적”이라며 “해외의 경우 해외전력사가 외부 솔루션 공급자에 턴키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적으로도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유럽은 저속 PLC기반, 미국은 무선통신 기반, 국내는 고속PLC 기반의 통신기술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현재 도입 중인 IoT PLC와 HPGP 등의 고속 PLC 기술은 지중선로(땅속)에서도 통신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특히 아파트 AMI의 경우 고속PLC 기술이 품질과 비용측면에서 경쟁력이 우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향후 아파트 AMI에서의 국내 기술 차별성을 강조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17@electimes.com